홑겹의 밤
이제 밤은 제발 좀 홑겹으로만 찾아왔으면 좋겠다. 또 한 겹의 밤이 까만 진피로 내 살갗 바로 아래 숨어지낸지도 오래니까. 먼 옛날, 추운 낮이 계속되던 땅에 살던 시절, 얼어죽지 않으려고, 살아 남으려고 그 땅에 존재하던 백 겹의 밤 가운데 가장 얇은 겹을 훔쳐 두른 것이었다. 그리하여 아직도 그곳에서는 밤이 아흔 아홉 겹으로 남아 빼앗인 한 겹을 그리워하는 노래를 추운 낮이 다시 찾아 올때까지 구슬프게 부르고 다닌다고 들었다.
# by bluexmas | 2010/08/19 04:58 | —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