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왕의 비결과 , 양준혁, 기타 잡담

아직도 기억한다. 그는 전형적인 부잣집 외동아들 같은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호남형의 잘 생긴 얼굴이며, 2:8까지는 아니어도 3:7은 될 가르마로 아주 까맣지도 않은, 연한 갈색의 머리를 단정하게 넘겼는데 하얀 피부와 아주 잘 어울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의 독후감 쓰기 능력이었다. 20년도 훨씬 더 지난 일이라 정확하게 그 수까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는 적어도 하루에 두 편은 독후감을 썼다. 독서교실의 마지막에 잘 쓴 독후감을 골라서 상을 주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독후감을 많이 쓴 학생에게도 다독왕상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의 능력이 몹시 부러웠다. 결국 독서교실이 2/3 정도 지났을 무렵, 어찌어찌해서 그의 독후감을 볼 기회가 생겼는데… 그건 다름 아닌 책의 발췌였다. 이를테면 “시골쥐는 서울쥐에게, 요즘은 시골에도 고층아파트가 많이 들어섰고 택배가 발달해서 시골에서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처럼 책을 그대로 옮기는 식, 독후”감” 이면 감상이라는 요소가 들어가야 할텐데, 거기에는 그런 게 없었다. 그리고 독서교실의 끝에 그는 2등과 꽤 큰 격차로 다독왕상을 탔다.

1. 적어도 6개월은 벼르다가 무지의 서랍장을 샀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너무 깊은 걸 사지 않았나 싶어서… 새로 지은 아파트라 딸린 수납 공간이 많아서 다행이지만, 기본적으로 나에게는 수납장이라는 것이 없어서 모든 것이 어디에나 널려있다. 책상도 컴퓨터 앞자리만 딱 비어있고 쓰레기와 책 등등으로 가득 차 있다.

2. 드디어 <인셉션>을 보았다. 영화는 계속 보지만 워낙 문외한이라 글은 안 쓰게 되는데 쓰고 싶을 정도로는 만들어주었다. 꿈의 세계에서 보여주는 건축 세계에는 별 매력이 없었다.

3. 혹시라도 잘 잘 수 있을까 싶어 에어컨을 밤새 틀어보았는데 전혀 잘 자지 못했고 약한 감기 기운만 얻었다. 벌 받은 거 아닐까 싶다.

4.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게으르다. 당분간 밖에 나가지 말아야 할 것 같은데…

5. 지난 수요일에 폭풍 베이킹을 했는데 아직도 그 잔해를 다 치우지 못했다. 이만하면 게으름 인증도 완벽하게 하는 셈?

6. 양준혁의 은퇴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좀… 그때 그 시절, 삼성은 김태한과 양준혁 둘을 놓고 누구를 1차지명할까 고민하다가 언제나 투수 때문에 우승 못하는 팀이었으니만큼 김태한을 지명했다. 양준혁은 쌍방울인가의 지명을 거부하고 상무에 갔다가 다음 해 다시 지명을 받아 삼성에 입단했다. 김태한은… 아주 나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 지명한 것만큼의 성적까지는 거두지 못하고 은퇴했다. 선발로도 마무리로도 돌려보았으나 두 경우 모두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였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선수들 많은데,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라면 역시 박태순이 아닐까… 충청도 출신이었는데 교사 자격증도 있다고 해서 뭐 그런 점도 알려졌고 2차 1순위였나 그랬는데 거의 그냥 먹튀 수준으로 사라졌다. 군에 있을때 상병 휴가 나와서 인천까지 갔다가 결국 표가 매진되어서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그날 선발이 박태순이었고 경기장에 다다랐을때 벌써 신나게 얻어터진 상황이었다.

야구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예전 하이텔에서 야구동 삼성 소모임에 잠깐 발을 담그기도 했고 그 인연으로 96년 미디어 가이드를 만드는데 알바로 참여했었다. 그때 사무실이 테헤란로에 있었는데 그 뒤로 곧 서울 사무실을 없앴다고?

참,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나 역시 이만수 선수의 엄청난 팬이었지만 그가 삼성 감독으로 오는 건 반대한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좋은 감독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고 삼성 이야기는 끝이 없는데, 이승엽은 나보다도 어린데 벌써 주저 앉는 느낌? 누군가는 그냥 그렇게 노화가 왔다고 하고 누군가는 못 나와서 더 그런 거라고 하고… 뭔가 이유가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기회 닿았을 때 백만 달러 받고라도 메이저리그 갔으면 좋았을텐데.

8. 기왕 야구 얘기 나온 김에 미국 야구 얘기도 하자면… 브레이브스에서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죽을 쑤는 네이트 맥클라우스를 AAA팀으로 옵션처리했다. 며칠 전 플로리다 전에서 만루에 나와 병살타쳤을때 나는 그 경기를 질 것이고, 그에게 무슨 조치를 취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뭐 누구라도 그렇게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요즘 못해서 필라델피아와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7. 기회.

8. 기다리고 있다.

 by bluexmas | 2010/07/29 01:11 | Life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7/29 01:30 

무엇을 기다리고 계실까요 가을을 기다리실까요 흐흐…

저희집에서 주무시면 숙면 취하실 수 있을 듯…어쩜 추워서 깰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7/29 14:02

가을은 기다리기에는 너무 머네요… 좋은 소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7/29 01:40 

양준혁 은퇴라, 시간이 흐르네요..

물승엽은 친구 말로는 ‘멍충이’라 하더군요^^;; 프로선수는 죽이든 영양돌솥밥이든 1군무대에서 홈런과 삼진을 보여줘야한다는 게 친구 지론인데.. 요미우리와의 재계약을 너무 길게 잡았죠.. 스윙이 어떻든 돈이 어떻든, 프로는 1군무대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7/29 14:02

그렇죠… 무슨 뒷사정이 있노라도 들었는데 확실한 이야기는 아니라서요. 그게 아니라면 왜 요미우리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7/29 01:45 

하고싶은건 많은데 돈이 없습니다 껄껄껄!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7/29 14:02

껄껄껄 저도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러움 at 2010/07/29 10:37 

야구는 잘 모르는데 예능 프로에서 양준혁 선수를 본 적 있어요. 엄청난 기록수에 놀랐고, 또 다 있으니 세탁기와 수저만 갖고 오라는 유머에 정말 크게 웃었는데 그 분이 은퇴+결혼을 한다고 하니 새삼 그 때 그 프로그램에서 봤던 서글서글한 모습이 생각나네요. 🙂

2. 그런데 인셉션; 별로인가요? ㅎㅎㅎㅎ 주말에 볼까 했는데 공략집 안 흩고 가면() 재미없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어느 정도의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7/29 14:03

양준혁이 정말 야구밖에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그만하면 오래 했지요…

인셉션 재미있어요. 단, 그렇게 타임라인 분석까지 막 해야 되는지는 잘 모르겠구요.

 Commented at 2010/07/29 10: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7/29 14:04

그냥 다른 것들의 우선 순위에 밀려서 그런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는. 저는 우리나라 영화를 거의 안 보게 되네요. 왜 그러는지…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7/29 16:59 

저,다독상 탄 부잣집 외동아들이 양준혁은 아니죠?

우리 반에 저런 애들 많은데……낄낄.

저는 공필성,김민재,주형광의 팬이었지요.

지금은 다들 뭐하는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01 16:14

으하하 저랑 비슷한 나이였으니 양준혁은 아니겠죠? 낄낄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바로 그때 생각이 났습니다. 주형광은 저랑 동갑인데 2000년이었나 롯데가 한국시리즈 올라가서 박보현이 1선발 할 그 때 대혈전이었던 플레이오프에서 마무리를 한 게 주형광이었죠. 병신들이 임창용을 6회부터 올리는 무리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