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달려
오후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해가 진 뒤 나가 달리기를 했다. 지난 주에 몸의 사정으로 달리기를 쉬었다. 어제그제, 많이 걷고 부엌에서 몇 시간씩 서 있어서 다리는 아팠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눈이 살짝 덮여 있었지만 트랙은 그렇게 미끄럽지 않았다. 내일이면 아마 얼어서 더 달리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부랴부랴 달렸다.
여러가지 두려움에 자반 고등어처럼 쩔어서 사는 요즘이다. 두려움의 알갱이는 굵다. 나는 알몸인채로 그 굵은 알갱이의 무더기에 파묻혀 있다. 온 몸은 지금까지의 ‘기본적인’ 세상 풍파에 긁혀 생긴 자잘한 생채기 투성이다. 그 상처난 몸에 굵은 알갱이들이 와서 닿는다. 삼투압에 의해 몸의 진액이 조금씩 스며 나온다. 고통스럽지만 대신 조금 더 오랫동안 썩지 않고 버틸 수 있다고 들었다. 그 말이 딱히 인내심을 증진시켜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버티다가 생각이 너무 많아 폭발해질 때쯤 밖에 나가 달린다. 그렇게 머리를 비우면 조금 나아진다. 배도 좀 같이 비우면 더 좋겠구만.
# by bluexmas | 2010/12/27 00:08 | Life | 트랙백 | 덧글(3)
저는 ‘생채기’에 대해 쓰기를 좋아하지만 다음날 읽어보면 결국 ‘엄살’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이내 비공개로 돌리고 맙니다. 하지만 bluexmas님 글은 정말이지 그런 느낌이 아니어서 유심히 읽게 됩니다. 그렇지만 사실 저는 라면하나 똑바로 끓여내지 못하는 사람이라 요리에 관련된 글은 덜 자세히 읽습니다.
뜬금없다 느끼시겠지만, 최근들어 제가 유심히 읽는 글이 많아진 듯 해서 갑자기 리플할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