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망가지는 간장맛 바닷소금 카라멜
며칠 전, 결산 티타임을 하면서 만들었던 몇몇 음식들에 대한 자가 품평 및 비판. 처음 만들어 본 것들에 대해서는 이런 자리, 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에 더 잘 만들 수 있을테니. 그 첫 번째는 간장맛이 살짝 나는 바닷소금 카라멜이다.
카라멜은 아주 오래 전부터 꼭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서야 기회가 온 것인데, 기억에는 연유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냉장고에 있던 걸 다 쓸 수 있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막상 조리법을 찾아보니 연유를 쓰는 건 없었다-_-;;; 뭘 착각했던 모양이다.
무엇인가 처음 만드는 경우에는 반드시 알톤 브라운의 조리법이 있는지 가장 먼저 찾아본다. 아메리카스 테스트 키친의 조리법들도 좋지만 알톤 브라운의 것들이 실패 확률이 조금 더 낮은 편이다. 분명히 그의 프로그램에서 카라멜을 보았던 기억이 났는데 조리법을 찾지 못해 한참을 뒤졌다. 찾아보니 대량 생산품은 잘 모르겠지만 집에서 만든 카라멜들은 색이 연할 경우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그걸 헤아렸는지 이 조리법에는 간장을 조금 넣어 색을 더 짙게 낸다.
재료
설탕 410g
물 1/2컵
물엿 1/2컵
타르타르크림 1/4작은술
크림 1컵, 상온에 두어 준비한다
간장 2작은술
버터 8큰술, 상온에 두어 준비한다
바닷소금 1작은술
나중에 맛을 보니 간장의 그 찝질함이 뒤에 남아서 개인적으로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크게 의식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름이 카라멜이니만큼 설탕을 오래 끓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조리법에 보면 설탕 끓일 때 쓰는 온도계의 가장 높은 온도라고 할 수 있는 180도까지 끓이라고 하는데, 그 상태라면 시럽의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고 정말 찰나에 까만 용암처럼 타버린다. 처음 만들때에는 마쉬멜로우를 만들면서 끓였더니 타버려서 온 집이 연기로 뒤덮였었다. 식을 때까지 기다리고 처리한 다음 다시 끓였는데 그 온도까지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렇게 끓인 설탕시럽에 버터와 크림을 넣고 틀에 부어 마무리를 하는데, 굳는데 전부 네 시간 정도가 걸리고 처음 30분이 지난 다음에 바닷소금 알갱이를 솔솔 뿌려주면 알갱이가 카라멜에 그대로 붙는다. 날씨가 덥고 습해 굳을지 알 수가 없어 냉장고에서 밤새 넣어 놓았다.
그리고 다음 날, 틀에서 꺼내 자르는데, 일단 길게 자를 때까지는 상태가 괜찮았으나 날씨 탓인지 냉장고에 넣어서 굳힌 탓인지 조각을 내기 시작하자 녹으면서 형체가 망가지기 시작했다. 잽싸게 칼질을 해서 자른 다음 다시 냉장고로 돌려보냈으나 조각들은 다시 뭉쳐 한 덩어리가 되어 뽀대를 잃었다. 사실 조리법에서는 하나하나를 유산지로 싸라고 나와 있었으나 거기까지 하면 지나친 노동이라는 생각에 거부하고 있었던 터, 그제서야 부랴부랴 종이를 개발새발 잘라 하나씩 싸기 시작했으나 그 사이에도 카라멜은 부지런히 녹아 형체를 잃었다.
결국 다 싸고 나니 처음의 모습에 비해 너무 비루한 느낌이라 정말 심각하게 가져가지 않을 것도 고려해봤지만, 한 번 태워 먹어 냄비를 다시 닦기까지 하고 만든 게 아깝고, 또한 맛에는 나무랄 데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악 물고 싸가지고 갔다. 언제 또 만들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녹아서 망가지는 걸 최소화하는 요령이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누군가 만든다면 꼭 쌀 유산지를 미리 준비해놓고 자르라고 권하고 싶다.
# by bluexmas | 2010/07/26 12:22 | Taste | 트랙백 | 덧글(22)
나중에 밀크티 카라멜은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요ㅎ
어쨌든 먹어보고 싶네요 도전욕을 자극하는 재료
비공개 덧글입니다.
바닷소금이라면 일반적인 천일염입니까? 그 아이셔인가 하는 사탕 가루마냥 꼬득꼬득한 질감이 즐거워서 굵은 소금을 볶으신 걸까 했어요. 색은, 흑설탕을 쓰면 진하게 나오긴 하는데, 그게 다 색소라 해서요… 유기농이라고 나오는 것들은 괜찮을까요? 카라멜에 너무 사치입니까?
응고는… 글쎄요. 설탕이 모자랐나. 날씨탓을 해 봅니다
그치만 맛났으니까요,:) 감사히!
제가 이번에 만들어간 크래커에도 유기농 흑설탕이 들어 있었어요^^ 제가 잘 못 만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캬라멜이 실온에서 녹았다니..왜 그런걸까요?
설탕을 적정온도까지 한방에 올려야 하는데 식혔다가 다시 올려서
아마도 180도가 고르게 안 됬다거나 혹은 조직에 어떤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요?
마카롱 할 때도 108도 시럽을 한방에 만들지 못하면 눈물을 머금고 처음부터 다시 하거든요.
그냥 다시 낮췄다가 하면 항상 윗면은 깨지듯이 갈라지고 고르지않게 찐득한 머랭이 되더라고요.
아님. 굳힐 때 보통 실온에서 굳히는데. 책을 다시 찾아보니 실온에서 최소 5시간 부터 하룻밤.
주방이 덥하면 실온에서 굳히고 냉장고에 몇시간 보관.(필요하다면. 이라고 되있네요.)
바로 냉장에 넣어서 굳은 온도에 따라 제대로 안 굳었을 수도 있어요.
또 다른 증거가 포착되면 저에게도 알려주셔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