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민폐 캐릭터들
1. 해가 지기 전에 잠깐 밖에 나갔는데, 바로 눈 앞에서 교통사고가 벌어졌다. 고가도로와 그 아랫길이 한데 합쳐지는 지점 바로 앞에서 차 한 대가 갑자기 서 버렸고, 그 뒤에서 아무 생각없이 오던 차들이 속도를 줄이지 못해 4중 추돌 사고가 벌어졌다. 물론 원인을 제공한 차는 유유히 사라졌고. 뒤에 오던 사람들이 완전 덤태기를 쓴 꼴인데, 사실 그 사람들도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제한속도보다 빠르게 운전하다가 그랬을 확률이 높았으므로 꼭 남 탓만은 하기 힘든… 그래도 어이없잖아. 나도 맨 처음에 당했던 사고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앞차가 갑자기 멈춰섰고, 멈췄는데 뒷차가 내 차를 받았다. 뭐 졸지에 목격자가 된 상황이지만 내가 그 차 번호판을 본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지나쳤다. 2분만에 미친 견인차들이 들이닥치더라.
2. 집 앞의 삼성 대리점은 한 열 시부터 다섯 시까진가 노래틀고 언니 나레이션 하시고… 전화기를 몇 번 들었다 놓았다 했다.
3. 잠깐 오락실에 들렀는데, 거기 있는 작은 노래부스에 어떤 남자 하나가 정장을 빼입고, 선글라스까지 끼고 부스 밖에 나와서 열창을 하시더라. 어찌나 고래고래 노래를 하는지 모든 오락기의 소음과 이어폰으로 듣고 있는 노래들을 뚫고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정도로 노래를 부르려면 차라리 노래방에 가서 혼자 @랄을 하시지 왜 오락실에서 그러고 계시냐고. 마이크를 빼앗아 한 대 갈겨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참아야지.
이런 민폐 캐릭터들 덕분에 즐거운 일요일이었다.
주말에 걸쳐 <탑 셰프>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30편 정도 보았다. 아무 말도,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누워서 보다가, 그게 질리면 일어나서 앉아서 보다가 밥도 먹으면서 보고… ‘와 음식을 너무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게 아예 싹 질려서 없어질 때까지 보았다.
화요일에 일을 끝내고 나서는, 3일 연속 밖에 나가 거의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을 만났다. 순수하게 놀기 위해서 만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냥 적당히 일의 연장선 상에 있는 만남들이었다. 일을 잘 하는 법도 배워야 하지만, 일이 끝난 다음 가능한 짧은 시간에 쌓여 있는 걸 털어버리고 다음 일을 준비하는 법도 배워야만 한다. 어쩌면 그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컴퓨터 가까이에 오지도 않았고, 블로그 업데이트도 하지 않았다. 예전만큼의 강도는 아니지만 운동을 다시 꾸준히 시작한지 2주 되었다. 뭐 그렇게 살고 있다.
# by bluexmas | 2010/09/13 02:59 | Life | 트랙백 | 덧글(11)
비공개 덧글입니다.
민폐캐릭터는..저도 얼마전에 만났습니다. 마을버스 타는데 한 아저씨가 ‘언제 출발하냐’고 재촉을 좀 하는데, 버스기사도 ‘몇시몇분에 갑니다’하면 될 걸, 서로 말싸움 시비가 붙어서;; (버스기사가 승객좌석으로 와서 말싸움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만) 결국 100미터 떨어진 정류장의 시내버스타고 왔습니다..
편견 가지고싶진 않은데,역시 시내버스/광역버스가 1군선발투수고 마을버스는 2군멤버란 생각은 들더군요;;
정황상 학실한(ys 버전) 뺑소니인데 내뺐다니…참으로 퐝당하군요.
혼자 섬에서 사는 놈이 아니라면 제대로 배워먹지 못한 놈임에 틀림없습니다.
뒤에 추돌하신 4 그룹이 제발 경상이길 바래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