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마음도
늘 살던 마을의 울타리를 벗어나 걸어 버릇하지 않던 길을 걸어, 있으리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아니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땅에 가보고 싶어할 때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몇 발짝 내디디면 지쳐버린다. 아니면 그냥 익숙한 게 가장 좋다는 걸 그 몇 발짝 사이에 새삼 확인하거나.
뭐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니겠냐만… 현재 누리고 있는 몸과 마음의 평형상태를 깨고 싶지 않은 것이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세발짝 떨어져서 바라보았을 때 아름다운 것이 두발짝 더 다가갔을때에도 아름다우리라는 보장은 없다.
1. 머리를 잘랐다. 진작에 가려 했으나 잘라주시는 분이 휴가셔서 생각보다 늦게 갔더니(그래도 세 달은 안되었다;;;) 들어오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시고, ‘제가 다른 때에는 강력하게 의견을 제시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좀 자르시죠’라고 하셔서 두말없이 맡겼다. 좀 길면 집에서는 묶고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이었는데, 물론 제안을 받아들이면 훨씬 낫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5년 동안 단 한 번도 불만이 없었으므로… 그러니까 계속 가는 것이겠지만(다소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매장의 사정 때문에 가지고 있는 카드 두 가지의 결제가 모두 되지 않는다고 해서 계좌번호를 알아가지고 왔는데 그 다음날 정신없이 빵굽다가 독촉(?) 비슷한 문자를 받고서야 돈을 보낼 수 있었다… 또한 머리를 자른날 자정쯤 <내일 30% 세일합니다>라는 문자도 받았다. 다음날 갈까 망설이다가 그날 간 건데 역시 나는 돈과는 좀 거리가 멀다T_T
2. 며칠 동안 오븐과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폭풍 베이킹을 위해 부엌을 내 나름 최선을 다해 치우고 각종 판때기들도 설겆이 준비 완료. 마지막으로는 뭘 좀 만들까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다. 물론 컨셉트는 ‘최소비용으로 최대효율.’
3. 매년 그러하듯 장마를 맞이하는 마음은 착잡하다.
4. 어젯밤도 열대야였나? 피곤했는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소파와 침대를 왔다갔다한다. 어디에서도 편하게 잠들지 않는다. 내가 누워있다는 사실을 늘 의식한다.
5. 하비 피카가 죽었다는 소식을 방금 들었다. 바로 얼마 전에 <아메리칸 스플렌더>를 봤는데…
6. 요즘은 무슨 파래김에 빠져서 밥에는 무조건 파래김을… 조금 있으면 빵에 끼워 먹을 기세다-_-;;;
7. 보성에서 녹차술을 사왔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아니 내가 어찌 다른 술도 아닌 내 울타리 안에 있는 술을 잊고-_-;; 참회하는 의미로 내일 삼겹살을 구워 병나발을 불어주리라.
8. 생각난 김에 찾아보는데 녹차술이 안 보인다. 내가 잊어버렸다고 아예 도망가버렸나…T_T
# by bluexmas | 2010/07/18 01:17 | Life | 트랙백 | 덧글(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