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버터쿠키, 사블레(1)
흔히 ‘Ice Box Cookie’라고 불리는, 반죽을 원통형으로 만들어 냉동실에 얼렸다가 썰어서 굽는 쿠키 종류는 대강 만들기는 쉽지만 잘 만들기는 은근히 어렵다(이럴때 ‘tricky’하는 형용사를 써야;;;). 버터가 많이 들어가므로 가능한 손을 덜 타고 빨리 원통형으로 빚어서 얼려야 되는데, 반죽을 말때 가운데가 완전히 뭉쳐지지 않고 비어버리는 현상이 벌어질 수가 있다. 이럴 경우 반죽을 썰면 원반의 상태가 유지되지 않고 부서지게 된다(사진의 쿠키들 몇몇이 가운데 갈라진 틈 같은 걸 지니고 있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반죽을 완전히 매끈하게 만드는 것이 은근히 쉽지 않았다). 또 반죽을 고른 두께로 써는 것도 은근히 어려운데, 냉장고에서 갓 꺼내면 생각보다 단단해서 반죽을 고른 힘으로 썰기가 쉽지 않고, 곧 체온을 머금어 반죽이 무르면 그 상태에서도 고르게 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이 쿠키를 서너 번 정도 만들어보았는데, 자질구레하지만 많은 걸 배웠다.
1. 일단 반죽을 말때 유산지가 아까워서 랩을 써 보았는데, 힘이 너무 없어서 반죽의 단면이 원반형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산지는 필수.
2. 버터가 많이 들어간 반죽이라서 직접 손이 안 닿도록 애를 많이 썼는데, 너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반죽을 만들고 유산지에 던 다음, 손으로 재빨리 반죽이 뭉쳐질 때까지 만져주고, 그 뒤에 유산지에 싼 상태로 원통형으로 펴주면 된다. 버터가 많은 반죽이라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잘 뭉쳐지지 않기 때문에, 어설프게 만지면 가운데가 빈 반죽이 되어 버린다.
3. 반죽을 썰때, 칼을 누른채로 돌려가면서 썰면 훨씬 자른 면을 훨씬 더 고르게 만들 수 있다. 이 레시피를 가져온 아메리카스 테스트 키친에서는 한 번 썰때마다 반죽을 1/8씩 돌려가면서 썰라고 하는데, 아예 자를때 돌리는 편이 훨씬 더 낫다.
이 레시피에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밀가루, 버터, 계란, 설탕, 소금)만 들어가는데, 계란을 삶아서 그 노른자만 넣는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원리는, 노른자의 지방은 취하되 삶아서 수분을 빼서 설탕의 일부분이 수분에 완전히 녹지 않은채로 반죽에 남아 있다가 오븐에 들어가 구워져 쿠키를 한층 더 바삭바삭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원래의 레시피에서는 계란 흰자를 바르고 알갱이가 굵은 생설탕(터비나도 뭐 그런…)을 조금씩 뿌려주라고 하는데, 나는 거기에다가 천일염을 한 두 알갱이 정도 더했다. 달고 짜게 장난치는 걸 워낙 좋아하는지라… 단맛에 짠맛을 조금 더하면 단맛만 있으면 덜 질려서 오래 먹을 수 있다. 오븐에 구우면 설탕은 녹지만 소금은 알갱이 그래도 남아있게 된다. 사실은 반죽이 더 굵고 짧아야 되고, 두께 또한 얇아야 하는데 그렇게 써는 것 자체가 은근히 쉽지 않아서 더 작고 두껍게 만들었다. 딱 500원 동전만한 크기. 지난 주에 만들어 토요일의 소풍에 싸가지고 갔고, 일부를 남겨 다른 용도에 썼다. 그건 다음 글에.
# by bluexmas | 2010/10/21 11:53 | Taste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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