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갓길에 앉아 있던 남자
한남대교를 막 건넌 뒤 속도를 내기 시작했는데, 한 남자가 고속도로 갓길에 앉아 있는 걸 보았다.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는 걸로 보아 술에 쩔어서 가수면 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사람도 다니고 차도 다니는 길거리라면 금요일이고 하니까 이해가 될텐데, 사람은 다닐 수 없는 고속도로 갓길이라 대체 어떤 영문으로 거기까지 가서 앉아 있게 된 건지 정말 궁금했다. 집으로 돌아 오면서 쭉 생각을 해 봤는데, 일단 가장 가능성 있는 경황은 술을 얼큰하게 마시고 서울 외곽 도시의 집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가 취해서 통제하지 못하는 생리 현상이나 기타 추태 때문에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하차 하거나 당하는 것이었다. 100킬로미터로 달리기는 했지만 얼굴을 보건데 추태를 부릴 것 같은 인상은 아니었지만(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직장인 뽀대).
그리고 또 하나의 가능성은 뒷 부분은 같지만 택시를 탔다가 내린 경우일텐데… 어떤 경우라도 사람을 고속도로 갓길에 그냥 내려놓고 가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는 나도 뭐 차를 세우고 친절을 베풀지는 않았으니 할 말은 없지만. 어쨌든 그 남자, 집에 잘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장담하건대 어제 술을 마셨다면 나도 어디에선가 그런 몰골로 앉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미쳐서 차 몰고 가다가 강변북로에서 한남대교 건너는 길에서 꺾지 않고 그대로 물 속으로… 그래도 시원하니 괜찮았을지도?
# by bluexmas | 2010/08/01 00:50 | Life | 트랙백 | 덧글(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