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께 바치는 브런치, 블루베리 팬케이크

어른이 귀하디 귀한 냉동 블루베리 한 통을 주셨다. 이 귀한 걸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가 일단 팬케이크에 넣어보았다. 요즘 강남역의 ‘버@핑거 팬케&크’ 앞을 지나갈 일이 무척 많아졌는데, 기다리시는 분들에게는 참 미안하지만 그걸 왜 기다려서 먹어야 되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아니, 기다리는 건 상관없는데 그 가격을 생각하면… 그러나 누군가 그걸 보고 ‘내가 진짜 제대로 된 팬케이크, 브런치집으로 승부하겠다’라고 해서 뭔가 제대로 된 걸 만든다면 장담하건대 금방 망할 것이다. 왜? 우리나라는 그런 나라니까. 진짜는 발붙일 곳 없는 곳이 우리나라니까. 하긴, 팬케이크 따위에 뭐 진짜를 따지냐… 고속도로를 달려가다 보면 유령도 살다가 심심해서 좀비와 손잡고 도망갈 것 같은 시골 동네에 멀리에서도 보라고 수십미터짜리 높은 다리 위에 세운 간판이 다 IHOP과 같은 팬케이크 가게다. 그런 곳에서는 본사에서 예쁘게 구워 냉동시켜 봉지에 담아 가져다주는 팬케이크를 갓 구운 것처럼 데우는 신공을 발휘해서 팬케이크를 내놓는다. 먹고 나면 인류의 존엄성을 훼손하는데 크게 일조한 것 같아 토하고 싶어지는, 그런 음식이다.

지난 주엔가 팬케이크를 안 먹은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통밀과 백밀을 반씩 섞어 믹스를 만들었다. 솔직히 별로 맛 없다. 내가 만드는 게 다 그렇고 팬케이크가 다 그렇지만. 한 면을 익히고 뒤집은 다음 블루베리를 몇 알씩 얹어주면 된다. 블루베리는 그냥 맛있는 과일일 뿐인데 거기에 항산화제니 뭐니 하는 효용을 붙여서 미친 듯이 비싼 가격으로 파는 걸 보면 미쳐버릴 것 같다. 무슨 만병통치약이나 젊음의 명약 이런 것도 아닌데, 그냥 과일일 뿐인데… 그것도 사실 원래 엄청나게 비싼 것도 아니고.

 by bluexmas | 2011/01/31 11:45 | Taste | 덧글(24)

 Commented by 당고 at 2011/01/31 11:47 

사진만 보고 초코칩 쿠키인 줄 알았어요 ㅋ

귀여운 팬케이크네요 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2/02 00:21

그냥 못 만든 팬케이크죠 뭐^^

 Commented by 루아 at 2011/01/31 11:53 

하하하… 추레한 다이너에서 먹는 팬케잌이 더 맛있는 편이죠. 그래도 프렌치 토스트나 와플은 비싼 데가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 겨울에 블루베리라니, 부럽습니다. 말린 블루베리도 꽤 맛있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2/02 00:21

추레한 다이너 가운데 전통있는 것들도 있기는 하지요… 미국에서는 사철 블루베리 먹을 수 있지 않나요?

 Commented by settler at 2011/01/31 11:54 

저도 블루베리 넣고 구워봤는데 맛있더라구요

블루마스님 껀 총 맞은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 특히 더 맛있어 보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2/02 00:22

블루베리가 참 훌륭한 과일이죠… 생 블루베리가 최곤데 없어서 섭섭해요 ㅠㅠ

 Commented by shortly at 2011/01/31 11:56 

전 최근 버터의 질에 따른 언리미티드 빠워 차이를 절실히 느끼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버터대신 마가린일 경우에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2/02 00:22

버터의 질… 엄청나게 다르겠죠. 우리나라 버터는… AOC 버터 한 번 사다 먹어봐야 할까요. 마가린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딸기쇼트케이크 at 2011/01/31 11:59 

블루베리였군요 초콜릿인 줄 알았어요 전 팬케이크에는 꿀이 좋은 것 같아요. 아 폭신폭신한 팬케이크 먹고싶네요 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2/02 00:23

초콜릿도 있어요 담에는 그걸 넣고 구워봐야 되겠네요. 제가 만든 건 그렇게 폭신폭신하지는 않아요^^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1/01/31 12:36 

우리나라는 그런 나라니까…에서 뿜었습니다 ㅋㅋㅋ

웃으면 안되는데 말이죠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2/02 00:23

웃으면 안되지만 그게 현실이니까요 ㅠㅠㅠ

 Commented at 2011/01/31 13: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2/02 00:23

으아 담에 기회되면 가루 좀 드려야 할까봐요. 비공개님이 정말 가장 열심히 사시는 분인데… 잘 지내고 계시죠? 연휴에 푹 쉬세요.

 Commented by 마리 at 2011/01/31 16:52 

글을 읽고 다시 사진을 보니 갑자기 팬케익이 슬퍼보이네요.

저도 줄을 서서 브런치집에서 먹어본 사람으로써,

그래도 뭔가 다르겠지 하다가. 집에서 만든 듯한 프렌치 토스트에

“홈메이드”뭐 이런거 붙여서 나오면 참 화나더라고요.

근데 더 화나는건 브런치 먹으러 온 여자분들이 꽃단장까지 하고 오셔서는..

더 욱하게 만드는 그런 묘한 분위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2/02 00:24

제가 못만들어서 더 슬퍼보여요. 꽃단장과 브런치는 공존할 수 없는데 다들 뭔가 모르셔가지고는… 못만들어서 홈메이드인 건 취급하지 말아야 합니다;;;

 Commented by puella at 2011/01/31 18:04 

코스트코에서 마치 세제 포대를 방불케하는 대용량의 팬케이크 믹스(미제)가 만원가량 했던 것을 보고나서 카페에서 파는 팬케이크에 대한 환상이 없어졌어요…

bluexmas님의 팬케이크는 일단 블루베리의 양이 아름답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2/02 00:24

더 충격적인 건 그런 믹스로 팬케이크를 먹으면 집에서 직접 만든 믹스가 맛없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구요.

 Commented at 2011/01/31 22: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2/02 00:24

그래도 진짜 자폭은 하지 마세요. 저는 유턴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1/02/01 00:03 

팬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은근슬쩍 의견을 내세우는 친구를 무시하고 해물떡볶이집으로 데려갔는데 정말 맛이 없어서 미안했습니다ㅜㅜ 그치만 팬케이크를 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먹는다는 거 자체가 납득할 수 없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2/02 00:25

팬케이크도 사실 별 싹수 없다는데 500원 걸겠습니다…

 Commented by cleo at 2011/02/01 00:56 

한때는 아침마다 팬케이크를 구워서 먹던 때가 있었습니다.

다시 와플기계를 사서 본전 뽑을때까지 줄창 굽다가 싫증나서 다시 쳐박아두고..-.-

블루마스님 포스팅보니까 다시 메이플시럽 뿌린 팬케이크 생각이 나네요.

믹스는 통밀과 백밀 반반씩 섞으면 되는 건가요?

내일 아침에는 다시 추억의 팬케이크 한 번 구워보려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2/02 00:25

아 검색해보시면 어딘가 레시피가 나와요…. 믹스를 그거대로 만드시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