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개 마트 오산점 보안직원의 능동적인 고객 응대에 관한 기록

오후, 병원에 다녀 오는 길에 아무개 마트에 장을 보러 들렀다. 3층에 올라가 카트 줄의 맨 끝에 있는 놈을 꺼내니 손잡이에 초콜릿으로 짐작되는 무엇인가가 묻어 있었다. 아니 이건 대체…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와 입구의 보안 직원에게 이러저러하니 손잡이를 닦을 무엇인가를 달라고 청했다. 그는 10초 동안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빈 계산대를 쭈볏거리다가 도움을 줄 수 없다며 1층에 내려가란다. 다른 카트를 쓰라는 것인지, 거기 가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라는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나는 백원짜리가 딱 한 개 있었고 카트도 단 한 줄로 놓여 있었다. 머리를 조금만 굴린다면 다른 카트로 바꿀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녹음기처럼 되풀이했다. 나는 당연히 짜증이 났고, 지금 이것 때문에 내가 1층까지 내려가야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던 와중에 의류매장 직원으로 짐작되는 아주머니가 지나가다가 자초지종을 물었고, 이러저러하다고 대답하자 얼른 물휴지를 가져다 주었다. 그걸 받아들고 손잡이를 닦은 것은 나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쭈볏쭈볏, 내가 닦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었다. 한참 신종 플루가 유행할 때는 손소독제 같은 것으로 카트 손잡이를 닦아주던 곳이다. 아니 뭐 그런 것을 떠나서, 자기가 직원이라면 손님이 닦게 그냥 놓아둘 수 없는 것 아니었을까? 정말 나라면, 물휴지를 받아들고 손잡이를 닦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냥 가만히 서서 구경만 했다. 내가 손잡이를 다 닦고 난 다음에도 마찬가지, ‘쓰신 물 휴지는 제가 버리겠습니다’라는 멘트라도 날려 준다면 지금까지의 무성의한 또는 수동적인 고객 응대를 만회할 수 있었을텐데 그저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손잡이를 닦은데 쓴 물휴지를 그냥 카트 바닥에 대강 던져 놓고는 장을 보았다. 고객은 왕이라고 했다지만 나는 정확하게 왕 대접을 받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카트가 더러운 건 매장 측의 책임이다. 물론 직원들마다 맡은 업무가 다를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고객 응대는 그 모든 것들의 기본에 해당되는 것 아닐까? 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세 번이나 기회가 있었음에도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은채 그저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분명 35도가 넘을 것 같은 지하 주차장에서 소리 지르며 ‘어서오십시오’ 따위의 인사는 하지 않아도 좋다. 그건 그냥 형식에 지나지 않는 것일 뿐이니까. 그런 것보다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생각해서 응대하는 것이 보다 더 영양가 있지 않을까?

일주일 동안 먹을 것들 한 보따리를 사고 나서, 1층의 고객 센터로 내려가 점장이든 누구든 이야기를 좀 하고 싶으니 사람을 불러달라고 했다. 10분 정도 기다리자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어린 듯한 남자 직원이 내려왔다. 막말로 멍청하다고 할 수 있는 직원의 응대에 기분이 굉장히 나빴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 그것만이 나를 짜증나게 만드는 원인은 아니니까, 나는 그가 내려 오는 동안 앉아서 다른 짜증의 원인들을 걷어 내고 그에게 내가 왜 기분 나빴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직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원치 않지만 적어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은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주 잠깐, 내가 그저 보안 담당일 직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 것일까 생각했지만 아마 이마트 본사 같은 곳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아도 같은 대답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 그게 마음에 걸리면 내일 본사에 정말로 전화를 걸어 보거나.

 by bluexmas | 2010/07/27 01:44 | Life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by 루아 at 2010/07/27 03:29 

타당한 이유로 정중히 요청하면 절대로 진상이 아니죠… 후우. 융통성들은 다들 어떻게 해먹었는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7/27 22:33

점차 융통성이 필요 없어지는 사회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at 2010/07/27 06: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7/27 22:34

그냥 알바생이 아닌가 싶어요. 말씀하시는 일은 미국에서 벌어진 건가요? 아니면 우리나라? 어디에서나벌어져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겠지만…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0/07/27 08:42 

보안 담당 직원은 자기 일이 아니었던 것이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7/27 22:34

그게 정답이겠지만… 그래도 그게 참… 그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7/27 16:15 

이런 일은 저도 가끔 당하는 일이라 무척 공감이 갑니다.

우선,이전 사용자가 괴상한 것을 그곳에 닿게 한 후 그냥 제거하지 않고 반환하고 간 경우와

직원들이 한대 묶어서 옮기면서 또 괴상한 것이 닿은 경우,이 둘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청결과 쾌적한 시설의 사용을 위해서는 카트의 상태도 늘 점검해야 하는데

화장실 변기보다 더 더러웠을 것이라 믿어마지 않습니다.

더워서 찐따들이 되었다—생각하시고…

(근데 어디가 편찮으셔서…치과에서 충치 치료 받으신 거였길 빌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7/27 22:35

그냥 날씨가 더워서… 그러나 정작 실내는 그렇게 덥지 않으니까요;;;

치과는 아니고 침맞았습니다… 충치도 치료해야 된다고 하더라구요. 일단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7/27 23:30

이를 그냥 놔두시면…나중에 어쩌시려고 그러셔요.떽!

저도 개기고 개기다가 올 초봄에 완전 한방 맞았지요.

제 생에 처음으로 씌워 보았어요.으헉.

이는 오복 중 하나라니…꾸욱 참으면서 지갑을…

예전엔 마트,은행,백화점,,,이런 데는 시원하니 피서가는 기분으로 갔는데

요즘은 가끔 냉방도 빵빵하지 않아요.

그나마 버스가…

그래서 저같은 뚜벅이가 살아가지요.

 Commented by 러움 at 2010/07/27 18:09 

진짜 들어갈때마다 소독액 뿌려주던 곳도 심심찮게 있었는데 역시 스르륵 거의 다 사라져가고 있죠. ㅋ.. 심지어 카운터 안쪽에 넣어두고 혼자 쓴다던지(..) 그렇게 설레발이나 치지를 말지 언제 그렇게 깔끔떨었냐는듯이 순식간에 다시 원상복귀되는걸 보면 참 허하죠. 욕보셨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7/27 22:38

그러니까요, 그게 얼마전 얘기라고… 까마득한 옛날 같죠. 다들 참 마케팅하고는 치졸하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