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새로 생긴 중국집은 싹수가

단지 뒤에 새로 생긴 중국집은, 그냥 동네 중국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 고급을 자처 또는 표방하는 집으로 보였다(음식을 먹어본 다음에는 ‘자처’가 맞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배달을 하는 것 같지 않았고, 수타면을 한다는 플래카드를 크게 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그 존재를 전혀 몰랐으나 부모님께서 드셔보실까 갔으나 영업 전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내가 맛없는 음식을 먹는 건 괜찮지만 부모님이 그러시는 건 싫어서 답사차 가보았다.

새로 문을 연데다가 토요일 점심때였으므로, 일단 음식이 제때 나오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참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이 꽤 많았는데, 주방에는 전면으로 창을 둬 수타로 면을 뽑는 모습이 훤히 보이도록 만든 것이 눈에 뜨였다. ‘우리는 그냥 중국집이 아니다’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는지 깔끔하고 감각적으로 만든 메뉴판 또한 괜찮았다(귀찮아서 사진은 찍지 않았다). 오산과 화성의 경계선에 있는 또 다른 수타면 중심 중국집에서도 볼 수 있었던,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본 기억이 없는 ‘선합짜장’이라는 음식이 있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냥 삼선짜장(6천원), 게살 볶음밥(8천원), 그리고 맛이 어떤가 볼 겸 군만두(5천원)을 주문했다.

예상대로, 음식은 꽤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전부 기다린 시간이 적어도 30분은 되었을까? 애들을 데려온 집이 많아서 분위기는 시끄러웠고, 갓 문을 연 집이라 그런지 점원들은 우왕좌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는 가운데 군만두가 나왔는데, 이게 내가 앉은 자리 뒤, 나보다 나중에 온 손님에게로 가는 것이었다. 음식이 늦게 나오는 것도 사실 못마땅한데(새로 문을 연 집이라 참았지만), 정말 참을 수 없는 게 나보다 늦게 온 손님에게 같은 음식 먼저 주는 거라서 그 음식을 내온 점원에게 물었(따졌?)더니 ‘저는 잘 몰라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딱 봐도 별로 알 것 같지 않은 분위기처럼 보이기는 했다. 그러는 가운데 옆자리에 나온 볶음밥이 눈에 들어왔는데, 무순과 날치알을 얹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무순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 날치알이라는 걸 음식에 한 번 쓰려고 뒤져봤다가 온갖 첨가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걸 알고는 포기했던 적이 있는지라 저건 무슨 계산으로 얹어 나오는지 궁금해졌다. 눈으로 딱 보기에도 때깔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는데, 그래도 ‘정통’을 표방하려는지 짜장이 딸려 나오지 않았고, 옆자리의 남자는 곧 목소리를 높여 짜장을 청했다.

드디어 나에게도 음식이 나왔는데, 면이야 그렇다고 쳐도 일반 짜장과 다를 바 없이 전분이 많이 들어가 걸쭉한 짜장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이 집만 간짜장을 그렇게 내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게 싫어서 보통 짜장을 시켜먹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양파가 잘 익은 것은 마음에 들었지만 물론 해산물은 별로 없었고, 춘장은 달디달았다.

그래도 먹을만했던 삼선짜장에 비해 게살볶음밥은 이 경기도 구석에서 8천원짜리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질이 썩 좋지 않았다. 밥알에 기름을 잘 입힌 것과 밥이 아예 기름에 쩔어버린 것에는 차이가 있는데, 이 볶음밥은 일단 후자. 게살 따위에 대한 기대 같은 건 원래 별로 없는데 그래도 8천원이면 돈값은 하겠지 생각한 내가 한심해 한 숟가락 뜨고 망연자실, 앉아 있었다. 당근에 완두콩에… 별 생각 없이 재료만 어떻게 넣어서 볶으면 그만이겠지, 라는 생각을 느낄 수 있는 볶음밥.

그렇게 망연자실하는 사이에 군만두가 나왔는데, 이게 정말 절정이었다. 군만두라기보다 그냥 통째로 튀긴 튀김만두였는데, 그 만두라는 게 속에 당면과 무에 조미료 맛이 물씬 풍기는 분식집의 그것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뭐 짜장면이나 볶음밥까지는 그러려니 할 정도였지만, 거의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만두-물론 가게에서 직접 만들었을리는 전혀 없고-를 한 입 물어보니 이 집이 애초에 음식 성의있게 만들 생각 같은 건 별로 하지 않고 그냥 동네에서 약간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적당히 장사해 돈을 그러 모으겠다는 심보로 문을 연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요리도 먹어보지 않고 판단하는 건 성급한 짓일 수도 있지만, 그 만두는 탕수육 시켰을 때 ‘서비스’로 나오는 보통 동네 배달 중국집의 그것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두 개 먹고 더 이상 손 대지 않았다.

(원래 이런 사진은 잘 올리지 않으나 참고를 위해… 그러나 별로 알아볼 만하지는 않다-_-)

그러나 그게 의도하는 바라면 내가 굳이 뭔가를 말해줄 필요는 없을 터, 동네에서 점심 한 끼 먹는 값으로는 꽤 거한, 2만원에 가까운 돈을 계산하고 곱게(그러나 “만두가 참 그렇네요”라는 이야기는 했다) 빠져나와서는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내 새로 생긴 중국집에 가실 필요는 없겠다고 알려드렸다. 음식이 맛없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고, 그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나쁜 재료와 성의 없음을 개인적으로 꼽는데, 이 집 같은 경우는 의도적인 성의 없음이 거슬렸다.

 by bluexmas | 2010/08/02 15:14 | Taste | 트랙백 | 덧글(30)

 Commented by 동굴아저씨 at 2010/08/02 17:09 

아…그냥 저희 동네 중국집이 더 낫겠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4 00:15

아, 사진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드세요? 저는 볶음밥은 확실히 좀 그렇지요…

 Commented at 2010/08/02 18: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4 00:15

아, 그게 자궁이 아니라는데요-_-;;; 제가 잘못 안 것일 수도 있어요. 다시 찾아봐야 되겠어요. 너무 걱정 말고 드세요. 어이 없으면 짜증도 잘 나지 않지요.

 Commented by 개보람 at 2010/08/02 19:51 

학교 앞 A세트(만삼천원)가 진리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2 20:20

레알?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8/02 19:54 

고생하셨군요;; 올해 여름의 액땜이라 생각하시고..

뭐 음식점들이 멀쩡하게 주문한 사람 바보 만들죠. 저도 바보 자주 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4 00:16

액땜은요 뭐 이 정도는 웃으며 넘겨 줍니다. 얼마나 가나 두고 보려 합니다…^^

 Commented by MerLyn at 2010/08/02 21:43 

저희 학교앞 병아리 세트(진짜 병아리에요. 세트 이름이)가 진리인듯.

이건 만원입니다. 게다가 맛도 좋음.

 Commented by 개보람 at 2010/08/02 22:33

우리 학교가 졌네염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4 00:16

두 분 서로 만나서 회식 한 번 하세요.

 Commented by dunkbear at 2010/08/02 21:46 

저도 경기도 ‘구석’ 사는데 군부대들 많아서 중국집들도 대여섯곳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죠. 저따위로 만들면 1달도 못갈 겁니다… ㅡ.ㅡ;;;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4 00:16

군부대들 많은 걸 보니 북쪽인가 보네요. 전 양평에서 군생활 했습니다만… 동네 사람들 우습게 알고 일부러 성의 없이 만든 것 같아 기분 나빴습니다.

 Commented by 볏짚인형 at 2010/08/02 21:47 

차라리 저희학교옆 2천원짜리 자장면이 더 맛있어보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4 00:17

그래도 짜장은 괜찮았어요. 문제는 볶음밥과 만두였지요. 그래도 수탄데요…

 Commented by owl at 2010/08/02 21:54 

싸면 싼맛으로 먹지 비싼게 제값 못하면 망하는건 진리. 음식을 소홀히 만들면 손님들은 정말 바로 안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4 00:17

그래도 장사하는 중국집 많은 걸 보면 사람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듯 해요. 슬프게도.

 Commented by 마로제노예 at 2010/08/02 22:38 

E마트의 패밀리세트가 진리란걸 모르시겠습니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4 00:17

전 이마트에서 장만 봅니다만…

 Commented by YoUZen at 2010/08/02 23:10 

음. 저는 음식을 잘 몰라서..

아마 저 같으면 이 집 스타일이 이런가 보다 하고 아무것도 모른채 넘어갔을거 같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4 00:17

맛 없는 건 스타일 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at 2010/08/02 23: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4 00:18

아, 싸기 좋아하는 애들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저한테 그러는 것도 아니고 제 블로그에 오시는 손님한테 그러면 제가 못참죠. 신경 쓰실일은 아닙니다. 재미있는 덧글이라 그냥 두셨으면 모두 같이 웃었을텐데 아쉽습니다^^

 Commented by chatmate at 2010/08/02 23:50 

근데 한국 중국집 군만두는 원래 튀긴 만두가 나오지 않나요? 구운 만두나 나오는 집은 여태 한 집도 못 봤는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4 00:19

deep fry와 pan fry가 조금씩 다 다르죠. 기름을 자작자작하게 붓고 굽는 만두와, 아예 끓는 기름에 담가 튀기는 만두, 안 익은 걸 굽거나 또 찐걸 굽거나… 다 조금씩 다릅니다.

 Commented by chatmate at 2010/08/04 07:07

조리법이 다른거야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구워 내는 만두’가 나온걸 본 적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sabina at 2010/08/03 00:34 

송구스럽습니다. 소녀가 그만 아이폰 이글루스 어플 작동 미숙으로 푸르딩 나비다드 님의 댓글에 답글을 달다 그만 삭제 버튼을 자동으로 스르륵하였으나 다시 복구할 길이 묘연했습니다 그려. 행여나 내 댓글 어딨지 마시고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4 00:19

^^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8/03 00:37 

그래도 이사하고 먹으면 뭐든 맛있더군요…

오늘 날씨가 후텁지근한게 굉장히 땀이 많이나서 그랬는지…

그냥 다 맛있게 먹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4 00:19

이사하셨어요? 더운데 고생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