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생신과 스트레스, 기타 잡담
어머니의 생신 어제였다. 2월 22일이라 기억하기도 쉽다. 뭔가 생각은 했는데 아무 것도 행동에 옮길 수 없었다. 비상금을 뒤져보니 드리기에 민망하지 않은 액수-그래도 민망한… 다다익선 아니겠나-가 있어 부랴부랴 금일봉을 만들고, 주말에 만들어 두었던 아이스크림 한 통이 있어 그거라도 싸들고 가서 드렸다. 그러나 기분은 그저 그랬다. 아무리 뭐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중요하다면 표현도 그만큼 중요해야 한다. 엄청나게 좋은 걸 해드릴 필요는 없지만 생각보다 잘 피지 않는 내 처지를 생각하면 이런 때는 꽤 우울해진다. 거기에 어머니와 내가 아주 많이 닮은 인간이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그 우울함의 강도는 한층 더 증폭되기 마련이다. 오산에서의 2년이 슬슬 막을 내려가고 있다. 기분이 좀 그렇다. 아 뭐 여기에서까지 궁상을 떨고…
스트레스 나는 나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걱정을 해야 하는가? 또는 일이 잘 안 될때는 자기 탓과 남 탓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적절하게 섞어야 철면피나 파렴치한이 되지 않을까? 이런 것들이 진정한 인생의 고민거리가 아닌가 싶다. ‘돈 많이 벌면 어디에 쓰지?’와 같은 행복한 고민도 좀 하고 싶은데 그런 물질적인 고민보다는 저렇게 열량은 많이 소모하지만 별 영양가는 없는 정신적인 고민만 해 댄다.
스트레스는 인생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하며 살았으니 그 존재 자체를 아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나 요즘 스트레스 레벨이 상당히 높아서 스스로의 안녕이 심각하게 고민된다. 어제 오늘은 ‘이러다가 빵 터져 버리는 거 아니야’라는 우려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일이고 뭐고 일단 자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을때 잠이 안 오면 그건 좀 심각한 상태다. 난 늘 그런데 어제 오늘은 그 정도가 좀 심했다. 이럴 때는 간신히 잠이 들 시점에 전화며 택배가 나를 찾는다. 두 번이나 선잠을 자고 일어나 저녁을 대강 차려먹고 어머니의 생신 축하를 위해 본가를 찾은 다음 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오늘 할 일을 다 마치고 낮에 했어야 할 달리기까지 꾸역꾸역 마쳤다. 악기를 두는 방에 아직 마시지 않은 맥스 프리미엄 에디션(사진 참조)가 한 병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맛 없지만 오늘 같은 날은 맛있는 없는 맥주 가릴 처지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는지, 그걸 잘 모르겠다. 완전 속수무책이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좀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호박꽃 순정 간만에 봤는데 언제나처럼 배종옥 연기 작렬. 그러나 그 상대역(이름이 뭐냐 그 아저씨?)의 연기가 어째 더 좋다. 이청아가 주연급으로 나오는 드라마를 보다니 참… 나는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인기 얻을 얼굴은 절대 아닌 듯. 악한 여자와 악한 남자 가운데 어느 성별이 더 극한으로 치닫을 수 있을까, 가끔 궁금해진다.
비싼 식당 일을 하러 가는 날 어딘가 들러 점심을 먹으려면 그 전날부터 꽤 서둘러야 한다. 아침 일찍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정 연휴 전휴로 못하다가 오늘 재개하려고 모 식당에 예약 전화를 걸었다. ‘몇 명 예약하시죠?’ 했을때 ‘혼잔데요’라는 대답을 날리고 전화기 건너편의 공기가 묘하게 바뀌는 걸 느끼는 재미같은 게 좀 있다. 근데 왜 혼자 가면 방을 안 줄까. 혼자면 방에서 먹는 게 차라리 속 편한데. 만약 내일 갔는데, 방에 자리가 잔뜩 남았으나 나 혼자 홀에서 덩그러니 밥을 먹는다면 뭐라고 얘기해야 되나… 만약 한 끼에 피같은 돈을 10만원 이상 써야 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전혀 차별없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현실은…
# by bluexmas | 2011/02/23 00:33 |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