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
예상한 대로 일은 딱 세 시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지금의 이 상태를 ‘끝’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저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이다. 끝은 없고 시작이 또 다른 시작의 꼬랑지를 물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그런 상태가.
농담삼아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 안에는 진지함도 숨어 있었다. 올해의 목표는 안정적인 수입을 갖는 것이다. 물론 지금 하는 일도 아주 불안정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조금 성질이 다른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역시 가장 어려운 일은 나를 보다 더 많은 조각으로 나누어 각각 균형을 유지한 채로 다른 세계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이 작업이 왜 그렇게도 중요하느냐면, 그 모든 불필요한 것들을 다 쳐내고 두꺼운 껍질마저 벗겨내고 난 다음의 속알맹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물질적인 부분을 이야기했어도 그 가장 기본적이고 또 궁극적인 이유는 남 부끄럽지 않은 인간으로 작용하고 싶다는 바램이기 때문이다. 요즘 나의 가치관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러나 설사 도덕적으로 빌어먹을 인간으로 살아야 할 상황에 놓이더라도 밥값은 하는 인간이 되고 싶다. 지금, 그 소망을 속 주머니에서 조심스레 꺼낼 때가 되었다. 나는 나를 쪼개어 또 지난 2년간 지켜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편입시키려하고 있다. 플라나리아가 말했다. 어려울 때면, 저를 떠올려 주세요. 그러나 그도 메두사가 될 수는 없었다는 걸 나는 안다. 너무 많이 머리를 난도질해 놓으면 플라나리나도 결국은 죽고 만다. 내 손에 들어왔던 건 다섯 쪽이 한계였다. 다들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고 말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은 기억에 없고 그 말만이 남아 있다. 그래도 다들 안녕하시겠죠. 꿈틀꿈틀, 대상도 시간 속에 이미 바래버린 기억이 몸으로 존재를 말한다. 그러나 그 자신도 무엇을 위한 기억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이 기억이라는 것만 기억할 뿐이다. 그거라도 기특해서 가끔은 안아주고 싶어진다면, 당신은 마음이 약한=이 세상을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 머리 깎고 산에 들어가시려면 꼭 불러주세요. 머리는 안 깎고 그냥 산에만 들어가게.
# by bluexmas | 2011/01/05 03:15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