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폭을 이용한 항의

그래, 솔직히 이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이 책에 대한 기대가 많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얼마만큼 아닐 수 있는가에 대한 기대, 즉 (-)기대라면 이 책은 거의 끝까지 꽉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책이 안고 있는 그 부정적인 ‘나이브’함이 싫었다. 부정적인 나이브함은 이기심으로 발효되었다가 결국 악으로 승화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싫다.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었다. 책장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교환에 대한 문의를 하기 위해서였지만, 동시에 항의도 하고 싶었다. 이 책을 낸 출판사는 지난 10년간 내가 건축책을 내는 출판사로서는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이런 책을 낼 줄은 몰랐다. 그 이야기를 했더니 전화를 받으시는 여자분이 당혹스러워했다. 물론 그쪽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겠지만, 책을 두둔하는 게 더 싫었다. 교보에 가면 교환해줄거라고 했는데, 요즘 갈 일이 별로 없었던데다가 시간이 지나자 교환을 하더라도 이 책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에 못 견디도록 화가 나기 시작했다.

몇몇 건축에 관한 입문서적 같은 걸 가지고 있는데, 우리책이나 외서나 대부분 그 부정적인 나이브함이 너무 가득해서 읽다 보면 모두 성공해서 저러는 건지 아니면 건축 바깥의 사람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좋은 이야기만 잔뜩 쓰는지 알 수가 없어진다. 그러다가 더 읽으면 화가 나기 시작한다.

이상적으로 생각한다면 건축이라는 직업은 좋고 멋지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게 이상적인 부분을 철저히 망쳐놓았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사람들끼리 건축이라는 직업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직업인 양 말을 한다. 그건 다른 직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또한  건축하는 사람들은 조물주도 아니다. 우리, 아니 그들이 힘을 합쳐 딱히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꿔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대접을 받을만큼 잘 한 게 없다는 뜻이다.

어찌 되었든, 미련없이 책을 싸서 보냈다. 책 값 12,000원에 등기료 2,800원, 도합 14,800원이니 바로 요 앞에 쓴 글의 디저트를 먹은 것만큼의 돈을 버렸지만 솔직히 기분은 좋았다. 나는 이제 악한 인간이 되는 길을 걸으려 한다. 이 세상에 발을 맞춰 악해져야 불평없이 살 수 있다. 삶에 불평불만을 가지면 남은 삶이 괴롭다. 그러느니 차라리 악해지는 길을 택해야 되겠다. 나도 느슨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그 첫 발걸음이다.

 by bluexmas | 2010/10/27 00:05 | Lif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at 2010/10/27 00: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29 23:03

저는 그냥 스스로를 사회 부적응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싫어하겠죠 뭐 혼자서 고상한 척 하냐고… 어렵네요@_@

 Commented by windwish at 2010/10/27 07:17 

삶에 불평불만을 가지면 남은 삶이 괴롭다.(2)

엄한 사람에게 불똥 튀는 것보다

요런 식의 정당한 항의 방식. 괜찮은데요?

악하지 않아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29 23:04

네 뭐 제 돈 쓰고 마는 거지요-_- 오죽하면 그랬을까,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Commented at 2010/10/31 13: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31 13:31

거 참 이상한 분이시군요.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시다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 드리지요.

다짜고짜 ‘나는 마음에 드는 책은 팔고 안 드는 책은 가지고 있는데 이상한 사람인가보다’라고 하시면 제가 ‘아 네 그래요 이상한 분이네요 뭐하는 짓입니까’ 라던가 ‘아니에요 이상하지 않아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처럼 뭔가 가치판단을 하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까? 저한테 뭘 바라시는지요? 뭐하는 분인데 이런 이야기를 하시나 싶어 블로그에도 가 보았더니 아무 것도 없더군요. 그래서 그런 덧글을 달았던 것입니다. 그 말 그대로, 대체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지요. 그랬더니 거기에는 또 무슨 심오한 이야기 운운하십니까? 심오한 것 하나도 없습니다. 책이 너무 #같길래 가지고 있기도 싫어서 출판사에 보내버렸다는 이야기가 뭐 그렇게 심오합니까? 제가 님한테 마음에 안 드는 책 출판사에 다 저처럼 싸서 보내라고 선동하고 싶어서 글 썼습니까?

저는 님을 모릅니다. 따라서 님이 하는 이야기가 비꼬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재간도 없습니다. 그걸 알아보고자 블로그까지 가봤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아무 것도 없는 블로그에서 제가 뭘 판단해서 얼마나 님을 배려해야하는지 말씀해주시죠. 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십니까? 님이야 말로 성에 차는 글만 원하시는 건 아닌지요? 막말로 요즘 유행이라는 소통을 원하시면, 본인도 누구인지 알리면서 찾아보세요. 다짜고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제가 뭘 어떻게 맞춰서 무슨 이야기를 하라는 겁니까. 그러면서 또 어디 가서는 그러실라구요? ‘아 그 블로그 가 봤는데 사람이 대답하는 꼬라지하고 싸가지 없더라.’ 이런 게 소통입니까? 이런 게 님이 원하는 블로그 주인과 덧글 다는 사람의 관계입니까? 제가 무슨 덧글 서비스합니까? 가짜 이름 하나에 얼굴도 존재도 습관도 취미도 뭔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서 무엇으로 영향받았는지도 모르는 투정을 늘어놓으면 받아줘야 하는 것이 저의 의무입니까? 이제 오시지 않겠지만 저도 오시는 거 반갑지 않으니 다른 데 가서 알아보세요. 저도 진심입니다. 님의 덧글도 처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배설은 다른 곳에 가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