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로 시작하는 노래 / 올해의 첫 무화과 /나머지 잡담

 

R로 시작하는 노래 볼일 보러 돌아다니며 아무 생각없이 제목이 R로 시작되는 노래를 죽 들었다. 오늘의 외출은 일종의 체벌과 같은 것이었다. Anathallo라는 밴드의 ‘River’를 듣게 되었는데, 이 곡은 밴드 이름과 제목만 보고 늘 지나치던 것이었다. 꾹 참고 들으니 좋았다. 안 듣던 노래 한 곡 다 들을 여유도 없어 넘겨버리곤 한다. 들어보지 않은 노래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올해의 첫 무화과 면허 시험장 가는 길에 무화과를 파는 트럭이 있었다. 다른 거면 몰라도 무화과라길래 차를 세웠다. 기억하기로 차를 세우고 무엇인가를 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여기에서나 거기에서나. 세어 보지 않았는데 한 상자에 2만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이었다. 차를 세웠기도 하고, 건네주는 걸 맛도 보았으니 사야지 뭐. 영암인지 해남에서 매일 올라오는데, 하우스에서 키운 건 이제 나오기 시작하고, 노지에서 키우는 건 이달 말쯤 나온단다. 무화과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팔다 남은 걸 떨이로 주겠다고 했는데 그러다가는 매일 무화과 사야될 것 같은 분위기라서 그냥 나중에 들르겠다고 하고 도망쳤다. 솔직히 맛은… 조금 차게 해서 먹어야 될 필요가 있으므로 보류하겠지만 밍밍했다.

강황과 바닷소금 고등어, 마늘구이 여름에 입맛이 없으면 향신료를 좀 써주면 도움이 된다. 마늘도 맛있었다.

최성국 신분증을 다시 만드느라 몇 년 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찾았는데 하나는 정말 내가 봐도 최성국 같아 보였다. 이럴 때 사진을 올려줘야 되는데 스캔하기 좀 귀찮다.

일1 정신 바짝 차리고 밀도 높게 일했다. 글쓰는 과정은 테트리스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귀가 맞아야 한다. 한두줄 볼때도 맞아야 하고, 전체를 봐서도 다 맞아야만 한다. 그렇게 딱딱 들어맞는 것이 보이면 기쁘다.

일2 좀 더 많이 일했으면 좋겠다. 정말 딱 밥만 먹고, 다른 것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할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산만해서 그렇게 일하면서도 어디 가서 롤케이크 먹을 생각, 기타 칠 생각 뭐 이런 거 하고 있겠지. 아마 나는 안 될 거야.

산만함 모든 걸 다 잃어버려서 새로 만들러 간 자리에서 그나마 새로 만든 것도 버벅거리다가 다시 잃어버릴 뻔했다. 나는 왜 이럴까… 이건 정확하게 말하자면 산만함이 아니다. 걱정 때문에 신경이 분산되는 것이겠지.

SD카드 넷북의 하드 격으로 쓰는 16기가짜리 SD카드가 요즘 말썽이다. 넷북에서는 멀쩡한데 데스크탑으로 옮기면 파일을 저장 못 시킨다고 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쓰기 방지가 되어 있다고 우길 때도 있었다. 포맷을 두 번이나 했지만 오늘 또 같은 증상을 보였다. 기계는 좀 만지기 싫다.

쓰레기통 지금 쓰고 있는 데스크탑의 쓰레기통을 무려 2년 만엔가 비웠다. 쓰레기가 20기가였나보다. 거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어쩌면 며칠 동안 블로깅을 못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물론 좋은 일은 아니다.

만족 할 수 있을까? 토론토의 브랜든 모로우는 오늘 1안타 완봉을 거뒀는데, 9회 2사까지 노히트 노런이었다. 어쩌면 실책으로 기록할 수 있는 걸 안타로 기록하고,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 17삼진 2볼넷 1안타 완봉승. 그의 경기 결과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원지명구단이었던 시애틀에서 동네 출신인 팀 린시쿰을 지명하지 않고 그를 지명했다가 막말로 개피를 보았던 것 때문이다. 린시쿰이 금방 메이저로 올라와 2연속 사이영상을 타는 동안 모로우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직구 외의 구질을 제대로 계발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다가 결국 토론토로 트레이드되어 그래도 꾸준히 선발로 뛰기는 하고 있지만 린시쿰이 성공하는 만큼 그의 실패는 더 두드러지는 법… 토론토에서 두 번이나 1안타 완봉을, 그것도 9회 2사까지 거두었던 데이브 스티엡은 인터뷰에서 ‘대기록을 세우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라고 말했지만 글쎄, 나라면 그냥 만족했을 것 같다. 그런 기회조차도 안 올 수 있지 않나. 아니면 내가 너무 그릇이 작은가? 더 큰 성공을 생각해야만 하나? 그 정도 성공이라도 꼭 잡고 놓지 않고 싶어질 것 같은데.

내일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저녁에 돌아와서는 마감. 목요일까지 하루 건너 하나씩.

고통 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방에 정신차리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어쩌면 이것도 하나의 작은 여행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거부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가장 원초적인 두 가지의 고통을 한꺼번에 감당할 자신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 이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욕 먹어도 좋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나도, 살고 싶다.

자괴감 가장 씁쓸하다. 뭔가 어둠의 해머로 두개골이 깨질 때까지 계속 맞는 느낌. 어째 때리는 사람이 맞는 사람보다 먼저 지칠 기세. 안 도망가고 맞아줄테니 천천히 때려요.

무의식 도 꼭꼭 단속해야만 한다. 정신세계의 숲에는 주인도 모르는 맹수가 살고 있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잡담이 길다. 이건 시간만 있으면 하루 종일도 쓸 수 있다. 난 언젠가 24시간 블로깅에 도전하고 싶다. 한 시간에 글 하나씩 24시간 동안 올리는 건데… 일단 여덟 시간 짜리라도”?

 by bluexmas | 2010/08/10 01:34 | Life | 트랙백 | 덧글(18)

 Commented by Nick at 2010/08/10 05:07 

잡담 좋아요. ㅎ

24시간 블로깅 고고씽.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3 01:21

근데 너무 힘들어서 당분간은 못 할 것 같습니다ㅠㅠㅠ

 Commented by squamata at 2010/08/10 07:35 

와. 무화과다… 자두같은 건 밍밍하면 영 못 먹겠는데 무화과는 조금 물 맛이 나도 괜찮은 것 같아요. 진짜 맛있는 것을 못 물어봐서 그런 걸까요

마감 무사히. 응원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3 01:22

무화과는 대부분이 그렇더라구요. 말리면 단맛이 엄청 강하게 되지만… 근데 그게 무화과의 맛이 아닌가 싶어요. 저도 정말 맛있는 무화과는 뭔지 잘 모르겠는데 이번에 산 것도 차게 두니까 많이 달더라구요.

덕분에 마감은 잘 끝냈습니다^^

 Commented by 나녹 at 2010/08/10 09:13 

아우 고등어 진짜 맛있게 생겼네요T_T

R노래 좋은 듯여.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3 01:22

담에 오시면 집으로 뫼실테니 고등어 구워서 와인이든 맥주든 같이 드세요,.

 Commented by cleo at 2010/08/10 09:29 

어릴때 살았던 집 마당에 무화과 나무가 있어서 채 익지도 않았던 거 따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거 먹고 입안이 아파서 엄마한테 혼나고 했는데… 무화과 시장에 가면 파는 건가요? 먹고싶네요.

제가 생각해봐도 bluexmas님은 일 많이 하시는게 좋을 듯.

스스로를 못살게 구는 것보다, 차라리 일로 받는 스트레스가 낫지 않겠어요?

저도 힘들때는 그런 생각들 가끔씩 합니다.

입추가 지나서 그런지… 태풍때문에 그런지… 더위가 한 풀 꺽일 기운이 보이네요.

이 지겨운 여름만 지나면… 좋은 일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리라, 믿씁니다~^^

bluexmas님… 힘내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3 01:23

무화과는 전라도쪽에서 나오는데, 엄청 비싸요. 이번에 먹은 것도 개당 2천원 정도였어요.

저는 정말 누가 일 좀 더 많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냥 하루 종일 일 하고 딴 생각 안 하면 좋겠어요. 힘은 언제나 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0/08/10 10:32 

R로 시작하는 노래의 지존은…. Reality…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3 01:23

그, 그런 것입니다… 지존이지요.

 Commented at 2010/08/10 19: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3 01:24

네 누구신가 했어요~ 더워도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네요^^

 Commented by 러움 at 2010/08/11 11:30 

쌩 무화과는 한 번도 안 먹어본거 같아요. 무화과 스콘 맛있던게 생각나네요. >.<

고등어도 마늘도 정말 울고싶을정도로 맛있어보이네요. 흐..ㅠ…….

요즘 나름 식욕 절제중인지라 괜히 사진만 보면 침이 뚝뚝 떨어집니다. 으잉. (하지만 먹긴 다 먹ㄴ..)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3 01:26

저도 식욕 절제중인데, 적당히 먹지 않으면 절제도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배가 너무 나와서 요즘은 거의 포기 수준이라니까요ㅠㅠㅠ

 Commented at 2010/08/11 15: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3 01:27

소금만 뿌려서 먹다가 여름이고 또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것 기억도 나고 해서 향신료를 좀 썼는데, 고등어는 워낙 기름기도 많고 해서 잘 버텨주더라구요. 저도 긴 덧글 좋아해요. 언제나 더 길게 달고 싶은데 달다 보면 너무 많아서 그렇게 못하는 거죠~ 자주자주 찾아주세요~

 Commented by 유 리 at 2010/08/11 16:30 

무화과, 무척 좋아하는데, 무화과의 열매가 열리려면 반드시 특정 종류의 벌이 그 안에 알을 까야 하는 원시적인 형태의 공생 관계…가 있다는 이야길 들은 후로는…(암컷은 열매 안에서 성장한 후 알을 낳기 위해 나오지만 수컷은 열매 안에서 걍 사망;;;) 음…일단 저도 마켓에서 보고 사오긴 했는데…음…못 먹겠어요…<<이럴거면 사오질 말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3 01:28

아, 그 이야기 저도 어디에서 들은 것 같아요. 그런데 먹어보면 안에 벌이 있지는 않거든요. 무화과는 꽃이 없는 게 아니라 안으로 피는 것이니까요. 있을때 열심히 먹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