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꾸부꾸
1. 여섯 시에 이노시시에서 시작된 회동이 막을 내린 장소는 주차장 골목 올라가는 길의, 김용만의 얼굴이 붙어 있는 국수집이었다. 두 시쯤 되었었나보다. 어쨌든, 뭐 아무 생각없이 들어갔는데 잔치국수를 비롯해서 국수 일색의 차림에 부꾸미가 있는 것도 웃겼지만 그 이름이 ‘부꾸부꾸’인 건 더 웃겼다. 생뚱맞은 동시에 손발이 오그라든다고나 할까? 잔치국수는 그냥 잔치국순데 부꾸미는 왜 부꾸부꾸인 걸까… 하긴 닭고기를 놓은 국수를 ‘꼬꼬댁국수’ 뭐 이런 식으로 이름 붙여 놓은 걸 보면 나름 노력은 한 것일지도. 그래도 생뚱맞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집에 오는 길에 내내 부꾸부꾸를 마법의 주문처럼 외웠다. 무엇을 위한 주문인지는 나도 몰랐다. 그냥 부꾸부꾸가 입에 붙었을 뿐.
1-1. 다음에는 부꾸부꾸를 컨셉트로 삼은 파티를 한 번 해 보고 싶다. 김용만한테 고소당할려나.
2. 일행을 보내고 잠시 절대 걷고 싶지 않은 걷고 싶은 거리를 걸었는데, 웬 병신 하나가 혼자 성질을 내며 뛰어다니다가 쓰레기통을 두 번이나 걷어차서 결국 넘어뜨리는 것을 보았다. 자기가 넘어뜨리는 쓰레기통보다 못한 새끼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겠지만, 멋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넘어진 쓰레기통을 일으켜 세워줘도 멋있어보일까 말까한 세상인데 멀쩡한 걸 자빠뜨리면 인간으로서 실격이다.
3. 오늘은 가는 곳마다 담배 연기가 가득해서 좀 괴로웠다. 인간은 역시 간사한 존재인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그들 가운데 하나였으니까.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다는 욕구가 늘 99%이상 없는게 참으로 신기하다. 나머지 1%의 욕망은 어떻게든 모른 척하고 살 수 있다.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날씨가 그렇게 쌀쌀하지도 않았는데 온통 공기가 나쁜 지하 동굴 같은 곳만 다녔다. 늘 가던 곳에서 누가 노래를 신청했는데 전인권이었다. 노래를 신청한 사람이 뿜어내는 담배연기와 전인권이 한데 맞물려 ‘구토감’을 자극했다. 추억들국화 이후로 전인권의 노래를 들은 적이 없다. 언젠가부터 정말 들어줄 수가 없게 되었다. 게다가 그의 노래를 들으면 떠오르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가 싫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들어줄 수 없는 목소리로 부르는 전인권의 노래로 감상에 빠지는 건 인정해주고 싶지 않다.
4. 병신같은 모 쇼핑몰에서 반품할때 상품가치 천 원이나 될까말까한 옷가방과 옷걸이를 안 돌려보냈다고 반품 불가할지도 모른다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녹을 정도로 입에서 불을 뿜었다. 어이없는 일이었다. 왜 어이없는지는 나중에 글을 자세히 쓰겠다.
5. 즐겁거나 좋아하는 일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곧 삶에 즐거움이란 없는 사람이 되어버릴 것이다.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5-1. 그러나 그게 내가 직면해야 할 진실일지도 모른다.
6. 아무래도 요구사항이 너무 많은 것 같다.
7. 열 가지를 다 말하면 너무 길어서 안 들을까봐 한 가지로 줄여서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
8. 길지는 않지만 지리했던 치과치료가 끝났다. 요정님들 알현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는데. 오늘도 10분 늦어서 1호 요정님한테 혼날까봐 막 울면서 달렸다. 구운 사과 머핀을 몇 개 가져갔는데, 책을 냈다고 하자 왜 한 권 안 가져왔냐고… 치료비로 일곱자리 액수를 썼는데 책도 드려야 하냐고 되물었다.
9. 변비야구의 끝을 보았다. 지사제를 선물하고 싶어졌다. 명승부? 푸핫.
10.
# by bluexmas | 2010/10/14 03:57 | Life | 트랙백 | 덧글(12)
치과치료 끝나면 내심 섭섭해요 익숙해질 만하면 끝나잖아요 저만 익숙한가 흐흐-_-;
비공개 덧글입니다.
전인권+담배…
한때는 들국화도 전인권도 좋아했지만 이젠 싫습니다. 최성원이 차라리 더 좋아요. 언제나 좋아는 했지만…
마지막에는 여러가지로 웃었지만요 개인적으로는 참 씁쓸한 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