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디에 이스파한 재시식, 에릭 케세르 케이크 2종
토요일에 아몬디에에 다시 들렀다. 이스파한을 다시 먹어보기 위해서였다. ‘아 너무 맛있어서 또 먹어야 되겠다’ 뭐 이런 생각이 든 건 아니었다. 장미향이 난다고 들었는데, 정작 나는 전혀 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왜 그거 가지고 유난을 떠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확인하고 싶었다.
받아들면서 보니, 포크로 잘라 먹으라는 배려인지 바깥쪽 날이 더 두꺼웠다. 그러나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 이스파한은 그걸로 자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다. 지난 번에 먹은 것보다 더 단단한 느낌. 정말 마카롱 껍데기는 쫄깃쫄깃하다 못해 질긴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모든 음식을 막론하고 좋아하는 바로 그 식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정말 모든 오감을 총동원해서 먹어보았는데(-_-), 정말 아주 희미한 장미향이 느껴졌다. 거의 체면치레하는 정도? 장미향이 이 디저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았다. 과연 장미향이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게 외국에서 데려왔다는 그 파티셰의 자발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그 고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라는 매니지먼트의 지시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했다. 만약 후자라면 웃기는 일이다. 양념이 재료를 덮어버릴 정도로 많이 들어가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음식, 특히 외식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면 디저트도 조금 더 강렬한 맛과 향을 가진 것이 좋은데 이런 종류는 대부분 일본의 영향을 받은 유럽풍이거나 알아서 기거나(?)하는 식이라서 대부분 그 맛이냐 향이 소심해서 그 짝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 그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파티셰가 눈에 띄길래 물어보고 싶었으나 뭐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열린 주방이니 다 보이는데 매@유업의 생크림팩이 있길래 혹시 이 맛의 원흉(?)이 저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 나는 매@유업의 유제품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아마 일종의 편견인듯.
이번에 먹은 건 지난 번 것보다 마카롱 껍데기에서 아몬드 맛도 많이 나는 등, 장미향을 빼놓고는 그래도 풍성한 느낌이었지만 식감은 정말 엉망이었다. 쫄깃하다 못해 질긴 껍데기에 치약과 같은 느낌의 리치(?)크림이 주는 느낌이 너무 뻣뻣해서, 그 사이에 들어 있는 연약한 산딸기가 가련하다느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궁금증은 풀었으니까 됐다.
그래도 아몬디에 디저트들의 ‘뽀대’는 그래도 참 훌륭하다. 특히 에릭 케제르에서 파는 것과 비교하다면 그러한 점이 더 두드러진다. 1,000~2,000원의 가격 차이가 완전히 뽀대에만 집중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이번에는 새로 문을 연 프라자점에 가봤는데, 여의도점에서 느낀 것과 같은 조잡함은 여전했다. 같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 같으니 그럴만도 하다.
카시스와 오페라(하나가 4,500원, 또 다른 하나가 5,500원이었는데 어떤 게 얼마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_-)를 하나씩 사다가 먹어보았다. 아무개님이 드셨던 것과 같은데, 다른 것들은 일단 외양부터 별로 식욕을 돋우지 않았다. 뭐랄까 굉장히 아마추어스러운 느낌의 마무리였다. 특히나 두 케이크 위에 올린 생 아몬드와 피스타치오는 정말… 이게 그야말로 클래식한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갈 때쯤에는 눅눅해지는 견과류는 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카시스는 일단 색깔부터 두드러지는 가운데의 카시스 무스가 맛의 하이라이트이고, 나머지는 식감으로 뒷받침해주거나, 카시스의 신맛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예전의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산딸기 퓨레의 신맛, 특히 그 마지막 여운을 싫어하는데 이 무스의 신맛은 그래도 적당히 산뜻한 수준에서 끝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결국은 퓨레를 들여다가 만들 확률이 높으니…
오페라는 초콜렛과 견과류가 함께 내는 맛이 굉장히 진했다. 다만 견과류의 양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식감에 살짝 방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맨 위의 젤라틴 켜. 원래는 글라사쥬여야 하는 것인데 저런 식으로 같은 효과를 내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굉장한 신축성을 지니고 있어 케이크의 전체 식감에는 부정적인 요소였다.
심지어는 단면마저도 그다지 가지런하지는 않은 것이 조금 더 겉보기에 신경을 써야 되지 않나 생각이 되는 케이크들은, 그래도 맛이 굉장히 풍성하다는 측면에서 마음에 들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웬만한 곳에서 먹을 수 있는 디저트들은 대부분 그 맛이 소심하다. 어딘가는 단맛을 너무 뺐고, 또 어딘가는 지방을 너무 뺀 느낌. 물론 그 둘 모두를 뺀 듯한 느낌이 드는 곳도 많다.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풍성한 느낌이 드는 디저트를 더 많이 먹어볼 수 있다면 좋겠다.
<경>음식 밸리 및 전체 탑 장식<축>-기념 업데이트 및 모자간의 대화와 갈등(당일 한정)
나: 어머님, 이 미천한 소자 짱먹었사옵니다.
모친: 그래?
나: 네 어머님, 그 기념으로 짱먹은 이미지 캡춰한 걸 포스팅에 덧붙이고자 하오니 허락해 주시옵소서.
모친: 그건 네가 알아서 할 바겠지만, 그럴 경우 주변이 시끄러워지지 않겠느냐?
나: 무슨 말씀이신지…
모친: 노파심에서 하는 이야기니라.
나: 어머님께서 이제 연로하셨으니 어머니의 마음이야 당연히 노파심일 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사옵니다.
모친: 우리 집안 체통을 생각해보거라. 밸리 탑 한 번 먹었다고 경거망동하는 걸 아버지께서 아신다면…
나: 알고 있습니다, 어머님. 그렇지만 이번 한 번만 허락해 주시옵소서.
모친: 못난 것!
나: 어머님…ㅠㅠ
모친: 물러가도록 해라. 뭐라고 해도 네 멋대로 할테니 상관하지 않겠다만, 단 한 번의 경거망동으로 호부호형할 기회를 박탈당하더라도 네 에미나 아버지를 원망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나: 어머님ㅠㅠ 너무하십니다, 어머님. 이게 어떻게 먹은 밸리 탑인데…ㅠㅠ
아몬디에, 이스파한, 에릭케제르, 카시스, 오페라, 디저트, 케이크
# by bluexmas | 2010/11/08 11:39 | Taste | 트랙백 | 덧글(34)
비공개 덧글입니다.
삶이 화덩어리입니다^^;;; 내일 모레가 마감이에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신기하네요오…
다소 치사하게(!) 하나 하나 따져가며 보는 사람들까지 끌어안고 가기엔 조금 무리다 싶은..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견과류가 지나치게 많은 것도 별로.. 아우, 참 먹어보고 싶은데
선뜻 손이 안 가게 생겼네요. 어쩌나. ^^ ;;
출장만남이라니!!!
그나저나 장미향이 먹을 거에서 난다는 거 전 별로 즐길 수가 없더라구요
일단 제대로 만들어진 걸 맛보지 못해서일 공산이 크지만
모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장미향 마카롱 -아 그 tasty Blvd라는 곳 거였구나
어쨌든 다들 맛있다길래 먹어봤는데 으엑…이었거든요.
그나저나 장미’향’ 마카롱일까요 장미’맛’ 마카롱이었을까요
으으 진득한 디저트 이야기 한 이후로, 뭔가 만족할 만한 ‘단 거’를 찾다가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근데 저 아몬드 피스타치오 장식 조금 너무 하네요;
구색만 갖췄어!; 장식엔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먹기만 하는 사람이 까다롭긴)
음식밸리 ‘짱’ 먹은거 경하드리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스파한, 카시스와 오페라 시식기보다는,
밸리 탑 한 번 먹었다고 경거망동하는 블루마스님이 더 귀엽습니다~^^
(이번 한 번이니까.. 모친께서도 용서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저런 디저트케잌을 더 많이 먹어볼 수 있다면 좋겠다..니요?@@
몸매관리는 어찌하실 생각인지…
몸매 걱정도 해 주시다니, 클레오님이 어머니 같습니다-_-
저는 ‘bluexmas’님 같은 아들 필요없어욧!!!
ㅋㅋㅋ
입양할까요?-.-
저희 집에 오셔서 빵도 굽고,
쿠키도 만들고,
밥고 하고.. 김치도 담그고 하시는 겁니다.
앗싸!!
사랑 많이 해줄께용~ 히힛!
그나저나.
지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어머니 사랑을 꿈꾸다니..-.-
바쁜 일 마무리하셨나, 봅니다.
좀 쉬면서.. 멋진 하루 보내세요~!
전, 점심 먹으러 갑니다..
이름만 들어도 장미향이 물씬 풍기는 것 같은데
실제론 그닥인가봐요? ㅎㅎ
언제부턴가 특히 만족스러운 오페라를 보기가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추천해주실 곳이 있는지 여쭙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