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푸 두 번째 방문과 “파워 블로거 우대”
얼마전 교토푸에 또 다녀왔다. 아는 분이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간 것. 지난 번에 먹은 것과 똑같은 ‘가이세키’를 시켰는데 구성은 별반 다른 게 없었다. 지난 번의 크림 브륄레 대신 두부로 만든 티라미수(사진 맨 오른쪽)가 나왔는데, 커피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식감도 좋고 깔끔한 느낌이 훌륭했다. 다만 지난 번에도 맞지 않는 맛의 조합이라고 생각한 초콜릿 미소 케이크는 이번에도 좋은 느낌이 아니었고, 그 전보다 완성도가 떨어져서 맛도 없었다. 초콜릿 케이크가 살짝 더 구워져서 마른 느낌이었고, 미소 카라멜 소스에서도 된장맛이 지나치게 났다.
그때는 뭔지 잘 모르고 별 생각없이 먹었던 현미 초콜렛에서도 쌀의 향이 은근하게 두드러졌다(다만 아주 살짝 더 부드러웠더라면). 대부분 먹어본 것들이라 신선한 느낌은 없었지만, 여전히 완성도가 높은 디저트라고 할 수 있었다.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보다 바로 그 “파워 블로거 우대”에 관한 것. 일행에게 보여주려고 음식 관련 책을 한 권 들고 갔는데, 그걸 본 웨이터-우리 자리에 음식을 가져다 주던-가 혹시 음식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단지 사진을 찍으며 “파워 블로거 놀이”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파워 블로거들이 글을 올리고 나니 매상이 올라가서, 오면 우대를 해 드리게 된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대체 어떤 분-‘파워 블로거’라고 찍힌 명함 들고 다니는 그분들이셨을까?-들이 왕림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게 입장에서야 돈 벌기를 마다할 필요가 없으니 그럴만한 건덕지가 있다면야 우대고 뭐고 해주든 말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자칭이든 타칭이든 파워 블로거가 아닌 손님들에게 대놓고 떠들어댈 필요는 없지 않나? 나는 그날도 음식이 돈값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돈을 내고 받는 대가라는 것이 누군가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열등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나빠졌다. 한마디로 하자면, 누구한테 잘해주든 말든 나는 상관할 바 아니다. 그렇지만 그걸 다른 손님들에게 뭐 자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떠벌여대는 건 가게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도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 웨이터도 붙임성이 좋은 편이고 친절했으니 그냥 그런 차원에서 이야기를 꺼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다. 그러나 교토푸 정도면 가격도 내놓은 음식도 싸구려거나 허술하지 않은데 그런 이야기를 해서 입맛 떨어지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두 번 비슷한 음식을 먹었으니 그 이유 때문에라도 당분간은 가지 않겠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 나빠져서 또 가게 될 것 같지 않다. 좀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 교토푸가 수준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이야기에 실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아마추어처럼.
한강진, 이태원, 디저트, 디저트카페, 교토푸, 파워블로거
# by bluexmas | 2010/11/27 10:14 | Taste | 트랙백 | 덧글(10)
파워블로거가 오면 우대라… 딱 보면 얼굴에 파워블로거라고 쓰여있는걸까요;
2. 동의합니다. 더구나 단골에게 110 주면 다행이지만, 단골이라고 슬쩍 아무렇게나 하는 곳이 더 싫던데…. 🙂
3. 1과 2가 상반되네요. 인간의 마음이란…. 🙂
4. 역시 자기 PR이 아주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