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맛, 사과 머핀 또는 케이크
사실 사과를 머핀에 넣을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보았다. 그러다가 아무개 님이 사과 머핀 위에 얹는 스트루셀 레시피를 찾으니 땅콩버터를 쓰는 것들만 나온다고 해서, 나도 한 번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찾은 레시피는 에머릴 라가시(Emeril Lagasse)의 것인데, 보통 머핀이 밀가루가 두 컵이라면 계란은 한 개, 옥수수가루를 쓸 경우에 두 개를 쓰는데, 이 레시피는 한 컵 반의 밀가루에 계란을 두 개나 넣는다. 그래서 굉장히 촉촉하기는 하지만, 한편 너무 질척거리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머핀이라면 팬에서 살짝 더 많이 올라와야 보기가 좋은데, 반죽의 양이 적으므로 납작해서 볼품이 없다.
그러나 사과와 다른 재료의 기본 조합이 마음에 들어서, 레시피를 조정하지 않고 한 번 더 구워보았다(이 사과 머핀에는 양키나라 분위기 물씬 풍기는 향신료들이 꽤 들어간다). 다만 스트루셀은 완전히 녹지 않은, 부드러운 버터로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만 조정을 했다. 이번에는 20센티미터짜리 케이크 팬에 구웠고, 마지막에 체다치즈를 갈아 얹었다. 사과와 치즈가 기본적으로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니만큼 한 번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가뜩이나 질척한 반죽에 녹으면 기름이 배어나오는 치즈를 얹었더니 그 질척거림이 한결 더해진데다가 치즈는 치즈대로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다음에 만들때는 갈아서 반죽에 섞는 편이 훨씬 더 나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국산 가운데 고급이라는 베이킹 파우더를 처음 써 보았는데, 싸구려가 선사하는 그 알미늄의 뒷맛이 없어서 만족스러웠다. 마트에서 파는 두 종류의 베이킹 파우더를 써 보았는데, 가장 싼 것에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뒷맛이 남아서 쓸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 레시피는 아직도 미완성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번에는 옥수수가루를 반 컵 더 섞어 만들어 볼 계획이다. 이런 종류의, 생과일을 넣어서 만드는 머핀이나 케이크는 업사이드 다운 케이크처럼 옥수수가루를 조금 넣는 편이 맛도 그렇지만, 식감도 훨씬 더 잘 어울린다. 과일에서 물기가 나오기 때문에 반죽 자체가 지나치게 질다면 결국 너무 질척한 빵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 by bluexmas | 2010/10/19 12:42 | Taste | 트랙백 | 덧글(14)
비공개 덧글입니다.
그나저나 요즘 잘 지내세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마지막 사진은 층이 진 레이어(?) 덕에 약간 페스츄리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뭐-제가 음식엔 먹기만 했지 문외한이어요.
왠지 동화에 나올 것 같은 이름이에요.
안그래도 부어댕 아저씨가 저희 동네에 내년 초에 오셔서 무슨 음식 관련 쇼!를 하신다는데;;
그래도 에머릴표 냄비가 은근 괜찮았어요. 올클래드 OEM 이라고 해야하나? 차이는 올클래드는 미국산인데 에미럴 아저씨꺼는 중국산.. 그래도 라면 끓이는데는 지장 없지 말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