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hail Bulgakov /
소설 자체를 채 읽기도 전에 쏟아지는 연혁이며 각주를 보고는, 전자책으로 읽기 위해 처음 고른 책치고 너무 어려운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그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스크린으로 글자를 읽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전자책은 나름 까다로운 매체였다. 거기에 적응하기에 이 책은 그렇게 만만한 읽을거리가 절대 아니었다. 세 이야기가 제각각 펼쳐지는 구성에다가 옛날 냄새 적당히 나는 러시아어-영어 번역, 패러디 등으로 인해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중간 중간 들여다봐줘야 하는 각주, 그리고 주연급이라면 모를까 조연급이라면 기억하기 쉽지 않은 러시아 이름까지, 이 모든 것들이 한데 모여 이 책을 읽는 데는 꽤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렸다. 중간 중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지키기 위해 정한 차례며 규칙이므로 쩔쩔매면서도 끝까지 다 읽기는 했다. 그리고 그만큼 만화적인 상상력이며 이해하기 어렵지만 풍자라는 것은 알게 해주는 풍자 등등은 이 소설의 매력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의 구성 또한, 읽기에 집중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재미있었다. 백 한 권을 다 읽은 다음 다시 돌아와서 종이책-이 전자책은 펭귄 클래식으로 나온 것-으로 꼭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제대로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책에게 조금 미안했다.
다음 책은 Scott Fitzgerald의 <Tender is the Night>. 저 책을 읽고 난 다음이어서 그런지, 처음 몇 장을 펼치는 데 문장이 엄청나게 간결하게 다가왔다.
# by bluexmas | 2011/01/05 23:57 | Book | 트랙백 | 덧글(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