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3일차
전화를 걸어보니 곧 문을 닫는다길래, 부랴부랴 고성의 그 유명하다는 막국수집에 찾아갔다. 먼저 있던 사람들이 나가고 예닐곱명에 3대를 아우르는 한 무리가 들어오는데, 개를 데리고 들어오려고 했다. 사람들은 적어도 두 번 시도했고, 주인은 완강히 저지했다. 주인이 저지 안 하면 내가 저지할 생각으로, 나는 촉각을 살짝 곤두세우고 있었다. 개한테도 유명한 막국수를 먹이려다가 제지당해서 기분이 상했는지, 그들 가운데 어른 남자가 탁자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다고 짜증을 냈다. 주인 여자는 곧 와서 탁자를 닦아주었고, 곧 그들 앞에 막국수가 한 그릇씩 깔렸다. 그러자 그 어른 남자의 아내쯤 되어 보이는 어른 여자가 젓가락으로 국수가락을 휘휘 젓더니, 쫄깃하지 않고 푹 퍼진 걸 보니 잘못 만든 국수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자 다시 주인 여자가, 그건 메밀로 만들어서 탄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어른 여자는 계속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는 같은 분위기를 내비치며 막국수를 먹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 상황을 묘사하려 노력했다. 솔직히 그 상황에서는 속으로 낄낄거리며 웃었는데, 내가 너무 사람을 무시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속초에 왔다. 다섯 시에 누워서 뒤척거리다가 열 시 조금 못 되어 일어났는데, 일에 관련되어 보낸 메일의 답이 빨리 와서 잠에서 깨기도 전에 답장을 보내고, 잠이 좀 깰 무렵에 바로 전화통화를 했다. 집에 가고 싶었으나 주섬주섬 챙겨 모텔을 나섰다. 적어도 하루 정도는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해안선을 따라 차를 몰아서 강릉, 아니 연곡에 있는 <보헤미안>에서 커피 두 잔을 마시고 커피콩을 산 뒤 그대로 차를 몰아 속초까지 올라왔다. 식도락 파워 블로거님들의 은혜로운 정보에 힘입어 <옥미식당>에서 물곰탕을 먹고 그 근처에 보이는 관광호텔을 들어가 방을 보여달라고 했다. 어제보다는 좀 나은데 있고 싶기 때문이었다. 방값을 물어보니 “지금 카드기계가 고장났는데” 6만원이라길래, 만원을 깎아서 들어왔다. 일이 진척되는 상황을 보니, 오늘 하루만 밖에서 더 떠돌면 될 것 같아서 5만원 쯤은… 아까 막국수를 먹고 시장을 잠깐 둘러본 것 빼고는 계속 방에 있었다. 일은 일단락 지었고, 그걸 자축(?)하기 위해 맥주 두 캔을 사왔다. 안주감으로 같이 사온 멸치는 완전한 실패, 그렇게 맛 없는 멸치는 정말 오랜만에 먹는다(집에서 쓰는 멸치는 곰소의 단골집에서 부모님이 정기적으로 사오시는 것, 전혀 비리지도 짜지도 않다). 미안해요, 고급 취향인 것처럼 보여서. 하지만 MGD와 하이네켄은 정확하게 내 취향은 아니다. 내일은 좀 집에 들어가야 되겠다. 가면 또 다른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괜찮아. 아, 나름 피곤해서 긴 문장을 쓸 수 없다. 아까 뚤린 방충망으로 들어온 모기만 잡으면 편히 잠들 수 있을텐데 이놈이 알짱거리는데도 잡을 수가 없네. 그냥 피를 좀 나눠 주고 말까, 얼마나 먹는다고… 배고프냐?
# by bluexmas | 2010/08/26 03:25 | Life | 트랙백 | 덧글(11)
음 저도 요즘 집에서 보헤미안에서 사온 커피 먹고있는데.. 갈아온거라 금방 맛이 갈 듯 싶어요ㅎㅎ
보헤미안 블렌드라고 써있던데!
그 막국수집에..무식한 인간들이 돈은 갖고있고 차는 몰고다녀서 이가게 저가게 드나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