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 잘 먹고 잘 살고 싶으나 생산성이 너무 떨어진다. 나는 왜 이렇게 삶에 대한 개념이 없을까.

2. 어제는 아파트 수도관이 얼어 물이 몇 시간 동안 나오지 않았다. 아무 준비도 안 하고 있다가 한방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관리사무소에 두 번 전화했는데 처음에는 복구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모른다고 했고, 다음에는 두 시간 걸린다면서 날씨가 이렇게 추워지는데 대비 안 하셨나고 물어보니까 되려 짜증을 내면서 그래도 터지는 걸 어쩌느냐고 되물었다. 볼일 보고 돌아와보니 물이 나오는데 싱크대 수도를 틀어놓고 가서 물이 몇 시간동안 나오고 있었다… 혹시 몰라 욕조에 물을 좀 받아두었다. 장보면서 물도 넉넉하게 사왔다(그러나 아직 차에서 끌어 올리지도 않았다).

3. 식기세척기가 또 고장났다. 열받아서 손으로 몇 대 쳤더니 더 고장났다. A/S 기사님 오시면 시치미 뚝 떼야 되는데 오늘부터 연습을 좀…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잘 하고 싶다.

4.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뒤죽박죽이다. 빵점짜리 삶을 산다. 표류하고 있다.

5.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한참 전에 먹었던 레스토랑을 정리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내가 생각보다 더 실망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뭔가 얘기했는데 ‘네가 뭘 아냐, 우리가 더 잘 알지?’라는 반응이 나오는 걸 내가 잘 소화 못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하자면 일종의 스노비즘 같은 거랄까.

6. 다 쓰고 버리려고 했는데 압박감을 느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일단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 오겠다.

7. 돌아왔다. 쓰레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돼지들은 뭐 먹고 사나.

8. 파인애플을 꿀에 절였다가 오븐에서 조려보았다. 업사이드 다운 케이크에 올렸을 때처럼 진한 색깔이 나오지 않아서 실망했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파인애플은 꼭 조려서 먹어야 되겠다. 그냥 먹으면 아린 맛이 너무 강하다.

9. 처치 곤란한 레몬을 설탕에 절여 차를 만들었는데 걔도 한 번 조려봐야 되겠다.

10. 덧글. 죄송합니다.

11. 막걸리 맛 없다. CJ가 골랐다는 막걸리? 요즘 정말 CJ 가면 갈 수록 싫어진다. 그 계열 다…

12. 여기에 이렇게 주절주절 쓴 얘기는 사실 요즘 느끼는 생각이나 고민과는 전혀 또는 별로 상관 없는 이야기이다. 그걸 여기에다가 쓰면 여기는 블로그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글을 읽고 내가 이 글에서 보이는 것처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는 게 몇 줄의 글로 쓸 수 있을만큼 단순하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13. 진심만으로 사는 것이 불가능하며 또한 그런 시도조차 기울일 필요도 없었다는 걸 조금 진작에 알았더라면.

 by bluexmas | 2011/01/18 00:59 | Lif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at 2011/01/18 01: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20 00:39

아이고 죄송해요 ㅠㅠㅠ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1/01/18 01:31 

아니요.10번은…

블루마스님의 글과 삶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열혈팬.

1번은 날씨탓이려니 하고 넘기소서.

조금만 열을 내도 정전이 될지 모르는 위험으로 살고 있잖아요.

11.CJ가 좀 오만해졌죠.

남자들은 풀무원을 더 좋아하지 않나요?

두부값이 내렸다는데도 CJ는 너무 비싸.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20 00:39

아이고 민망한 말씀이세요ㅠㅠㅠ

CJ 너무 싫어요. 뭐 다들 그렇지만…

 Commented by 루아 at 2011/01/18 02:55 

13. 혹은 진심으로 살고 있다고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하며 산다거나…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20 00:40

오히려 그건 적어도 자신은 행복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