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채관, 카페 뎀셀브즈, Azurra, 고등어
이렇게 하루하루 먹은 걸 몰아서 쓰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10년 단골 용봉채관의 부활
2월쯤 안국동 ‘위브’에 문을 열 것이라고 들었으나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하고 주인 아주머니와의 전화 통화시 들었던 허가 문제로 그냥 접은 것은 아닌가 생각했던 10년 동안의 단골 ‘용봉채관’이 예전 자리 건너편의 두산 위브 상가 1층(조계사 가기 전의 큰 상가 가운데 왼쪽의 것)에 다시 문을 열었다. 그저껜가 아무런 생각 없이 네이버를 검색하니 정보가 나와 깜짝 놀라 찾아간 것인데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으로는 4월 5일부터 문을 열었다고. 큰 상가의 1층 구석에 있어 그 안에서도 찾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적당히 널찍하고 깨끗한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 가면 당연히 굴짬뽕을 먹어야 하지만 여름이라 어떨지도 모르겠고 요즘 제대로 된 짜장면을 너무 오랫동안 먹지 못해 삼선짜장(6,500) 을 시켰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에서만큼은 짜장을 자주 먹지 않는데, 그건 굴짬뽕이 있어서 그런 것이지 짜장이 떨어져서는 아니다. 예전의 기억대로 이곳의 짜장은 요즘 만연하는 다른 짜장들에 비해 단맛이 훨씬 적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까맣고 쓴맛이 두드러지는 춘장과 요즘의 달착지근한 카라멜 춘장의 중간 정도에 있는 맛이랄까?
예전에 올렸던 글에서도 얼핏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 집은 단골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만큼의 객관적인 잣대로 평가 불가하다(중국음식 좋아하시는 분들이 가셔 드셔보시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하지만 미리 덧붙이자면 10년 전, 처음 굴짬뽕이나 복어살이 들어간 누룽지탕을 먹었을 때의 그 맛과 비교하자면 조금 떨어진다.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맛이라기 보다 음식의 디테일이 예전보다 조금 선명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사장님께서 예전보다 나이가 드셔서 그런 것 같다. 오늘 먹었던 삼선짜장의 경우도 면의 온도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흔히 먹게 되는 짜장면의 온도보다 조금 낮았고, 따라서 빨리 식었다. 또한 면은 아주 살짝 덜 삶은 느낌이 있었다. 어쨌거나 나에게는 단골이기 때문에 그 굴짬뽕을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 다행인 집. 조만간 또 갈 생각이다. 참고로 돼지고기는 국내산, 닭고기는 미국산을 쓴다고 하는데 예전에 브라질산을 쓸 때는 깐풍기 맛이 닭 때문에 살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미국산 닭고기를 쓰는 중국 음식점은 아직 많이 못 가봤는데 이상하게 브라질산은 맛이 늘 떨어지는 느낌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카페 뎀셀브즈의 조각 케이크는 5,500원, 그런데?
얼마전 이글루스에서 회자되었던 카페 뎀셀브즈에 오늘 처음 가 보았다. 그냥 근처에 갔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들렀는데, 척 보았을 때는 전도 유망해보였던 유자 케이크는 젤라틴도 실패, 신맛도 실패였다. 케이크 가게 하시는 분들 얘기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씹히는 걸 좋아해서 무스 케이크 같은 건 잘 안 팔리는 종류라던데, 그건 정확하게 그 자체의 식감 때문이라기 보다 무스 같은 걸 섬세하게 만드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 케이크의 맨 위는 유자젤리로 덮여 있었는데 굉장히 안타까운 식감이었고, 또한 전체적으로 신맛이 굉장히 두드러지는데 사실 그게 딱히 유자라기 보다는 유자+구연산일 확률이 높다. 유자청은 잘 모르겠지만, 파는 유자 엑기스에는 구연산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업으로 제과를 하는 분들은 그 맛이 진하기 때문에 커피 농축액이나 유자 엑기스 같은 것들을 선호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맛이 진한 가운데 오래된 재료로 부터 나는 일종의 쩐맛이나, 유자 엑기스와 같은 종류에 들어가는 구연산과 같은 합성 착향료 또는 감미료 같은 것들의 느낌이 두드러질 때가 있다. 물론 내 입맛이 최고니 그걸 따라서 케이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 아니고, 진한 맛을 얻을 수 있는 대신 그 반대급부로 잃는 것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어쨌든 정확하게 생으로 구하기가 얼마나 쉬운지는 모르는 과일인 유자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생 유자를 썼을리 없는 이 케이크는 그 신맛에 그만큼 두드러지는 단맛까지 함께 춤을 추니 정말 진정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난리부루스 같은 느낌이어서 반만 먹고 남겼다. 맛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체리나 금가루, 그리고 화이트 초콜렛 조각이 이 케이크의 단가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쳤는지 정말 궁금하다. 녹차 케이크에는 무슨 찻잔 같은 초콜렛 장식을 얹어 놓았던데, 그런 걸로 사람들을 현혹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장식들은 정말 케이크의 맛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리고 커피는… 나는 커피 문외한이라는 걸 미리 전제하더라도 물을 2/3만 부어달라고 한 아메리카노(3,000)는 너무 맹숭맹숭한데다가 기름이 잔뜩(=너무 많이) 떠 있어서 얘기(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알갱이들이다. 이렇게 뜬 기름은 처음 본 것 같다… )를 했더니 직접 볶는 커피콩의 신선함 만큼은 자신 있다면서, 친절하게도 다시 내려주셨으나 별반 다를 게 없었고 맛 또한… 1층의 자리는 호젓했으나 더웠고, 2층은 시원했으나 시장바닥. 프랜차이즈도 아니지만 케이크나 커피에 딱히 개성이 있는 것도 아닌 이 집에 내가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집에서는 케이크를 먹고 ‘먹어보니 이런 점이 이랬어요’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는 그걸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기도 하겠거니와, 그런 의견이 지극히 소수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사는 잘 될테니까.
병물 ‘아주라(Azurra)’
날씨가 더우니 탄산수 생각이 나서 신세계 본점의 워터바에서 산 펠레그리노를 집으려다가 바로 옆에 있는 같은 색 병을 집었다. 일하시는 분은 전문 교육을 받은 ‘워터 소믈리에.’ 혹시 관심 있으실까 싶어 ‘물의 모든 것’이라는 일화가 수록된 졸역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를 뻔뻔스럽게 권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물은 어째 맹맹해서 보니 나트륨이 아주 적게 들어갔다고. 여름에는 좀 찝찔한게 좋은데.
저녁 반찬은 고등어 소금구이
저녁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와 굵은 소금 솔솔 뿌려 고등어를 구워 먹었다. 오븐 토스터의 브로일 모드로 잘린 면 10분, 뒤집어 껍데기가 터질 때까지 15분을 구웠다.
용봉채관, 카페뎀셀브즈, 고등어, 짜장면, 케이크, 중국집
# by bluexmas | 2010/07/27 22:24 | Taste | 트랙백 | 덧글(41)
용봉채관이라는 이름 뭔가 굉장히 무협지스러운것이 궁금하네요. 물론 무협과 상관없는 분위기일거라는건 알겠지만요; ㅋㅋㅋㅋ 그러나 제 돌혀는 다녀와도 보탬이 안 될거 같아서 소심해집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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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블로그를 알려주시는 군요. 잡담과 푸념이 제 블로그 글 소재의 절반이 넘는 다는 걸 아시는지… 종종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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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친구가 링크해 준 물 판매 사이트에
아주라 가격이 1,000,000,000원으로으로 적혀있었다죠 ㅋ
(짐바브웨 달러가격을 잘못적어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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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맛은 별로 기대도 안했어요. 꽤 전에 카푸치노 시키면서 뜨겁게 해달라고 했더니 우유를 너무 데우면 블라블라 하면서 이게 가장 맛있다!!고 당당하게 얘기하시길래(그래도 뜨겁게 마실래? 이런 느낌) 그냥 그 후론 아무말도 기대도 없이 그러려니 하고;;
요새 너무 빵종류를 꾸준히 먹었더니 고등어가 가장 맛있어 보여요..
다음에는 고등어를 넣고 빵을 한 번 구워 볼까요? ^^
케잌이야 잘 모르고… 커피에 한해서는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되네요. 고등학생때부터 찾았으니 햇수로 치면 벌써 몇년이여…
좋은 가게에도 수명이 있다…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