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부신 금요일
일주일만에 외출했다. 오늘도 그냥 집에 있고 싶었다. 일 때문에. 그러나 또 일 때문에 나가야 했다. 물론 내가 세상일 모두를 하는 건 아니다. 그럼 돈도 많이 벌고 좋겠지만.
오랜만에 외출했더니 마음이 부셨다. 눈이 부신 것과는 다르다. 그건 빛 때문이고 마음이 부신 건 시간 때문이다. 억지로 따져보자면 둘 다 소리 없이 흐른다는 공통점은 있다. 둘 다 선택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빛이나 시간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소리를 내면서 흐르는데 어울릴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니까 바람처럼. 그나마 시간 때문에 부신 건 다행이다. 사람때문에 부시면 좀 곤란하다. 소리는 물론이거니와온갖 요동마저 쳐 대기 때문이다. 아 그래, 지랄발광을 한다고 하면 되겠다. 어쨌든 평온하지 않다. 마음의 표정이 찌그러질 것이다. 그렇다, 마음에도 표정이 있다. 그러나 눈코입으로 이루어진 표정은 아니다. 마음에는 주름만 있다. 그게 부분부분 덜 또는 더 접히고 펴지는 상태를 마음의 표정이라고 정의한다. 그냥 내 마음대로 그렇게 정의한다. 얼굴에는 주름이 별로 없지만 그 대가로 마음은 자글자글한 내가 그건 좀 안다. 사실은 계속 집에서 문을 닫고 있어서 바람마저도 소리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때로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 너무 오랫동안 집에 있어 말의 우물이 차고 넘쳤지만 두레박은 언제나처럼 한 개만 달았다. 예고도 없이 말라버릴까봐 두렵기 때문이었다. 그건 곧 나에게 더 처참한 죽음을 의미한다. 덜 처참한 죽음 생각만으로도 삶은 가득 찬다.
# by bluexmas | 2010/12/11 03:40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