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부재와 기타 잡담
보너스 트위터에서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보너스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는, 회사에 다니지 않으면 보너스를 받지 못하는구나 라고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왜 이번 추석이 되어서야 생각하게 된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어제 오늘, 이렇게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해 왔던 기분 나쁜 생각들이 산사태처럼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 종일, 그냥 잠을 청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 꽤 건전하게 살았다. 일주일 내내 모범생활을 하는, 선천적인 아침형 인간처럼 여섯 일곱시에 일어나 바로 책상에 앉아 일을 하고, 하루 세 끼를 다 챙겨먹고 운동도 꼬박꼬박했다. 그러나 오늘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하루 종일 잤다. 왠지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는 느낌이 드는 한 주였다. 그러나 나는 보너스를 받지 못했다. 줄 데가 없으니까. 솔직히 줄 데가 있을 때에도 나는 제대로 보너스를 받아본 기억이 없다. 물론 그 동네에서 보너스는 뭐 그냥 그렇지만.
어제 오늘 하루 종일 잔 이유는, 어제 새벽까지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별로 일찍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그렇지 않아도 나중에 글 쓸 때 써먹기 위해서 가려고 했던 어딘가를 들러보았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이 늘었나?라는 기분이 조금 들었다. ‘힘들다’라는 상황이라는 건 지극히 상대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당신에게는 전혀 힘든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말하는 상황이 나에게는 힘든 것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나 딱히 미안하지는 않았다. 그 시간까지 돌아다닌 것에 비해서는 지극히 재미없는 밤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더 기분이 나빴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순전히 나의 선택이었다.
치과 지난 주에는 치과를 정말 열심히 다녔다. 내 어금니들은 위아래로 잘 맞는 편이 아니라고 늘 생각하고 살아왔다. 교정을 하면 원래 이들이 내려와서 잘 맞게 된다고 들었는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번에 13년 전 군대에 있을때 외박 및 출장까지 나와서 치료해야만 했던 어금니의 크라운을 뜯고 다시 맞췄는데, 아주 미세한 차이로 이 전체가 다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은 거의 처음이었다. 이렇게 금니 같은 걸 씌우고 나면 인조인간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이왕 갈아끼울 수 있는 거라면 다른 부분도 좀 어떻게 안 될까 모르겠다. 자신없는 부분들이 꽤 많다. 특히…
의사선생님은 많이 썩은 이들을 최대한 살려서 씌우는 정도로 끝냈으니 딱딱한 건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주의를 주었다. 평소에도 나는 딱딱한 걸 잘 먹지 않는데, 이젠 정말 아몬드를 끊어야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죽으면 묘비명에 <서른 여섯 막판에 아몬드를 끊은 남자>라고 써 달라고 해야 되겠다. 그러나 누구한테?
또 다른 병원 원하는 치료의 성과는 거의 다 거두었다고 했다. 한 달 정도만 더 오면 되지 않겠느냐고. 지난 주 내내 건전한 생활을 하면서, 역시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야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밝을 때 만들어내는 결과물도 믿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킬 때 가능하다. 뭐 못할 것 같지는 않다. 나도 남들처럼 살고 싶다. 물론 뭐 내가 소외계층이냐면 그건 아니겠지만, 어느 구석에서는 스스로를 소외계층으로 만들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인 것처럼.
아이폰 하루에 열 다섯 시간 일하고 쌓이는 스트레스를 새 아이폰으로 푼다면 그 삶은 행복한 것일까? 물론 아이폰 산 사람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나도 하나 사야 되나 생각하고 있다. 단지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감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면 불안하고 일하면 피곤하다. 우리 삶에는 왜 중간이 없나. 중간은 왜 찾을 수 없나. 회사에서 죽을 때까지 일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귀농하거나 나처럼 돈 많이 못버는 자영업자가 된다. 아니면 열 다섯 시간동안 일하기를 몇 년 반복하고 가끔 아이폰이나 기타 다른 것을 산다. 책 읽을 시간 같은 건 은근히 사치다. 읽게 된다면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을 것이다. 그 책이 유행이니까. 인문학이 유행이라는데 정작 인문대는 인기가 없지 않나? 솔직히 이동통신사는 다 싫은데 SK가 더 싫다. 미국에 있을때 가끔 들어오면, 처음에 공항에서 멋모르고 SK로 핸드폰을 빌렸다가 문자도 못 보내서 짜증나던 생각이 난다. 근데 왜 SK를 선택했지? 추석 연휴 지나고, 전화걸어서 지금 해지하면 위약금 얼마 내야 되는지 일단 알아봐야 되겠다. 솔직히 요즘 SK를 쓰는 것에 대해 인내심이 굉장히 없어졌다.
내 책 어제 트위터에서도 한 이야긴데, 교보 본점에는 내 책이 없다. <재고없음>. 10월 초에 시작될 프로젝트 때문에 요즘 서울에 갈 때마다 교보 본점을 간다. 어차피 시간이 많이 흘러서 매대에 자리잡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서가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어제서야 생각난 김에 검색을 해 보았던 것이다. 교보 본점이 문을 열 때까지 버텨주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뭐 그런 생각을 했다.
탄산수 마시고 싶어졌다. 편의점에 가야지.
추석 제자리에 계시는 분들 많은가요? 요즘 날씨 좋은데…
# by bluexmas | 2010/09/19 00:01 | Life | 트랙백 | 덧글(19)
추석때 특별히 어디가진 않습니다. 명절연휴에 영업하는 쓸만한 가게가 있으면 보고하겠습니다~
보너스 안 들어와도 용케 버틴다고 스스로 개근상 정도 줘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너그럽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