[동교동]이찌모찌-멀쩡한 찹쌀떡의 일본식 대안
부업하는 건물 바로 앞에 모 빵집이 있는데, 거기 들어가면 40년 동안 찹쌀떡인지 빵인지를 만드시는 분의 사진이 붙어있다. 그런 명장이 찹쌀떡을 만드신다는 건데… 두 개를 사봤는데 한 개는 그날 먹고, 다른 한 개는 냉동실에 들어있다. 찾아서 먹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은 내가 먹으려고 사온 게 아니었는데 그게…
쫄깃한 것들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찹쌀떡은 궁극의 먹을거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는 멀쩡한 찹쌀떡을 찾기가 힘들다는 건데… 깨찰빵의 그 쫄깃함이 타피오카 전분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제 찹쌀떡의 쫄깃함은 그 출처가 의심스러우며, 팥소 또한 대개 중국산 팥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그냥 속을 완제품으로 들여올테니… 생각하면 골치 아프니까 넘어가자.
어쨌든 그래서 제대로 찹쌀떡 먹을 곳이 마땅치 않으니 일본에서 8대째 모찌를 만든다는 집안의 자손이 연 가게까지 찾아가게 되는데… 그 가게가 바로 동교동의 ‘이찌모찌(모두들 다 아는 그 ‘이찌’와 ‘모찌’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이다. 합정역과 멀지 않지만 한창 흉물스럽게 올라가고 있는 자이 아파트 공사현장 옆이니까 홍대와는 전혀 상관없는, 생뚱맞은 자리에 있다. 그냥 직관적으로 걸어가다보면 나오는터라 그렇게 찾기 어렵지는 않은데,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다. 내부는 그렇게 넓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주 시끄러운 손님만 없다면 적당히 시간 보내기에도 좋아 보였다. 두 시쯤 들렀는데 가게 안으로 드는 햇살의 분위기가 괜찮았다.
맛차(3,500)와 쌀모찌(1,200), 그리고 깨모찌 튀김(1,200)을 시켰다. 메뉴를 보니 커피, 곤부차, 팥푸딩 등이 있었다. 차와 함께 시키면 모찌는 전부 1,000원에 먹을 수 있다.
사진의 솔(?)과 같은 것으로 저어 거품을 내 나온 맛차. 별로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은 없는데 팥소 위주의 모찌와 균형을 맞추기에는 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그런 정도로 먹는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프라이팬에 구운 모찌는 사실 떡이 굉장히 얇고 그 비율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모찌는 결국 팥소의 맛으로 수렴된다. 막 구워서 나오기 때문에 거의 타코야끼의 수준으로 뜨거워서, 바로 먹으면 무슨 맛인지 모르니 조금 식혀서 먹는 편이 낫다. 단맛은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수줍은 수준의 일본의 맛이었다. 적당히 알갱이가 씹히는 것이 잘 만든 소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일단 길거리 붕어빵 등등에서 두드러지는 그 시큼한 뒷맛만 없다면 통과. 당연히 그런 수준이 아니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미할 정도로 떡이 얇고 그 비중이 적어서 그런지, 구워서 먹는 것보다 오히려 이렇게 옷을 입혀 튀기는 편이 소와 겉 부분의 식감 대조도 좋고 훨씬 맛있었다. 구운 모찌는 두 개, 튀긴 건 한 개가 나온다. 바삭바삭하니 잘 튀겼다.
일본식 모찌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원형에 기대어 어떤지, 비교해서 말하기는 어려운데 그냥 개인적인 기호 또는 맛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떡과 소의 균형이 안 맞는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좋은 재료로 성의있게 만들었고, 가격도 합당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에 글을 쓴 적 있는 인사동’합의 떡(개당 2,000원이었나?) 크기와 비슷한데 노동의 집약도가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1,200원에 두 개인 모찌가 훨씬 더 가격 경쟁력이 있다. 노동 집약도를 감안한다면 마카롱과의 직접 비교는 어려울 듯). 두툼한 떡을 한 입 베어 물어 쫄깃함과 입 속에서 터지는 팥의 식감이며 단맛을 함께 즐기는, 그 전형적인 찹쌀떡의 느낌은 누릴 수 없어 아쉽지만, 그 대안으로는 좋은 선택이다. 점심에 한정으로 식사를 내놓는다고 들었는데 한 번쯤은 가서 먹어볼 생각이다.
# by bluexmas | 2011/03/26 19:29 | Taste | 트랙백 | 덧글(8)
한숟갈 먹었는데 읍-맛있어! 라는 생각이 휙 들었어요..
한정 식사메뉴라니 저도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