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카오 넛카오
10:20 오산 내 뒤에 탄 대학생 추정 여자아이는 오산에 단 하나 있는 엔@리너스 커피를 들고 탔다.
11:10 강남역 버스가 생각보다 조금 걸렸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여자아이가 내리다 말고는 커피컵을 의자 컵꽂이에 두는 걸 목격했다. 뭐 그래도 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들고 내려가서 버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라고 마음 속으로만 훈장 및 꼰대질).
11:40 역삼초등학교 모 카페 에스프레소와 하우스 블렌드 드립. 더치커피를 하는 곳이라면 믿음이 안 가는 요즘 현실. 아, 찾아가는 길에 드라마 파스타 때문에 떴는지 어땠는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한 모 파스타 가게에서 무려 ‘반냐 카우다(Bangna Cauda)’를 판다고 현수막을 걸어놓은 걸 발견했다. 나도 원작자님의 책에서만 들어본 바로 그것(마늘맛이 두드러지는 아이올리쯤? 뜨겁게 해서 야채를 찍어 먹는다고)! 그러나 아쉽게도 ‘바냐 카우다(Bagna Cauda)’가 맞다. 아무도 안 파는 거 팔면 철자까지 맞아야 엄청 ‘간지’ 나는데. 아쉬웠다.
13:00 무역센터 현대백화점 아무개님의 제보 덕분에 지출을 하고야 말았다. 양>질로 가려는 충동을 꾹 누르고 질>양으로. 아무개님께 감사하지만 돈이 많이 나가서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지하 식품 매장에서 뉴텔라를 찾았으나 없었고 아줌마 점원들이 대체품(사실은 짝퉁) ‘넛카오 Nutcao’를 권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일단 물러섰다. 가격은 5,400원. 그 이름과 가격이 별로 맞는 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에 ‘뉴텔라’의 짝퉁인 ‘아멜라’라는 것이 있다던데, 그게 5,400원이라면 샀을 것이다. 성의없게 이름 지어놓고 너무 비싸게 팔잖아. 넛카오가 뭐야. 헤즐넛 초콜렛 스프레드 같이 고귀한 칼로리 폭탄인데. ‘넛카오라’ 같은 거면 또 어떨까 싶다가 생각해보니 ‘킹기도라’와 같은 괴수 이름 느낌이 너무 심해서 곧 접었다(입에서 헤이즐넛 초콜렛 스프레드를 막 내뿜;;;). 그러나 누텔라도 무슨 괴물 이름 같…;;; 매장에서 도와준 직원에게 명함을 건네면서 이런 행사때 문자라도 좀 보내달라고 부탁했는데, 블로그 주소를 안 적어서 준 게 마음에 걸렸다. 그것도 나름 홍본데.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좀 적어둘 걸.
14:00 방산시장 우리나라는 제빵제과용 흑설탕을 사기가 너무 힘들다. 그 대@공업사 근처의 큰 가게에 들렀더니 쳐다도 안 보고 없단다. 어디에서 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이 근처에는 없을거란다. 난 지금 카라멜 넣은 우리나라 흑설탕에 대해서 물어보는 게 아닌데 아저씨… 근처 카@식품에서 지금껏 쓰던 흑설탕을 샀다. 브라질산이고 유기농이고 솔직히 다 소용없다. 당밀만 더하면 되는데 왜 그걸 안하고 카라멜을 넣어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제당업계가 밉다. 초콜렛칩 쿠키 같은 걸 구울 수가 없다. 초콜렛보다 흑설탕이 더 비싼 게 말이 되나?
14:45 낙원상가 지하 시장 청국장으로 늦은 점심. 전라도에서 떡갈비를 3만원 가까이 주고 먹어도 그런 수준의 밥을 내놓지 않는다… 매장 직원의 명함을 받은 게 생각나 문자로 ‘이런저런 사람인데 이런저런 일을 하므로 블로그에 놀러오시라’라는 문자를 보내놓고 아 이게 작업 거는 걸로 보이면 어쩌나 살짝 전전긍긍. 전설로만 듣던 ‘지도표 성경김’을 먹었다. 내가 국내 조미김 시장에 좀 어두운데, 경부타고 내려가다가 천안쯤에서 상표가 크게 찍힌 건물을 보고 잠에서 확 깨던 생각이 났다. 이마트에는 성경표 지도김, 아니 지도표 성경김이 납품되지 않는다. 윤팀장님에게 전화해서 물어봐야 되겠다. 윤팀장님은 모든 다른 서비스업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네 고객님’이라는 비기를 써서 소비자의 말이 채 75%에 도달하기 전에 끊는데 능하시다.
15:00 정동 어떻게 하면 바르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해 진지한 토론. 토론은 역시 결론이 안나야 더 의미있다. 100분 토론 같은 거가 그런 우리나라 토론 문화의 기틀을 화려하지는 않지만 날카롭게 잡아놓지 않았던가.
17:00 롯데백화점 위에서 언급한 ‘넛카오’를 반값에 파는 걸 발견, 얼싸 좋다 두 개나 샀다. 나의 예감이 적중했다. 이름이 넛카오 따위라면 원가가 얼마든지 그런 건 상관없다. 무조건 50%에 팔아야 한다. 그래야 이름과 격이 맞는다. 넛카오니까. 왠지 광고도 진짜 유치하게 개그맨이 호랑이탈 같은 거 쓰고 나와서 아침 안 먹겠다고 징징거리는 애한테 숟가락으로 퍼먹이면서 ‘카오카오 넛카오’만 외칠 것 같다. 왠지 ‘카오카오 넛카오’ 정도라면 고릴라가 가슴을 치면서 외치는 게 더 멋있으려나…
17:20 명동 나이키 매장 달리기에 입은 티셔츠의 뒤에 그림을 박았다.
17:40 신세계 본점 식품 매장 내일 점심을 위한 재료를 사려고 했으나 눈에 띄지 않았다. 뉴텔라는 역시 눈에 띄지 않았고, 여기에서도 넛카오는 반값 할인. 또한 싸게 파는 밤잼을 발견해서 호기심에 샀다. 오늘은 잉여지출의 날.
18:13 서울역 내 옆 창측자리에 아저씨가 앉는다고 들어오다가 발을 밟았다. 아저씨니까 당연히 발 한 번 밟아줘야지. 아저씬데 발 안 밟으면 이상한거다. 그건 아저씨의 탈을 쓴 아줌마? 아냐, 아줌마는 두 발을 다 밟고 어머! 하면서 미안함의 제스춰를 취하다가 한 발을 더 밟는다. 근데 그 아저씨는 결국 남의 자리에 앉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4호찬데 맨 앞에 있으니 1호찬줄 알고 오셨다고… 술냄새도 살짝 나시던데. 그래도 빠져 나가면서는 발을 밟지 않으셔서 고마웠다.
19:00 다시 오산 이마트에 가서 운동화 세탁 맡긴 걸 찾고 기타 재료를 사려 했으나, 윤팀장님이 약속 후 일주일 지난 다음부터는 덴마크 플레인 요거트를 안 들여놓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걸 살 겸 롯데마트로 갔다. 맥주 네 병을 샀더니 짐이 많아져서, 종이봉투를 샀는데 내 몸이 통째로 들어갈 만한 걸 줬다. 작은 건 머리도 넣기 힘든 크기. 잠시 헤매다 짐이 무거워 택시를 탔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기사가 후문으로 향했다. 거기로 가면 시간, 즉 돈이 더 많이 나온다. 게다가 오늘 전혀 알뜰하지 않은 알뜰장이 서서 단지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택시 기사는 길을 잘 아는데, 승객이 돈을 더 많이 내지만 더더욱 불편한 길을 잘 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택시기사의 프로페셔널리즘.
20:00 귀가 아침에 해 놓고 나간 밥으로 저녁을 먹다. 금요일엔 반드시 밥을 해 놓고 나간다. 들어오는 시간이 뻔하니까. 반찬은 질긴 마일드 참치와 김, 그리고 요즘도 귀하다는 소문이 간간이 들려오는 배추김치. 어젯밤에 개념없이 문자 날린 레스토랑은 문자 덕에 금요일 밤 손님 좀 많이 받고 있을까, 생각했다.
# by bluexmas | 2010/10/30 01:15 | Life | 트랙백 | 덧글(11)
물론 이렇게 바쁜 일상은 가끔 블루마스님에게도 일어나는 일이겠지만.
누뗄라는 좀 뻑뻑하다는 느낌이 강한데 넛카오는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빵에 발라먹으면 생각보다는 덜 달다고 생각한 적도 많아요.
역삼초등학교…상경하기 전 발령받기 전날 꿈속에 그 간판을 보고,은근 거기에 가나 싶어 설레었는데 그건 개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