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는 잡담

1. 주차장 골목 뒷편에서 <매@는 외박중> 촬영 현장을 뚫고 지나갔다. 화요일 밤이었다. 적당히 술에 취해있었는데, 일행이 부피 큰 짐을 들고 다니길래 내 차(도 아니기는 하지만;;;)에 넣으려고 차 대놓은 곳에 갔더니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 알고 봤더니 열심히 드라마 찍으시는 중이었다. 짐을 넣고 다시 일행을 만나러 가는데 어두운 골목에 두 어린 남녀주연이 손을 잡고 대기중이었다. 물론 둘 다에게 관심 없지만, 여자 배우(이름을 굳이 쓸 필요는 없겠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작고 말랐고, 그만큼 더 안돼보였다. 오래 전, 내가 어딘가에서 보았던 그 눈빛을 이제는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왠지 웃겨서 막 웃었다. 나 때문에 촬영이 지연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딱히 미안하지는 않다. 내 차(도 아니기는 하지만;;;)이 드라마에 나올지도 모르겠다. (가짜)주인은 DMB프로그램 인터뷰 했다가 통째로 편집되어 못 나갔는데 차 팔자가 내 팔자보다 나은지도?

2. 스튜와 라구 사이에서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음식을 만들어 저녁으로 먹었는데, 무슨 콩이 밤새 불리고 한 시간 삶았는데도 전혀 물러지지 않아서… 나중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두 시간 삶으란다. 모니터 부여잡고 울었다. Corona Bean이라고, 꽤 큰 놈이다. 강황과 큐민, 기타 향 강한 양념류를 불에 좀 오래 볶아서 향을 내고, 토마토 소스도 함께 볶아 맛을 냈다. 겨울은 스튜의 계절이다, 라고 말하려다 너무 해외 물 먹은 냄새가 나서 잠시 주춤,했다.

3. 내일은 외출하는 날(외출이 거의 행사 수준인 가련한 경기도 남부민+유사 실업자. 돈 없어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나가지 못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 취재도 해야 되는데 카메라 두 개 들고 나가기가 귀찮아서 어떨지 모르겠다. 표준 줌 렌즈가 하나 필요한 시점이 된 걸까…

3-1. 갑자기 생각나서 카메라 렌즈를 뒤지다가 급기야 지르기 직전의 시점까지 갔으나, 말도 안되게 복잡한 온갖 포인트 제도 등등에 학을 떼며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번가는 T 멤버십 포인트도 쓸 수 있는 것 같은데, 카드를 잃어버린 다음 다시 만들지 않아서 번호를 모르고 따라서 포인트를 쓸 수 없다. 꽤 모였는데. 아 정말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거 정말 너무 복잡하다니까. 100가지 옵션이 있고 그걸 다 모르고 뭔가 하면 완전히 손해보는 느낌이 들도록 만드는 나라다. 사려는 렌즈는 썩 비싼 건 아닌데 정품이라고 붙여 놓고 벌크로 팔고, 박스 있는 건 2만원 더 붙이는 건 대체 어느 나라 매너냐?

4. 천천히 달리기를 한다. 5km. 일단은 일주일에 세 번 하는게 목푠데 두 번까지 하다가 자꾸 안 하게 된다. 요즘 배가 나온 것을 보면서, 나는 분명히 임신 중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어진다. 이를테면 일종의 만성임신 상태인거겠지. 이왕이면 딸을 낳고 싶다. 아들인 나같을까봐 싫은데 나같고 딸이면 최악인거 아닌가…(…)…

5. 뭔가 불안한 상태에 빠지다 보니 장기 할부로 엄청난 물건들을 질러버릴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다(라고 말하고 렌즈를 찾아 인터넷을 뒤졌다;;;). 쇼핑을 해야 살아 있는 것처럼 느끼는 시대와 사회. 허허벌판으로 이사가고 싶다. 아무 것도 없어도 되는 곳에서 살고 싶다.

6. 생전 여드름 안 나는 축복받은 피분데 이마 한 가운데에… 내일은 우연히라도 아는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 궁여지책으로 스스로 앞머리를 낼까 잠깐 생각했다가 미친 짓일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7. 몇몇 군데에 이런저런 블로그들이 더 있는데 거기엔 사람이 별로 안 온다. 그 상대적 박탈감이란.

8. 시집을 읽었다. 거의 생전 처음이 아닐까 싶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읽다가 막 낄낄거렸다. 이거 완전 내 취향이잖아! 이러면서… 시에 관해서라면 나는 완전 문외한. 대학 4학년때 <문예창작의 이해>를 들었는데, 시를 쓰라고 해서 한 편 쓴 적은 있다. 제목은 무려 <개 같은 내 인생>. 아, 이거 어디 있으면 찾아서 올리고 싶은데. 손발이 미치도록 오그라들 것 같다. 그때도 아마 억지로 썼지.

9. 글쓰기라니까 생각나는 건데… 아니다, 이 얘기는 지금 할 게 아닌 듯.

 by bluexmas | 2010/11/26 01:29 | Life | 트랙백 | 덧글(17)

 Commented by JuNeAxe at 2010/11/26 01:50 

예전에는 이런저런 쇼핑몰마다 다 포인트 모으고 그랬는데 요즘은 귀찮다고 몇몇군데만 쓰고 다른데는 아예 쳐다도 안보네요. 그러다가 나중에 보고 더 싸면 거품을 물고…(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30 00:14

@@번가 정말 구리네요. 포인트 다 쓸때까지만 애용하고 탈퉤해야 되겠어요 퉤퉤-_-

 Commented by JuNeAxe at 2010/11/30 00:20

거기 문의&상품평 판매자 임의로 삭제된거보고 정떨어져서 전 딱 한번 쓰고 다신 안써요ㅡ_ㅡ;

예전에 찾던 주방가위가 거기 가격이 제일 괜찮길래 주문했는데 송장번호만 입력되고 일주일째 물건이 안오고있길래 너무 늦는거아니냐고 문의했더니 답변도 없이 그날부터 배송진행되고 다음날 도착하더라고요.

그래서 판매처가 참 성의없다고 평을 올렸더니 다음날 제 문의도 사라져있고 상품평도 사라져있었습니다 분명 그 상품이었는데ㅡ_ㅡ 판매자가 임의로 평을 삭제할수 있다는데서 거기는 신뢰도 추락ㅡ_ㅡ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30 00:24

완전 무개념이네요. 그래도 11개월 무이자는 정말…

 Commented by JuNeAxe at 2010/11/30 00:26

멤버쉽 할인이 참 아깝지만.. 저도 생각난김에 탈퉤해야겠어요 퉤퉤ㅡ.ㅡ

 Commented at 2010/11/26 05: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30 00:15

아 몇몇 군데… 트위터에 업데이트 소식을 올리거든요. 블로그에서도 언급을 해야 되겠네요 🙂

 Commented at 2010/11/26 07:2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30 00:16

저도 전라도에서 사온 청국장 끓였는데 엄청 짜서 두 배로 불리고 두부도 엄청 많이 넣었어요. 청국장과 두부, 결국 콩인데 다 맛있죠^^ 정말 사람들 만나야 되는데 얼굴이 맛가거나 그날 배가 더 많이 나왔거나 하면 좀 슬프죠…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0/11/26 08:56 

트윗 타임라인에서 대체 무슨 강철콩을 삶으시나 했더니 종자가 특이한 것이었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30 00:16

네 무지하게 큰 놈이더라구요. 콩을 삶기 전에 물에 담그는 것이 별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밀납인형 at 2010/11/26 09:39 

친구(성별이 남자)에게 “너 작년에 봤을때도 임신중 이었잖아.어째서 지금도 임신중 인거야.출산은 도대체 언제 할건데!”라고 했더니..친구 왈..”둘째야..”가 생각나서 풉. 터졌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30 00:16

저는 네째정도 되는 것 같아요 ㅠㅠㅠ 배는 점점 더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역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이겠지요…

 Commented by 당고 at 2010/11/26 11:43 

그 드라마는 홍대에서 하도 자주 찍어서 안 마주치기 힘든 것 같아요.

여주인공 너무 말랐음;

오늘 춥다는데 외출 계획 있으시다니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30 00:17

여주인공 안쓰럽습니다. 별로 매력이 없네요. 여자도 소녀도 아니고…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11/27 21:13 

딸 낳으시려구요?…^^

이쁠 것 같은데요 직접 뵌 적은 없지만…싱크로율,뭐 이런 거와 부녀지간이 연결되진 않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30 00:17

글쎄요 그걸 심각하게 고민할 나날이 올지는 잘 모르겠네요. 안 올지도 모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