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레주르 치킨랩을 먹고 들었던 생각 두 가지

뭐 꼭 비싼 음식만 글의 소재가 되어야 하느냐면, 그건 절대 아니다. 어떤 음식이나 관련 주제를 가지고도 같은 시각으로 글을 쓸 수 있다. 바로 전 글에서 쓴 것처럼, 어제는 죽전 휴게소 뚜레주르에서 산 치킨 랩을 점심으로 먹었다. 먹으면서 했던 생각 두 가지.

1. 치즈의 존재가 절실하다.

젤라틴을 넣어 가공,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치즈 젤리인 가공치즈는 물론 맛을 더하기도 하지만 물기가 많은 샌드위치 재료와 빵 사이에서 방수벽 역할도 한다. 주문을 받고 바로 만들어서 내놓는 것도 아니라면, 야채에서 나온 물기가 빵이든 랩이든 곧 질척질척하게 만든다. 이 치킨랩도 맛은 괜찮았는데, 양상추가 닿은 부분은 또띠야가 거의 녹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질척거렸다. 치즈 한 장만 그 사이에 끼우면 토티야도 멀쩡하고, 맛도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500원 더 낼 용의도 있다.

2. 튀김옷도 매운 맛도 필요없는 닭고기

개인적으로는 ‘랩=건강식’으로 마케팅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 랩에 들어간 닭고기는 튀긴 것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문받아서 바로 낼 것이 아니라면 닭을 튀기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눅눅해진 튀김옷은 없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굳이 열량을 더하면 건강식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잠재력을 죽일 수도 있다. 그냥 구운 닭고기를 넣으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튀김옷에 더했는지 꽤 강렬한 매운맛이 퍼지던데,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입맛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파는 치킨랩을 먹어본 적이 거의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서 비교는 불가능한데, 쓸데없는 소스가 들어있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도 먹을만했다. 허니 머스터드 소스 이런 것으로부터 졸업한지는 참으로 오래 되었다. 월남쌈으로 바꾼 것들도 잘 팔릴 것 같은데 어디에서 만들어 팔지 않나…

 by bluexmas | 2010/10/09 10:51 | Taste | 트랙백 | 덧글(14)

 Commented at 2010/10/09 11: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10 11:40

아무래도 닭고기를 너무 오래 익히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싶어요. 잘 익히면 튀기지 않아도 상관없거든요. 사실 닭가슴살이라는 게 별로 맛은 없지요-_-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10/09 15:11 

갓 구운 닭가슴살이라면 튀기지 않아도 맛있을텐데….차라리 허벅살을 쓰는 게 튀긴 가슴살보다 웰빙이지 싶어요-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10 11:41

그렇죠… 허벅지살이 훨씬 맛있는데;;; 웰빙타령에 죽어나는 닭가슴살이라고 할까요?-_-

 Commented by 개조튀김 at 2010/10/09 15:18 

닭 가슴살은 튀기지 않으면 딱 맞게 굽기가 꽤 힘들어서 튀긴 것 같네요.

저렇게 파는 치킨 랩은 진짜 치즈가 필수 인듯… 아니면 바로 만들어서 그자리에서 먹어야지… 원.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10 11:42

그런가봐요. 그런데 사실 저 정도 회사라면 닭가슴살 익히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Commented by JyuRing at 2010/10/10 00:19 

프랑스에서 좋았던데 스프링롤이라고 해서 월남쌈을 크게 하나로 만들어서 중국집에서 팔았는데 그걸로 점심 잘 때우곤 했거든요. 한국엔 의외로 그게 없다능..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10 11:42

그러게요. 쌀로 만들어서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 식성에 맞을 것 같은데 아직 대중화가 되지 않았네요. 월남음식도 가격을 비싸게 매기니까 그런 건 아닐까요?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0/10/10 22:57

아~ 그거 월남 국수집에서 에피타이저로 파는것 같은데….

 Commented at 2010/10/10 00: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10 11:43

앗 저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지 않습니다-_- 사는데 당연히 수반되는 고통이나 좌절에 관한 이야기를 제가 너무 과장되게 쓰는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되네요. 찬바람 불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연락드릴게요^^ 비공개님도 좋은 날씨 많이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0/10/10 22:56 

그러고 보니.. 외쿡에서 랩을 먹을때 닭들은 튀기지 않고

구은것 이었던것 같군요….

 Commented by JyuRing at 2010/10/10 23:06

스프링롤은 베트남 음식점에만 가야 먹을 수 있잖아요. 근데 마치 빵집에서 샌드위치 팔듯이 팔아서 들고다니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어요! 한국에선 의외로 베트남포집에만 가야 먹을 수 있죠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13 00:15

차라리 산업용 오븐에 닭고기를 굽는게 더 경제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스프링롤은 아무렇게나 만들어서 대중적으로 팔 수 있는데 아직 그렇게 안 되는 모양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