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1. 기본적으로는 별 탈 없이 보냈다. 미국까지 갔다와서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꾼 건 좀 상쾌하지 못하지만… 직장인들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 거의 바로 일을 시작해서 글을 몇 개 썼다. 두 시간동안 아주 집중적으로 노동을 해서 반찬 몇 가지를 만들고 찌개를 끓였으며,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단호박파이를 만들고 남은 속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만들어 먹은 뒤, 소파에 누워있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다시 비척비척 일어나 글 하나를 더 쓰고 현미만으로 밥을 안친 뒤 밖에 나가 5km를 달렸다.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박민규의 <더블> 1권에서 처음 두 편을 읽고, 돈 안되는 일을 주섬주섬했다. 말타면 경마잡히고 싶어지고, 호박파이를 만들면 사과파이도 만들고 싶어져서 집중적으로 비디오를 들여다보았다. 뭐니뭐니해도 파이는 사과파이니까. 선키스트 레몬을 한 상자, 엉겁결에 사놓아서 그걸로 레몬 타르트도 만들어볼까 한다. 아니면 머랭을 얹은 레몬머랭파이던가… 어디 납품이라도 해야 되는 걸까 정말.

2. 2와 3이 눌리지 않던 전화기는 오늘 또 멀쩡해졌다. 최근에 통화한 목록을 뒤져서 몇 군데에는 전화를 했는데, 다른 곳에도 전화할 일이 생겨버렸다. 온갖 지랄을 다 하다가 2와 3을 각각 30초씩 전화기가 부서져라 누르고 있었더니 거짓말처럼 또 멀쩡해졌다. 가장 먼저 전화번호부에 걸어놓은 비밀번호부터 풀어놓았다. 이 전화기가 언제 또 안 멀쩡해질지 나도 잘 모르겠다.

3. 가끔 내가 이 일을 왜 하더라? 라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상관도 없고 이득도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하고 있지?

4. 조금 더 자세히 점심 얘기를 하자면… 며칠 전에 나주에 갔다가 사온 청국장을 끓이고, 곤약과 마른 새우 조림, 오뎅 볶음을 만들었다. 그건 다 저녁에 먹었고, 점심으로는 며칠 전에 비디오로 배운 버섯 소스 파스타를 먹었다. 버섯을 센 불에 카라멜화 한 다음, 거기에 육수를 부어 소스를 만드는 식이다. 우마미의 향연이라고나 할까?

5. 너무 피곤해서 자고 싶은데 정작 양치질 하기가 너무 귀찮아서 인터넷보면서 멍때리는 경험을 하시는 분이 나 말고 또 있는지… 치실까지 의무적으로 해야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귀찮아서 멍때리게 된다. 조물주가 이를 착탈식 시스템으로 만들었다면 좀 좋았을까?

6. 내 글이라는 게 있나? 라는 생각을 했다.

7. 몸의 하루와 마음의 하루는 따로 있다.

8. 귀찮다.

 by bluexmas | 2010/11/17 01:05 | Life | 트랙백 | 덧글(27)

 Commented by 팀리 at 2010/11/17 01:16 

5. 제가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1 00:39

어째 지금 또 그러고 있습니다 저도….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0/11/17 02:51 

대문에 걸린, 디자인하신 패턴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저 긴 회색 띠를 들여다보다가, 조금 천천히 그리고 짧게 다니시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자신을 조금 지나치게 조이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굳이 안 그러셔도 되는 분인데 말입니다. 그냥, 거두절미하고 bluexmas님의 요리책을 쓰시면 어떨까 싶어요. 쌀만 좀 넉넉히 사도 놓고요.

 Commented by cleo at 2010/11/17 09:14

bluexmas님의 요리책 내시면 무조건 사는겁니다.

( 평생.. 글만 쓰셔도 밥 먹고살 수 있도록..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1 00:39

네 뭐 요리책도 뭐도 다 쓸 수 있으니 뭐 보내면 답이라도 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케팅은 소득이 별로 없네요 이상하게도… 도움이 되는 말씀입니다. 좀 느근하게 살고 싶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1 00:40

클레오님 먹고 사는 건 둘째치고 일단 다음 책 낼 수 있을만큼만 팔면 참 좋겠더라구요ㅠㅠㅠ

 Commented by JuNeAxe at 2010/11/17 04:33 

5번은 아주 많은 분들이 겪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늘 그렇습니다;;; 화장까지 한 날이면 더 지옥이고요;;; 오늘은 양치질을 하고나서 맥주를 마셔서 제 무덤을 팠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1 00:40

뭐 맥주 정도야 음식이 아니니 괜찮…술이잖아요;;; 괜찮습니다;;;

 Commented at 2010/11/17 08: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1 00:41

계속 도전해야 늡니다. 늦게 퇴근해서 만드시거나 그런 거 보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경우 정말 많지요… 뭐 그것도 나름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요. 귀찮은게 갈 수록 느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cleo at 2010/11/17 09:09 

1.저한테 납품하세욧! ㅋㅋ

2.빨리 전화 바꾸시는게 좋을 듯.. 제 번호에도 ‘2’가 등장하니까 곤란합니다-.-

3.돈되는 일에는 무심한 듯 쉬크하게 ‘패쓰’하면서.. 대체 왜 그러세요??

(제가 묻고싶은 말..)

4.늘 느끼는 바지만.. 혼자만 너무 잘 먹고 잘 사는 듯.

5.’착탈식 시스템’은 지금이라도 가능하지만.. 생니를 다 뽑는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씨익.. 웃을때 하얗게 드러나는 치아가 ‘bluexmas님 매력포인트’였는데.. ㅠㅠ)

6.’bluexmas’님 글 속에 ‘블루마스’님 색깔이 보입니다.

살아온 세월, 은근히 좋아하는 것,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것, 추구하는 삶.. 다 보여요!

7.그것을 합체시키면 완벽한 행복에 도달합니다. (그것도 어느 ‘순간’이지만..)

8.그럴때도 있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2 13:29

앗 돈 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_- 알려주세요 저도 해 보고 싶네요… 전화기는 요즘 멀쩡합니다. 그리고 저장되어 있는 번호는 바로 걸 수 있어서 괜찮습니다^^

 Commented at 2010/11/17 12: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2 13:29

네 됩니다^^

 Commented at 2010/11/17 12: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2 13:31

네 레시피는 결국 안 올리기로 결정했는데, 거의 미친 레시피에요. 사랑은요 뭐…-_- 민망합니다.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11/17 12:29 

우리집 전화기는 5가 눌러지지 않지요.-.-;;

전 매일 이너넷을 하면서 멍때리는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2 13:31

인터넷하면서 멍때리는 순간이 참으로 행복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멍때릴 수 있는 시간이 많으면 행복해요-_-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11/17 12:55 

내가 이 일을 왜 하더라? 라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상관도 없고 이득도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하고 있지? 모르니까 알고 싶어서 그리고 있어요 는 뻥이고…..좋은 것 같기도 하고 싫은 것 같기도 하고..뭔 이율 갖다 붙여도 이유가 될 것 같아요 으으-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2 13:32

그냥 저랑 아예 상관 없는 일을 지난 주에 좀 하느라구요. 이래저래 좀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Commented by 나녹 at 2010/11/17 13:41 

미국에 있으면서 군대꿈을 꾸는 사나이가 여기 있습니다-_-+ 가끔씩 “아니 대체 왜??!!?” 하며 깨어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2 13:33

아이고 나녹님도 군대에서 고생 좀 하셨나봐요-_- 오시면 같이 군대 얘기나 할까요-_- 술은 제가 삽니다…

 Commented at 2010/11/17 13: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2 13:33

아 그렇게 파니니 해 먹으면 맛있죠. 저도 어디엔가 올린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은 잘 안 나네요. 땅콩버터랑 같이 발라서 파니니 해 먹으면 맛있지 않을까 싶어요.

 Commented by black at 2010/11/17 17:36 

1. 저한테 납품하세욧! ㅋㅋ (2)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2 13:34

아 네;;; 쏟아지는 깨를 모아 타히니를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11/23 22:19 

요때 꾸신 꿈이 예지몽이었나요…

온 나라가 벌집 쑤신 듯 난리네요.

이 와중에도 예비군 소집한다는 말도 안되는 허위문자를 날린 뭐같은 넘들이 존재하는 나라.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