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죽음
꿈을 꾸었다. 방학기간이지만 정말 이 이야기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생생한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때 나는, 왜 나에게까지 그게 흘러들어와야 하는지 또 어떻게 그랬는지 그것부터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정작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그의 죽음 자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때부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그렇게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건 15, 6년 전의 일이었으니까. 그것도 버스를 타고 가다가 정류장 앞에 서 있는 걸 우연히 보았을 뿐이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건 아마 그보다도 2,3년 더 전의 일이니까… 근 20년이 지난 셈이다. 그리고 그 다음 소식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건 대체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하는 것일까.
장례식은 거대한 격납고와 같은 공간에서 치러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들이 모두 내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마치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그리고 관이 왼쪽 구석에 놓여 있었다. 나는 차마 관쪽으로 얼굴을 돌리지도 못하고 등을 돌린 채 주저앉았다.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와 다른 사람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바로 그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 그와 나는 모두 죽음이 뭔지도 몰라야 할만큼 어린 나이였다. 그러나 그는 벌써 그걸 알고 있었고 나에게도 나눠주고 싶어했다. 물론 나는 그걸 썩 좋아하지 않았다. 관계의 진전을 위해 고통을 나눠야 하는 현실은 그 자체로 고통스럽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가 첫 번째였다, 고통도 죽음도.
죽음을 함께 이야기하던 첫 번째 사람이 죽음을 맞이했다. 죽음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았다. 단지 생물학적인 죽음만 그런 것도 아니다. 마음 속에서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을 죽인다. 기억해서는 안 될 사람들을 죽인다. 기억하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인다. 땅을 파고 생매장을 시켜버린다. 계절이 봄으로 바뀌면서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또 한 사람을 죽여야만 했다. 사실 그도 아주 오래 전에 죽은 사람이었다. 기억 속에서는 벌써 오래 전에 죽은 사람이었던 그가, 진짜 죽음으로 인해 그 기억 속에서 부활했다. 아이러니도 이렇게 지독한 아이러니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대로 서 있기만 했다.
# by bluexmas | 2011/03/08 08:01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