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금요일
사실은, 사실은 아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런 사진을 찍는 것은. 지난 10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예닐곱대의 디지털 카메라가 내 갈퀴손을 거쳐갔는데, 아마 모든 카메라가 이 주변에서 저 건물들을 한 번쯤은 눈에 담았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는 건 전혀 아니다. 273번을 타고 다시 홍대로 돌아갔다.
그와 아주 비슷한 사람을 보았다. 신사역 네거리와 을지병원(맞나?)사이의 언덕에서였다. 얼굴은 보지 못했으나 덩치나, 머리통과 이마가 정말 그와 비슷해보였다. 너무 빨리 지나가서 두 번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와 닮기는 했지만, 사실 정황상 그가 아닐 확률이 높았다. 그 길에서 그 시간에 혼자 택시를 잡고 있을리도 없지만,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코트를 안 입고 맨 정장 차림으로 있을만한 사람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와 내가 알고 지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서로를 알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알기로 자신을 절대 내보이지 않거나, 자신일거라고 믿는 자신이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건 그의 장점이었다. 나는 그걸 알고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노출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아마 지금이라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어쨌거나 그래서, 그와 나는 서로 모르는 사람인채로 어쩌면 좋았을 수도 있었을 관계를 정리했다. 그와 닮은 사람을 지나치고 목적지로 가는 동안 아직도 기억나는, 순수하게 좋았던 몇몇 순간들을 잠시 떠올렸다. 물론 그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여러 모로 내 능력 밖에 있는 일이었다는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어떤 면에서 부러워했지만 그가 내 삶의 지향점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 나는 너무
# by bluexmas | 2011/01/16 02:36 | Lif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