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Bread 05 가오픈과 기본빵의 부재
지난 번에 글을 썼던 스시 시로의 옆집은 <Bread 05>라는 빵집이다. 공사의 진전을 지나가며 늘 보다가 드디어 가오픈을 했다길래 빵을 사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큰 기대는 없었다.
상수역/주차장 주변에 빵집이 들어서고 있다. 가만히 보면 컨셉트는 비슷비슷해보인다. 왠지 ‘식사빵’을 만들 것 같은 분위기. 내용물은 딱히 변변치 않다. ‘옥토버’ 또한 처음부터 별 기대가 없었다. 갓 문을 열었을 때 boule형태의 빵을 샀는데, 속살의 찐득한 느낌을 포함한 전체적인 인상이 이런 가장 기본적인 빵 만들기에 익숙하지 않은 느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빵집이 유행이니까 컨셉을 부랴부랴 잡은 인상이랄까? 그래서 그 뒤로 가지 않았다.
브‘래(영수증에 이렇게 써 있었다)’드 05의 빵도 섣불리 판단하자면 옥토버와 딱히 다를 것 같지 않다. 가오픈 기간이니 빵의 종류는 바뀔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식사빵일 것 같은 종류의 빵들에 견과류, 초콜릿, 치즈 등의 재료를 넣어 간식빵과 중간 정도에 자리매김하려는 의도의 빵들이 거의 100%이다. 물론 이러한 빵들은 나의 취향이 아니므로 그나마 가장 평범해보이는 메생이 식빵과 주종 현미식빵을 1/4 덩어리씩 샀다. 각 2,600원으로 가격은 이런 종류의 비 프랜차이즈 매장 기준으로 보통 수준이다.
덩어리째 가져와 썰어서 굽지도, 아무 것도 더하지 않은 채로 맛을 보았다. 두 가지 특징이 두드러진다.
1. 뒷맛이 달다: 쿄 베이커리의 빵이 그저 그렇다고 생각해서 가지 않다가 최근에 단팥빵을 먹어보고는 맛있어서, 다시 돌아가서 호밀식빵을 샀었다. 역시 뒷맛이 달았다. 이런 종류의 빵은 살짝 짠 여운을 남기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거의 대부분 달다. 질려서 먹기 힘들다. 일단 냄새부터 그런 느낌이었다. 어디에서나 흔하게 맡을 수 있는 그런 식빵의 냄새였다.
2. 발효 풍미가 없다: 이것 또한 흔하게 느낄 수 있는 상황. 분명히 이스트로 발효시켰을 텐데, 그런 느낌이 없다. 씹으면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구수함 같은 게 없다. 식감은 쫄깃하지만 씹다보면 뭘 씹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종류의 빵집들이 드러내는 공통적인 특징 또는 문제점은, 정말 기본이 되는 빵은 하나도 없으면서 변형된 것들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빵은 기본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런 기본빵들이 어때야 하는지, 아니면 그 기본빵들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멀쩡한 빵에 메생이가 들어가야 하는지, 아니면 굳이 멀쩡한 이스트를 놓아두고 막걸리 같은 걸로 발효를 시키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결과물은 딱히 매력적이지 않다. 그냥 아무 것도 들지 않은 식빵이나 바게트 같은 것들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폴 앤 폴리나의 성공으로부터 사람들은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걸까? 프랜차이즈 빵집 양대 산맥의 틈바구니에서 비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선전하는 걸 보고 싶지만, 접근 방식을 보면 사실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먹어보면 그냥 기본빵을 안 팔릴까봐 못 만들 것 같은 게 아니라, 그 또한 딱히 나을 것 같지 않아 다른 것들을 더한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이건 빵에 대한 시각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빵만 좀 얻어갈 수 없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빵을 내놓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수도 늘었다. 물론 레스토랑에서도 좋은 빵을 내놓아야 하지만, 전문 빵집의 빵보다 맛있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건 어쩌면 슬픈 현실이다. 말 나온 김에, 오랜만에 폴 앤 폴리나에 한 번 들러봐야 되겠다. 손님이 많이 몰린 이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 by bluexmas | 2011/02/18 09:57 | Ta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