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설: 어떤 슬픈 와플

최근 급속히 그 세를 불려 나가고 있는 어느 카페에서 100% 호기심에 와플을 시켜 먹었는데, 단독 글을 받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서 쓴다.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빠서다. 물론 이런 것의 출처는 굳이 밝힐 필요도 없다.

큰 기대를 했느냐면, 물론 아니다. 일행과 나는 둘 다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호기심은 딱히 긍정적인 방향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부정적이었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래도…라는 생각이 있었다. 아이스크림이며 딸기와 같은 것들을 층층이 쌓아 올린 것과, 메이플 시럽(이라고 믿고 싶은 것과)과 저민 아몬드를 끼얹고 뿌린 것이 왜 같은 4천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쓸데없는 것을 빼고 먹고 싶었기에 그걸 시켰다.

이곳의 와플은 내가 알기로 ‘리에주 식’이라 불리는 것으로, 묽은 반죽이 아니라 빵과 같이 발효된 반죽을 쓰는 것이다. 늘 지나가다가 그 반죽을 한 덩이씩 꺼내 굽는 걸 보았으므로 왠지 익숙했다.

곧 ‘첫 번째’ 와플이 나왔는데, 그 얇은 와플의 겉이 어느 정도 구워진 느낌이 아니고 꽤나 허연 느낌이어서 혹시 덜 구워졌을까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덜 구워져 속이 질척했다-_-;;; 맛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일단 제대로는 구워야 할 것 아닌가… 와플기계에 타이머는 안 달려 있는지 궁금했다. 만약 2천원이면 그냥 먹겠는데 이건 4천원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딱 손바닥만한 크기), 가져가서 덜 익었으니 다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두 번째로 나온 건 첫 번째보다는 살짝 나은 상황이었지만, 바싹 구우면 사람들이 불평을 하는 상황인지 조심스럽게 굽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맛은… 와플이 어떤 맛을 보여주기 이전에 대부분의 것들이 그러하듯 시럽이 날뛰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건 물론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메이플 “향” 시럽이지 메이플 시럽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자연재료는 들어가지 않는 느낌의 이런 시럽 앞에서 그게 와플인지 팬케이크인지 송편인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냥 그런 것이 있을 뿐이다. 맛은 똑같아지니까.

효모를 써서 발효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지 시큼함이 살짝 풍기는 와플 그 자체는… 맛이 있다 없다를 이야기 하기 전에 좀 슬펐다. 그냥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것보다 슬프다고 표현하면 될 맛이랄까? 굳이 형용사를 고르자면 ‘sad’보다는 ‘pathetic’ 또는 ‘lame’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메이플 “향”시럽이 없다고 해도 그 자체의 맛이 있으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었다. 게다가 볶지도 않은 생 아몬드는 와플을 먹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었다. 와작와작, 그 아몬드를 씹는 소리가 아주 크게 느껴졌다. 큰 기대도 없던 나와 일행은 두 번째 와플마저 결국 한 입씩만 먹고는 남겼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격은 4천원. 절대적으로는 큰 돈이 아니지만, 와플을 먹고 나서는 큰 돈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슬프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나는 그걸 4천원 버리면서 확인했다.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다.

 by bluexmas | 2010/08/17 09:01 | Taste | 트랙백 | 덧글(37)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8/17 09:21 

흑흑 슬픈전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08

흐흐흑…그냥 슬프죠 뭐 슬퍼요…

 Commented at 2010/08/17 09:3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09

그러니까요. 저는 솔직히 왜 와플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막말로 팬케이크 반죽해서 와플 기계에 구워도 와플이 됩니다. 특별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안 만들거라는 이야기죠. 이해가 안 가요…

 Commented by devi at 2010/08/17 10:16 

어딘지 알것 같은… 차라리 탐탐처럼 이것저것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는데

뭐랄까 본격 와플! 젤라또! 라고 광고해대면서 그러면 용서가 안되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10

그렇죠. 근데 문제는 다들 그렇게 먹고 ‘아 이 맛이 본격 와플이랑께롱!’ 이라고 나오면 그게 곤란하다는거죠… 혹시 거기 마스코트 보신 적 있어요? 그게 정말 대박인데… 이름도 없더라구요. 그냥 마스코트.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8/17 10:57 

미묘하게 아몬드의 양이 늘어났습니다..잘라 먹다 남긴 크기라고 의심될 정도의 슬픈 양이네요..ㅜㅜ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10

정말 손바닥 만해요. 다른 데서 한 2,000원 정도 하는 크기라니까요… 너무하던데요 정말;;;

 Commented by Nick at 2010/08/17 11:05 

저도 사진에서부터 볶지도 않은 생아몬드ㄷㄷ 이러고 있었는데 역시나;;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14

그러니까요. 생 아몬드는 저런 데 쓰면 안 되죠… 볶아서 써야 되는데 정말ㅠㅠㅠ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8/17 11:10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군요;;

뭐라 반론을 내놓기 어려우니 그게 또 슬프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15

막말로 마트에서 파는 요거트들 가운데, 제 기준에서는 그나마 먹을만한 것이 덴마크 플레인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다 합성착향료나 올리고당 범벅이니… 그게 현실지요.

 Commented by 당고 at 2010/08/17 12:26 

진짜 별로더라고요.

차라리 식빵을 먹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15

저는 정말 기대가 없었는데 그 정도까지일줄은 몰랐어요. 어이가 없던데요.

 Commented by Nobody at 2010/08/17 12:38 

집 주위에 동시다발적으로 네 곳이나 생긴 바로 그곳이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16

오 비 온 뒤 죽순 돋아나듯 생기나보네요;;; 제가 잘 가는 홍대 앞 지점은 점원들도 썩 친절하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0/08/17 13:44 

어딘지 알 것 같아요. 서글퍼요 ㅠ_ㅠ 진짜 와플이 어떤 것인지 사람들은 이런 거려니, 하면서 돈을 지불하고 먹고 살아가고 있는 기분..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16

@_@ 아셔도 말씀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Commented at 2010/08/17 13: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17

ㅠㅠㅠ 으흐흑 정말 손잡고 같이 울어야 될 상황 아니었던가요;;;

 Commented at 2010/08/17 14: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20

뭐 둘이 비슷비슷합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Suzy Q at 2010/08/17 15:01 

한동안 달달한 무언가 먹고 싶을 때마다 와플와플거렸는데요. 하루는 손바닥만한 밀가루 구이;;; 두장에 인공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블루베리 시럽을 덕지덕지 발라놓고 무려 만원이 넘는 가격을 청구하는 곳을 방문한 이후, 뭔가에 질려버렸어요. 요즘은 2천원이상하는 와플은 쳐다도 보지 않고있습니다. 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20

와플와플… 어째 개굴개굴과 비슷한 분위기로 들려요^^ 아무 것도 아닌데 제발 좀 그렇게 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점장님 at 2010/08/17 16:50 

흠 제가 아는 프랜차이즈가 맞다면..

저도 정말 거기가 왜 그렇게 많이 생기는지 도통 이해를 못 하겠다는..

그리고 와플이 원래 디저트인가요?

울집에선 식사로 먹어서.. ㅋ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21

그게… 그 배후세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 남부에서는 와플 위에 프라이드 치킨을 얹어서 먹어요. 뭐 어떻게든 먹을 수 있지요^^

 Commented by guss at 2010/08/17 20:05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다. ”

ㅠㅜ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22

“그렇습니다”

ㅜㅠ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8/17 21:36 

혹시 까* 배내놓고의 와플인가요?….^^;;

저번에 딸기가 얹어진 와플을 주문했더니만 백만년동안 냉동된 듯한 딸기가 얹어져 나와

이가 다 빠질 뻔 했어요.

요즘은 이곳이 별다방,콩다방을 재낀 분위기던데…맞나요?크

진짜 벨기에의 와플이 그리운 날이었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23

뭐 그렇습니다… 공룡이 헤엄치고 익룡이 날아 다니던 시절 막 나온 딸기의 조상을 냉동했나보네요. 웃기는게 저는 브뤼셀에서 와플을 먹었는데 “아니 겨우 이거였어?”라는 생각이 딱 들던데요-_-;;;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0/08/18 10:28 

와플(50점) + 커피 (50점) => 와플과 커피 (70점)

이것이 전설의 역시너지효과…

커피랑 와플이 주력인데 둘 다 맛이 없다면 가서 의자라도 깨물어먹어야 하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9 00:24

20+20=10이 되는 역 시너지 효과입니다…

커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스나기 님 홍대 앞 ‘찬스 chan’s’ 가 보셨는지요?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0/08/19 19:07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워낙 평소 다니는 동선이 아닌지라 아직까지 못 가보고 있습니다

날이 좀 선선해지면(ㅠㅠ) 가 볼까 하고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21 04:13

네 가 보시고 꼭 말씀해주세요~

 Commented by 꿀우유 at 2010/08/20 07:24 

ㅋㅋㅋ 쪼끔 더 굽고 아몬드토핑 쪼끔 더 올리고….. 그 외엔 방법이 없었나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21 04:14

아무래도 그랬겠죠 흐흐… 사진을 봐도 별로 방법이 없어 보이잖아요^^;;

 Commented at 2010/08/23 15:13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