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침도 예술로 뱉는 남자
어느 중국식 “주점”에서 아주 맛있게 저녁을 먹고 있는데 똘망똘망한게 장래가 촉망되는 차림의 홍대 패셔니스타 세 명이 들어와서 옆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남자 한 명에 여자 두 명이었는데, 남자는 음악을 하고 여자 하나는 무슨무슨 공예를 하는 모양이었다. 들어오자마자 남자가 주인 아주머니에게 공부가주의 가격을 물어보았는데, 분위기로 봐서는 별로 비싸지 않은 술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가격을 듣더니 이과두주로 급선회, 거기에 칭따오 한 병과 깐풍기 한 접시(12,000원 상당)를 더 시켰다. 그리고는 바로 담배를 꺼내 탁자에 올려 놓았다. 아주 가까운 자리라 담배가 거슬렸지만 금연 식당은 아니었으므로 내가 뭐라 할 말은 없었다.
주로 남자를 위주로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고가던 가운데 깐풍기가 나오자, 남자는 “아, 기관지가 안 좋은가봐.”라며 재털이에 진하게 소리를 내며 그만큼 진한 가래를 뱉았다. 일행과 나는 요리 두 접시를 너무나 맛있게 먹은 나머지 그 대세를 이어가자며 막 해물볶음면을 시킨 찰나였다. 나의 식욕이 곤두박질치는 소리가 들렸다. 시킨지 얼마 안 되는 것이었다면 아마 취소하고 나갔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타이밍이 아니어서 그냥 앉아 있었다. 세 명은 계속해서 담배와 깐풍기와 칭따오와 이과두주를 매개체 삼아 삶과 음악과 미술을 포함한 예술 기타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는 두 사람이 해물볶음면을 다 먹는 동안 진한 가래를 두 번 더 재털이에 뱉았다. 계속해서 예술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보니 가래침 소리도 나중에는 예술적으로 들렸다. 가게를 나오며 역시 예술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거의 뱉을 일도 없지만, 내가 가래침을 뱉는 소리는 그냥 가래침 뱉는 소리 즉 삶의 소리로 들릴 뿐이지, 예술적으로는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예술적인 삶을 살면 가래침 뱉는 소리도 예술적으로 들릴까? 막히는 강변북로를 타고 내려오며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강변북로의 차도 예술적으로 막힌 것처럼 보였다. 물론 한강이야 언제나 예술적으로 흐르고.
# by bluexmas | 2010/11/05 00:20 | Life | 트랙백 | 덧글(10)
그러나 전 더한;; 얼마전 [충주댁 양은솥밥]에서 백반 먹는데, 사람죽이고 15년 교도소 갔다왔다고 지껄이는 깡패들이,그 밥집을 복덕방처럼 이용하나보더군요. 식당아줌마가 벌써 4시간째 가게 내에서 담배피면서 이러니 손님이 안온다고 신경질내더군요.. 어디 깡패가 그 정도에 쫄겠습니까, 계속 안나가고 자기들끼리 말싸움입니다;;
가게주인이 똥파리 몰아낼 능력없으면 못 가는거죠…이렇게 저는 밥집 하나를 날려보냈습니다 ㅠ.ㅠ
왜이리도 생생하게 그날의 감격(~!)을 옮기셨답니까.
예술하는 다른 사람들 얼굴까지 먹칠하는 어중간한 넘들이구만요.
드러워 죽겠네.침은 화장실에서 뱉든지 하지…
어제는 벤치에서,가래침을 이 사이로 뱉는 연습을 하는 고딩이를 보고
토악질을 할 뻔했는데…
그들은 담배값을 한 1,2만원으로 올려도 잘도 사서 피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