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베이커리-평범함과 범상함 사이
지난 주 비가 많이 내리던 오후, 리움 앞의 ‘콤 데 갸르송’ 매장에 함께 자리잡고 있는 로즈 베이커리에서 디저트 두 가지를 먹었다. 로즈 베이커리가 무엇인지, 요즘 이태원이나 한강진역 근처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귀찮아서 별로 쓰고 싶지 않으나, 로즈 베이커리가 영국인에 의해 프랑스에서 문을 연 가게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영국 분위기와 비슷하게 지극히 상식적으로 보이는, 집에서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되는 정도의 분위기를 풍기는 음식들을 내놓는다는 정도는 언급해야 될 것 같다. 그래야 먹은 디저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당근 케이크. 조금 단 크림치즈 프로스팅과 덜 단 케이크의 균형이 잘 맞는다. 그러나 케이크 자체의 식감은 조금 더 촉촉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뻣뻣했다. 물론 프로스팅이랑 같이 먹으면 균형이 적당히 맞으나, 프로스팅의 양과 단 정도를 생각하면 거기에 기대어서는 안될듯.
그리고 카라멜 타르트. 과장을 전혀 보태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돌아다니면서 먹었던 버터+밀가루의 파이 크러스트들 가운데 가장 신선하고 맛있었다. 파이 크러스트의 목표는 부드러우면서도 동시에 바삭바삭해지는 것인데, 그 둘은 모순되는 식감이라서 사실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 이 파이 크러스트에는 그 두 식감이 잘 살아있을 뿐 아니라, 좋은 재료로 만들어 신선한 느낌도 정말 잘 살아있었다. 타르트 속 또한 액체와 고체 사이의 미묘하게 부드러운 식감에, 카라멜의 씁쓸하면서도 단 맛이 잘 살아있었다.
그래서, 만족스러웠느냐고? 물론이다. 음식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러나 가격을 감안한다면, 만족도는 갑자기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두 디저트 모두 9,000원이고, 파는 음식들을 통틀어 거의 가장 싼 편에 속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부가세 10%를 포함시킨 것이 자비 또는 은총이라고 생각할만 할까?
요즘 들어온 다른 외국계 베이커리와 마찬가지로 로즈 베이커리도 품질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 먹은 디저트들은 물론 모든 음식들이 현지에서 만드는 것과 같은 레시피를 엄격하게 지키며,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료를 써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로즈 베이커리가 추구하는 것이 새롭거나 복잡한 것이 아닌, ‘평범한 것의 재구성’ 정도에 그치는 것을 감안한다면 과연 이 가격이 합당한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워진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단품 9천원짜리 디저트라면 웬만해서 집에서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외식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두 사람이 디저트 각각 한 종류씩과 차 한 잔씩을 마신다면, 가격은 거의 4만원에 육박한다. 단순하다 못해 ‘푸드코트’의 분위기가 나는 공간까지 감안한다면, 언제나 쉽게 ‘아 여기를 가야 되겠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아마 온갖 다른 곳을 돌아다니며 그럴싸해보이지만 맛 없는 것들을 한참 먹어 질리고 나면 한 번쯤 입을 정화하기 위해서 갈 정도랄까? 하지만 그것도, 만드는 사람이 조금만 삐끗한다거나 할 경우에는 매력이 없어질 확률이 높다. 그 평범함은 최고로 다듬어졌을 경우에는 매력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찻주전자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현지에서도 똑같은 걸 쓴다는 무쇠 찻주전자는, 디자인만 놓고 보자면 나도 너무 좋아하는 것인데 남자인 내가 들기에도 정말 엄청나게 무거운데다가 대체 얼마나 차가 남았는지 알 수 없게 해 주는 아주 멍청하도록 비실용적인 디자인이다. 물론 이런 찻주전자를 쓰는 멍청함은 본점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할 듯.
# by bluexmas | 2010/09/13 10:10 | Taste | 트랙백 | 덧글(16)
비공개 덧글입니다.
이곳 저번에 포슷팅에서 보고 가봤는데, 메뉴 대비 비싸긴 했어요 느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