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의 설악산 단풍빵
서울역 플랫폼 내려가는 길에 몇 개의 음식 파는 부스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에서 바로 이 설악산 단풍빵을 판다. ㅈㅁ의 포스를 물씬 풍겼지만 왠지 모를 호기심에 이끌려 몇 달을 고민하다가 한 번 사 보았다. 곧 서울로 이사오면 기차를 탈 일도 없고 해서… 그 결과는 역시 충격과 공포였다.
사실 이 설악산 단풍빵이 단풍빵인 이유는 1. 모양이 단풍잎이라서, 2. 메이플 시럽을 넣었다고 해서 인데 모양을 저렇게 만들어서 단풍빵이라고 파는 건 정말 순진한 처사고, 메이플 시럽의 자취는 느끼기 어려운데 문제는 설사 느낄 수 있다고 해서 그 메이플 시럽이 국산이냐는 것…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국산 메이플 시럽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혹시 누군가 아신다면 제보 좀 부탁드립니다). 국산인지 외산인지 솔직히 따질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무슨 지역 특산물 비슷한 이름을 붙이고 파는 거라면 신경을 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아, 이 단풍빵이 충격과 공포인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맛이 없기 때문이다. 백앙금으로 된 걸 하나 먹어봤는데 딱 길거리에서 파는 계란/땅콩/바나나 등등의 빵과 거의 같은 재료 및 성의로 만든데다가 따뜻하게 보관한답시고 구운 걸 비닐에 싸서 온장고 같은데 넣어 두어서 거의 흐물흐물한 지경이었다. 맛은 뭐… 중국산 앙금맛인데 뒷맛이 제대로 시큼한 게 첨가물이 많이 들어갔거나 뭐 재료 질이 좋지 않거나… 더욱더 충격과 공포인 건 나름 다양화를 꾀한다고 크림, 초콜렛 등등 서로 다른 재료의 속을 넣었다는 것인데… 하나 먹고는 더 이상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뒀다. 버리지 않았는데 왠지 아직도 멀쩡해보인다(지난 금요일에 샀으니 딱 1주일 되었다). 호도과자의 재료도 사실 국산이 아니지만, 어쨌든 그 호도과자가 수십 년 전에 만들어 놓은 포장 시스템도 못 따라 하는 이 단풍빵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작품인지 궁금했다(물론 따뜻한 호도과자도 팔지만, 옛날에 기차안에서 팔던 것들은 다 식은 것이었고, 그래도 먹을만했다. 요는 온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것).
돌아다니다 보면 지방 특산 먹거리라고 파는 것들 가운데 상당수가 어처구니 없다. 이를테면 송이버섯 많이 난다는 고장에서 파는 송이 버섯 젤리는 딱지를 보면 송이버섯 합성 착향료나 간신히 명함을 내미는 수준이랄까… 서울역 플랫폼에서 팔 정도면 로비도 치열했을테고 나름 있어보이니까 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솔직히 그냥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빵에 포장만 그럴싸하게 붙인 아마추어 수준 아닌가(가격은 개당 700원. 싼지 비싼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기련다)? 이런 것들이 자신들의 고향 또는 지역을 대표하기를 그 동네 분들이 정말 원하시는 것인지 그게 궁금했다. 다른 기차 먹거리에 대해서도 글을 써 보고 싶은데, 솔직히 무서워서 못 먹어보겠다. 기차여행 자주하시는 분들, 안쓰럽다. 그나마 KTX가 빨리빨리 다녀서 뭔가 드셔야 할 필요가 줄어든 건 다행이라고…
# by bluexmas | 2011/03/25 09:27 | Taste | 트랙백 | 핑백(2) | 덧글(37)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2/10/19 18:38
… 인 것만 같다. 지방에 내려갈때마다 휴계소에 들러 이것저것 들춰보는데 송이가 특산물이면 인공 송이향 넣고 만든 양갱이나 초콜릿을 만들거나, 언젠가 올린 충격과 경악의 단풍빵처럼 형태를 단순하게 차용하는 정도에 그친다. 전반적으로 맛보다는 이벤트나 해프닝에 초점을 맞추는 느낌이랄까. … more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3/02/23 22:50
… 석도 있지만 크게 못마땅하지는 않다. 뭐 결국은 소위 말하는 ‘생과자’고 이웃나라 일본에만 가도 비슷한 게 널리지 않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충격과 공포의 단풍빵이나 사실은 다 비슷비슷한 하회탈빵, 오징어빵, 대나무빵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이왕 먹어본 김에 찰보리빵과 추억의 호도과자도 주문해볼까 싶다. … more
ㅋ..ㅋㅋ.. 그런거였군요. 하긴 요런 종류 빵이 얼마만큼 독특하고 맛있어질수 있는가!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게 더 이상하겠죠. 그래도 크림단풍빵에 대한 환상이 무지무지 컸었는데 슬프네요.ㅠ…
제주도 감귤초콜릿을 맛보고는 혓바닥에 미끈덕하게 남는 저급초콜릿의 맛이 잊혀지질 않네요~
기회 되면 꼭 드셔보시길..
그래도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단팥죽은 정말 맛있어요.
드셔 보셨죠?
(단맛이 너무 강하지만)…
안먹어보길 잘했네요…
2.진짜 호도과자는 원래 식어도 맛있습니다…원조 호도과자는 택배배송도 해주니까요.
저도 KTX 타러가면서, 저걸 살까, 그 옆쪽에 있는 고구마빵을 살까.. 고민하다가..
단풍빵에는 단풍이 들어있지 않을거야! 라는 생각으로 고구마빵을 사먹었더랬죠…
(고구마빵은 생각보다 맛있었어요)
모양이나 이런건 예쁘고 고급스러워보이는데.. 맛은 기괴한 듯하네요. 아쉽다 ㅠㅠ
역시 기차탈 때는 밤마론…. (응?!?!?!?!)
밤마론>_< 후랑크도 드셔야죠 목 메니까 멸균우유도 같이…
저번에 보성에 가보고 경악하고 빈손으로 돌아왔었습니다.
녹차아이스크림밖에 먹을게 없더라구요!!!
판매점에 들어갔는데 텅텅 비어있고 먼지도 쌓여있고
왠지 녹차과자도 이상해보이고 녹차마저도 사고 싶게 만들어놓은게 없더라구요.
아니면 제가 간 곳이 이상했던 걸까요…??
관광상품에 좀 더 신경쓰고 유치 좀 잘해놓으면 정말 외국인도 많이 끌 수 있는 곳인데…..
그저 안타깝습니다ㅠ
차라리 따뜻하게 먹고싶으면 집에서 렌지에 돌려드세요~ 도 아니고;;;
가격은 뭐 이것저것 따지면… 칠백원은 제대로 만들어질 가격이 아니긴한데 하여간 돈 받고 팔려면 좀 제대로 만들란 말이야아아아하고 절규하고 싶어지네요;;;
있는 유명한 제과점의 조각케익을
찾으러 다이곤 하죠. 당연하다 싶은걸 실험한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이렇게 일상도 항상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바라보는 시도는 언제나 환영 받을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