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귀환을 앞두고 불안감

적어도 한 달은 족히 버리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를 전부 내놓았다. 얄팍한 여유가 있었다. 아침부터 즐기면서 일을 했다. 그러나 밤이 되자 계속 책상에 앉아 있다는 사실에 정신적, 육체적 피곤함을 느꼈다. 일이 없어서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단지 당장 해야할 일이 아주 조금 줄어든 것 뿐이다. 그래서 쓰레기도 내가 버릴 수 있었다. 일은 언제나 있다. 여유를 부리려들면 머릿속의 목록이 갱신된다. 다음 일은…

해질무렵 창 밖으로 내다본 바깥 세상은 어째 봄을 닮아가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한결 더 불안해졌다. 내 상태는 봄과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봄이 오기 전에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무감을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지옥과 같은 겨울,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돌에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봄이 오는 길목에 기다리고 서 있다가 ‘지금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당신을 맞기 송구스러우니 제발 한 보름만 있다가 다시 오실 수는 없겠소? 꽃길을 닦아놓고 기다리리다’라고 말해야만 할 것 같다. 물론 보름 이후까지 내가 살아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돌맞아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by bluexmas | 2011/02/18 00:13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