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랩, 레게치킨, 무지 음료, 연남동 순대국, 새벽의 소비뇽 블랑

커피랩

‘카페놀이’ 같은 건 하지 않는데 그래도 홍대가 있는 동네의 이런저런 카페는 대부분 한 번쯤 가 봤다고 생각했던터라 아직도 커피랩에 한 번도 안 가봤다는 사실을 스스로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는 역삼동 그 모 카페의 커피가 커피랩에서 나온 것이기는 했지만…

에스프레소 더블샷과 그날의 ‘스페셜’이었던, 잘 기억나지 않는 무엇인가를 차게 마셨는데 커피는 문외한인 내가 언급할 건덕지가 없을 정도로 맛있었지만 오래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던 그, 천장에 다닥다닥 붙은 의자는 컨셉트 또는 의도를 알고 또 이해하고 있었음에도 답답한 느낌 뿐이었다. 천장이 딱히 높지 않아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기로 컨셉트에 충실하다면 아늑한 느낌을 주어야 하지만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인기가 많은 가게라 그런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왔고 그 덕인지 굉장히 시끄러웠다. 따라서 다음에 또 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테이크아웃이라면 망설일 것 같지 않다.

레게 치킨

레게라면 프라이드보다 저크 치킨이 제격이지 않나?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치킨집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컨셉트를 내세운 것인지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뭐 그걸 너무 깊이 생각하려는 내가 오히려 문제겠지만.  치킨이든 깐풍기든 어디 가서 닭고기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간이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닭고기에 간을 배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통닭, 또는 튀기기 위해 토막 낸 경우) 염지(brining)이다. 메뉴판을 보니 이 집에서는 염지를 한 다음 카레가루를 섞은 튀김옷을 입혀 튀긴다고 했다. 이 카레의 맛은 놀랍게도(?) 전설이었다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부활했다는 농심의 스낵 B-29맛이었다. 특히 눅눅한 팝콘을 내오는데 이건 완전히 B-29의 맛. 직접 토막을 내서 튀긴다는 닭은 튀김 상태가 괜찮았는데 염지를 한 것치고는 싱거워서, 나갈 때 물어보니 손님들이 짜다고 해서 좀 싱겁게 만들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정말 짠맛이 싫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짜게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해서 그런지는 좀 생각해봐야 할 듯.

이렇게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질의 치킨이었지만 만 오천원이라는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은 확실하고, 육천원에 곁들이로 나온다는 샐러드는 뭐랄까, 성의 없이 조잡한 느낌이었다. 무는 사다가 할레피뇨를 섞은 것이라고 했는데 평범했다.  딱히 거슬릴 구석 없는 치킨과 그 나머지 것들과 달리 맥주는 미지근했다. 생 크롬바커였는데 맛은 멀쩡한 것으로 보아 별 장난은 치는 것 같지 않았는데(지난 번 티타임 뒷풀이때 강남역에서 마셨던 앨리캣은 무엇인가 아닌 느낌이 있었다), 온도 조절을 못하는 느낌이랄까.  딱히 이런 분위기의 공간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달부터 이전한다고 하니 거기는 또 어떤 분위기로 꾸려나갈지 모르겠다. 맥주만 좀 시원하다면 샐러드 안 시키고 치킨만 시켜서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 물론 ‘치킨에 카레맛’은 개인취향에 따라 갈릴 듯.

무인양품의 리치 곤약 음료

젤리, 곤약, 양갱 뭐 이런 것들을 다 좋아하는데, 갈때마다 눈길을 끌었던 무인양품의 리치맛 곤약 음료. 안에 곤약이 들어 있는데, 한 모금 정도 마시고 병을 흔들어서 잘게 부숴주면 한층 더 먹기 편하다. “천연과당”이 들어 있다고 써 있었으나 이제서야 딱지를 읽어보니 그 천연과당의 정체는 “고과당 콘시럽-_-” 어째 그 단맛이 좀 이상하길래, 무슨 천연 과당의 맛이 이러냐 라고 생각했다. 그뿐 아니라 온합성 착향료님도 들어가 계시다. 그러므로 아무에게도 먹으라고 추천할 수 없게 되었다. 나도 어제 먹은 거라면 토해내고 싶다. 무인양품의 컨셉트와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데 항의 편지라도 한 통 써 보내야 겠다. 2,500원인데 다른 것들을 살 때 묻어서 3개월 할부로 샀으니 월 부담금은 833원꼴. 그래도 짜증나는데?

연남동 기사 식당의 순대

가격을 생각하면 괜찮은 집이라고 생각한다. 순대가 따로 나오는 왕순대 정식(6천원이었지 아마?)를 두 번 먹어봤는데 두 번 모두 무엇 한 가지의 맛이 묘했다. 지난 번에는 오소리감투(=자궁)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당면 순대의 맛이 좀…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먹을만 하다. 지금은 입맛이 변했는지 이런 것들도 다 꿀떡꿀떡 잘 먹는데, 어릴 때는 널려 있어도 잘 못 먹었다. 할아버지는 이런 걸 다 직접 장봐와서는 할머니를 통해 삶아 드셨다. 돼지머리도 물론. 그때 먹었던 돼지머리 때문인지 순대집에서 파는 건 맛 없어서 잘 안 먹는다.

새벽의 소비뇽 블랑

원해서 산 건 아니고, 주차비 때문인가로 샀는데 너무 맛없다. 이쯤 되면 너무 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듯. 같은 딱지의 적포도주는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건 좀…

 by bluexmas | 2010/08/01 15:48 | Taste | 트랙백 | 덧글(28)

 Commented by sabina at 2010/08/01 17:35 

아 저는 닭가슴살, 허벅지살의 퍽퍽함이 싫어서 항상 미리 소금, 후추, 와인 등에 재워뒀다 요리하는데 닭튀김에서도 살짝 그 방법을 쓰는 집이 있긴 하군요. 그나저나 오소리 감투 부분이 그런 파트(?)였는지 첨 알았어요. 먹어본 적은 없지만 알고나니 초큼 후덜덜해요. 까시예로 데 디아블로는 칠레에서 엄창 싸던데요. 한 병 당 몇 달러 안 주고 사마셨는데 우리나라에서 한 3만원하지 않나요? 그래도 덜 달아서 좋긴 하죠. ㅎㅎ와인은 언젠가 스트라스 부르 지방의 피노누아 (초큼 이상해보이지만 정말 그랬어요)를 선물받아서 마셔봤는데 천상의 맛이었어요. 그 이후로 그 보다 더 맛있는 와인을 찾지도 못 했고 심지어 그 와인을 다시 구하지도 못했죠. 씁.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2 02:51

퍽퍽한 닭고기나 돼지고기는 소금물에 담궈 두는 것으로 맛을 좀 보완할 수 있다고 해요. 저도 귀찮아서 잘 안 쓰는 방법이기는 합니다. 오소리 감투는…저도 즐겨 먹는 부분은 아닌데 그렇다고 알고 있어요. 스트라스부르면 알사스 지방인가요? 와인 종류는 너무 많아서 맛있는 걸 마셨다고 또 만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Commented by  at 2010/08/01 17:49 

커피랩은 테이크아웃이 적당한 것 같아요- 정말,

갈 때마다 시끄럽고 자리도 좁고 그러나 커피는 마음에 든다는…그래서 들르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레게치킨은 키치를 즐긴다는 편이 맞을 것 같고 ㅋㅋㅋ

그나저나 순대국의 주변에 흩뿌려진 것은… 무엇일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2 02:53

그러게요. 순대국에는 아마 들깨가루가 들어갈거에요. 산초가루를 넣는 집도 있는데 너무 매운 경우도 있지요.

 Commented by 이네스 at 2010/08/01 17:57 

염지를 잘해야 맛있는데 염지하기 귀찮다는 크나큰 문제가 있습니다. ㅠㅠ

근데 고과당 콘시럽이라니. 심히 에러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2 02:54

네, 귀찮죠… 그리고 소금, 설탕 외의 다른 조미,향신료는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네요.

무지와 고과당 콘시럽은 심하게 안 맞는터라 충격을 받았습니다.

 Commented at 2010/08/01 18:1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2 02:54

와 그때 카레치킨이라면 엄청 선구적이셨네요. 아버님의 생각을 시대가 알아주지 못한 셈이군요, 안타깝습니다^^

 Commented by Mathilda at 2010/08/01 19:03 

저는 순대 참 좋아해요! 이것저것 순대라면 종류 안가리고 잘 먹는데

예~전에 어딘지 모르겠는데 정말 크고 실한 순대를 먹어보고 아 이게 레알 순대구나ㅠㅠ 하고

감동받았었죵 -_ㅠ… 더우니까 막 순대사진에서 급 끌리네용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2 02:55

수원 지동 순대가 유명한데, 요즘은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더워서 아직 안 가보고 있거든요. 수원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맛보시는 것도…

 Commented by 당고 at 2010/08/01 20:35 

커피랩은 그럭저럭 즐기고 있다가 저 의자를 보는 순간 공포감에 ㄷㄷㄷ

갑자기 저한테 떨어져 내릴 것 같아서 여유 있게 마실 수가 없다고나 할까. 테이크아웃이나 하죠, 뭐. 테이크아웃 하면 가격도 싼데-ㅅ-;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2 02:55

그러게요. 게다가 보면 실제 의자도 아니고 작은 의자라서 진짜 같은 느낌도 안 나요. 가게 측에서도 테이크 아웃을 원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람이 계속 오니까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8/01 20:59 

전 지금까지 먹은 치킨 중 kxc 에서 알바하면서 직접 튀긴게 가장 맛있더군요…

아무리 같은 재료에 메뉴얼이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조금씩은 다르니까요 껄껄!?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2 02:56

오 몬스터님은 닭도 튀길 줄 아시는군요! 잘생겨 키도 커 닭도 튀길 줄… 부럽습니다 부러워요 ㅠㅠㅠ

 Commented by SF_GIRL at 2010/08/01 21:54 

순대국이 제일 먹고싶은 지나가던 아가씨 1인’ㅅ’

근데 커피랩인데 실험실 분위기는 안나고 학교 분위기 (의자 뒤로 밀고 청소하는..)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2 02:57

마장동 옛 동네에 있는 순대국집도 괜찮아요. 오시면 순대국 번개라도… 저 사진은 천장을 찍은 거랍니다. 의자가 매달려 있지요.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8/02 01:15 

외국커피잡지를 보니까 호주 등지에 저런 천정의자 컨셉 카페가 있는데, 따라했나봅니다^^

커피맛은.. 아프리카 원두들이 꽤 들어가서 화사한 과일산미는 나는데, 에스프레소 블렌드로선 산미가 쓸데없이 강하더군요. 블렌딩솜씨는 시원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미가 치고 올라와 에스프레소로는 별로고, 아이스커피 등으론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찬찬히 적어보려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2 02:58

제가 듣기로는 의자 밑에 있으면 아늑한 기분이 들었던 어린 시절 기억을 살려서 인테리어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저 같이 커피 모르는 사람이 배울 수 있게 꼭 글 부탁드립니다~^^

 Commented at 2010/08/02 09: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21 04:30

발사믹 시럽은 정말 전염병처럼 온갖 카페에서 온갖 음식에 쓰더라구요;; 빌어먹을. 강남, 마장동, 연남동에 괜찮은 순대국집 각각 하나씩 있답니다.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0/08/02 12:01 

홍대 프루지오상가 건너편에 테이크-아웃 전용의 작은 점포로 영업하고 있는 듯 합니다.

본 매장은 커피맛은 좋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뭔가를 먹기가 참 그렇지요. 저도 홍대에 갈 일이 생기면 주로 위에서 말한 테이크아웃용 점포로 갑니다. 에스프레소는 이전 블로그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산미가 도드라지다보니 호불호를 탈 듯 하네요. 카푸치노 등 바리에이션 메뉴로 만들면 먹을만 할 듯.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21 04:30

네. 거기는 익스프레스죠…저도 다시 가서 앉아 커피 마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시끄러운 카페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Commented by guss at 2010/08/02 16:13 

오소리감투는 위장 아니었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21 04:30

그런가봐요… 제가 잘못 알고 있었나봐요;;;

 Commented by 안녕학점 at 2010/08/02 21:56 

홍대 조용하게 혼자 놀이 하기 좋은 카페 추천 부탁드려용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21 04:31

저도 카페는 잘 아는 편이 아니라서요… 그럴만한 곳이 있나 계속 찾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꿀우유 at 2010/08/12 21:40 

조용한 카페를 선호하는 저도 익스프레스 오픈이 반갑긴 했는데 걸어다니면서 마시는 스타일은 또 아니어서 ㅠ 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21 04:31

그렇죠… 게다가 커피는 또 뜨겁잖아요ㅠㅠㅠ 들고 마시기 좀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