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잡담
살고 싶으면 좋다.
살기 싫으면 안된다.
어쨌거나 살아진다.
살아야만 하니까.
1. 그제는 무궁화호를 타고 내려오는데, 옆에 앉은 할머니가 햄버거를 드시더니 물이 없는지 귤을 까서 드셨다. 그리고는 내가 내릴때까지 간헐적으로 가슴을 쳤다. 목이 메셨던 모양. 옆에 앉은 내가 다 답답했다. 무궁화호에서는 물 안 파나. 내가 가지고 있는 물이라도 드릴 걸?
2. 집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갔다. 달리기를 해야 하는 날이었으나 점심을 먹고 뻗어서 저녁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중간에 누운 채로 기지개를 켜다가 왼쪽 종아리에 지독하게 쥐가 올랐다. 주무르기 귀찮아서 혼났다. 감기가 슬슬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3. 일단 자기가 모르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르는 것 자체, 즉 자신이 무엇인가를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4. 나중에 일하는데 쓰려고 녹음해놓은 것들이 있었는데, 예전에 쓰던 아이폰에서 앱스를 다 지우면서 날려버렸다. 사실 지울 필요가 없었는데. 사서 무덤을 판 꼴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생각을 하고는 한 시간도 넘게 일을 못 시작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쩌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이다. 그러나 상실감의 순수한 존재만으로도 피해받은 것 같은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어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할때 그런 느낌은 한층 더 두드러진다.
5. 그리고 그러한 고통은 때로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을 못하게 만드는 핑게의 근원이 된다. ‘아 이것 때문이 기분이 나빠서…’ 그러나 결국 거기에서 생긴 손해도 고스란히 다 자신에게 돌아간다.
6. 탑 셰프 올스타 시즌 재미있으시다. 요즘 거의 유일한 삶의 낙.
7. 느긋해질만한 환경에 처했다면 나는 벌써 느긋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8. 닭다리살 한 번만 더 먹으면 토할 것 같다.
9. 대체, 어디에 계신겁니까?
10.
# by bluexmas | 2011/01/21 03:18 | Life | 트랙백 | 덧글(10)
6. 심사위원으로 왔을땐 거들먹하다가 quickfire에서 땀 뻘뻘 흘리는 모습이 알흠다운! 그나저나 Thomas Keller 아저씨 -_-bbb
아무래도 같은 동네 살았으면 수영하러 가자고 꼬셨(?)을 건데
어림잡아 유추해보니 우리는 극과 극에 존재하는 것 같네요.
3. 좋은 말씀인거 같아요. 근데 전 제가 모르는걸 무지 잘 알면서 게으르기까지 하네요 으윽.. 아직 새해기분날때 다짐 한 번 더 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