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의 땀구멍

이 활짝 열리는 밤이 있다. 어젯밤이 그랬다. 모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것까지 타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밖에 나가야 하므로 서둘러 잠을 청했는데 모기 날아다니는 소리에 정말 땀구멍이 활짝 열려 평소라면 감지할 수 없는, 어두운 시간의 결 사이사이에 숨어 들어 있는 밝은 시간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덕분에 깰 때까지 가수면 상태에 시달렸다.

그런 가수면 상태에 딸려 온 건, 다시 회사를 다니는 꿈이었다. 나는 계단을 오르락내리락거리고 있었다. 도면을 집으로 아랫층으로 내려갔다가 잘못된 도면을 쐈다는 걸 알고 다시 올라가는 상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회사가 그 회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대로 있었다.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그러나 기쁘지는 않았다. 알람이 울려 가수면 상태에서 깨어났다. 밤은 끝났지만 잠은 끝나지 않은 기분이었다. 나가야 한다.

 by bluexmas | 2010/11/14 06:39 | Lif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11/14 08:21 

대학 졸업하고 한 3년을 백수생활을 했었는데 그때 저도 저랬던 것 같아요.

웬지 식구 많은 집의 큰딸이고 그 집이 그닥 형편이 괜찮지 않으면 어딘가 소속되어 정기적인 출근을 하는 직장에 다녀야 집에 그간 키워준 보답이라도 해주는 양.

근데 모기한테 별로 물리는 걸 좋아하지 않으시는,,,저처럼 O형?!ㅋㅋ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15 18:15

글 쓰시려고 그랬나봐요…

정기적인 출근보다 정기적인 수익이 더 목마른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에이형이구요, 물려도 상관은 없는데 소리 때문에 잠을 깨서요.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11/14 09:59 

모기…….. = =;;;;; 진짜 잠못들게 하지요. 그 위잉~ 하는 소리가 들리면 갑자기 귀가 소머즈의 귀처럼 뻥~ 뚫려버리는 거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15 18:16

저는 잠이 확 깨어버려요. 소리에 너무 민감해서 그런가봐요. 모기는 정말 싫습니다.

 Commented by JuNeAxe at 2010/11/14 16:49 

그래서 방에 친 모기장을 아직 걷어내지 못했습니다. 방문 앞에 붙이는건데 흉물스럽다싶기는 해도 고맙게 여름나기도 했고, 겨울에도 계속 함께하게 생겼어요.

피곤할때 꼭 예전에 피곤했던 상황의 꿈을 꾸더라고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15 18:16

피곤할 때 꼭 예전에 피곤했던 상황의 꿈을 꾸어서 더 피곤해지니 삶이라는 것이 정말 피곤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_-

 Commented by 눈부처 at 2010/11/14 20:52 

제목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한줄 남기지 않을 수 없군요. 오감의 땀구멍이라니 오묘합니다 ㅋ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15 18:16

네, 땀구멍 활짝 열리면 뭐든지 들어가고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