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케이크와 근황
오늘, 아주 오랜만에 몇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어떻게 쓸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컵케이크를 구웠다. 시험해보고 싶은 레시피가 있었다. 정말 어딘가로 여행을 가지 않는 이상, 나에게 쉬는 시간이란 없을 것이다. 근데 여행을 갈 여유는 없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지 뭐.
바쁘다는 말로는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1주일이었다. 늘 하던 일을 하는 와중에 원고 네 개 반-한 원고의 반을 다시 써야만 했기 때문에-을 썼다. 또한 나흘 연속 서울에 가야만 했다. 집도 구하려 다녔다. 일요일에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OO도너츠 여섯 개를 사서 소파에 누운 채로 다섯 개를 먹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지나 보내고 났더니 어떻게 보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그런 시간이었다. 나름 재미있기도 했다. 이래도 멀쩡히 잘 살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다음에는 더 몰아 붙여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살아 있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또 누군가는 영원으로 가는 눈밭 위를 맨발로 걷고 있겠지. 당신, 발 시렵지 않습니까. 영원으로 가는 길이 영원에 포함되어 있으면, 그 길만 걷다가 끝날 수도 있어요. 아니 뭐, 영원인데 끝나겠어.
뭐 어쨌든 그렇게 살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써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죽은 사람 이야기를 하던데, 정확하게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인지 좀 생각부터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난 1주일 동안 정말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내가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상황에 급박함이 얹혀서, 그냥 속으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면서 지난 1주일을 보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기적이라고 말하겠지.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설프게 이타적인 척 하기는 더 싫다.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는데 생각한 것처럼, ‘care’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기 싫다. 슬픈 이야기였지만 죽고 싶을 정도로 슬프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동질감 같은 것도 느끼기 힘들었다. 아니, 여러 켜의 동질감이 있을 수 있는데 직업인이라기 보다 차라리 젊은 세대나 한국 사람으로서의 동질감 뭐 이런 것들이 더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단지 글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동질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까? 그런 사람들의 영역에서도 나는 늘 울타리 바깥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냥 한마디로,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아는 척 하는 게 더 싫다. 내가 느끼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늘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이런 사건을 계기로 증폭시켜 사람들 앞에 까보이고 싶지 않다. 예술혼? 나 그런 거 없다. 적어도 남 앞에 드러내놓을만한 종류로는 없다. 글쓰기가, 아니면 다른 어떤 창작분야의 일이 더 고귀해서 이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그 이야기를 어딘가에 글로 써서 돈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면 좀 그렇지 않습니까? 써진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어설픈 동료의식 같은 거 이용해서 자신을 팔아먹으려 들지 마세요. 이제는 진짜 죽은 사람을 위해서 말하고 싶은 건지 그걸 이용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건지 스스로도 구분하지 못하는 단계 아닙니까? 말만, 그저 말만. 아무리 청산유수시라고 해도 그건 참.
# by bluexmas | 2011/02/16 00:46 |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