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과 잡담
1. 술을 마시고 있다. 오늘 같은 날은 레몬도 필요없다.
2. 돌아와서 처음으로 스케일링을 하러 갔다. 할 때가 지나기도 했지만 임플란트가 자리의 잇몸이 시큰거려서 점검을 받야아될 필요를 느꼈다. 생전 처음 가는 치과에서 파노라마를 찍어놓고 얼굴 속이 훤히 다 들여다보이는 내 엑스레이를 보고 앉아있노라면 알몸으로 앉아있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낀다. 하다못해 치과치료의 개인사라고 해도 개인사라서 그런지 별로 알리고 싶지가 않다. 의사는 우리나라에서 쓰는 임플란트와 다르다며 대체 무슨 회사의 어떤 모델을 썼는지 알아놓는 것도 좋겠다고 했고, 나는 쇠뿔도 단김에 뺄 겸 백만년동안 안 한 영어도 시험해 볼 겸 미국으로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사실 메일 주소를 못 찾아서 궁여지책으로…). 그때도 불친절했던 직원은 여전히 불친절한 말투로 딱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나는 버벅거리다가 메일 주소를 물어보는 선에서 적당히 마무리를 지었다. 그래, 너무 오래 쓰지 않았더니 내 영어가 녹슬었구나… 한때는 정말 영어로 말도 안 되는 농담(어떤 분들은 맛을 본 ‘USB목장’) 하는 재미에 회사 다니던 때도 있었건만… 울고 싶어졌다. 치과에 갈 때마다 나는 칫솔질도 잘 하고 관리를 잘 한다고 칭찬을 받는데, 그래도 이는 썩으며 잇몸은 주저 앉는다. 해도 안 되는 게 있다, 분명히 있다.
3. 요즘은 초파리가 진짜 빨리 꼬여서 설거지를 해야 되는데 못 해서 이것도 스트레스.
4. 담배 때문에 또 시끄럽던데… 가끔 새벽에 일을 하고 있으면 담배 냄새가 올라온다. 50%는 나도 피우고 싶어져서, 또 50%는 기본적으로 냄새가 싫어서 싫지만 그냥 냅둔다. 그 시간에 누가 깨어있으리라고 생각이나 하겠어. 그러나 누군가 거기에다 대놓고 냄새가 올라온다는 불평을 한 것을 들은 기억이 있다. 피해를 안 주면 상관없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아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쓴 적도 있지만 압구정동 한복판에서 걸어가며 피우던 담배를 털어 꺼서 그 재가 뒤에 걷고 있던 내 얼굴에 날렸다. 그때 처음으로 지랄을 했다. 이젠 정말 죽을 때까지 담배를 입에 대지 않겠노라고 다짐한 건, 바로 그런 사람들과 같은 부류에 속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담배가 몸에 좋거나 나쁘거나, 맛이 있거나 없거나는 이제 2차적인 문제가 되어버렸다. 오늘 병원에 가는데 길거리에서 여친 손을 잡고 걸어가며 다른 한 손으로 담배를 피우는 남학생을 보았다. 아니면 딸 손을 잡고 가면서 다른 손으로는 담배를 피우는 아빠도 본 적이 있지… 다른 것들에 얽매이는 것도 싫은데 담배에 얽매이는 것은 더더욱 싫어서 안 피운다고 하면 말이 안 되려나? 나에게 종종 술이 필요한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담배가 종종 필요하겠지… 그걸 때로 너그럽게 받아줄 수 없는 이유는, 담배를 즐기려면 즉석에서 배설을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와 담뱃재, 꽁초 뭐 그런 것들.
그러나 큰 그림을 보았을 때, 삶에는 독이 필요할 때가 있다. 누군가는 담배를 택한 것이리라, 라고 이해하고 싶다.
5. 보드카를 냉동실에 넣어둘 걸 그랬다.
6. 알면서 모른척하는 걸 잘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 나이를 먹고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7. 어제 잡담을 토해내고는 ‘월드컵’태그를 달았더니 무려 뜨거운 감자 밸리에 올라가셔서는… 그건 별로 내키지 않는다.
8. 몇몇 사람들이 티스토리로 이사가고 나니 은근히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건가, 나쁜 건가?
9. 역시 술이 한 잔 들어가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보드카는 내 친구.
10. 떡밥을 잘 물지 않는 건, 내가 가지고 있는 내부의 계획에 따라 쓰고 싶은 글들이 많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우마미’에 관한 글이 올라왔던데, 나는 사실 그걸 일본의 맛이라기 보다는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미각이 일본에 의해 발견 또는 구체화 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을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명칭에 상관없이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맛봉오리가 분포된 부분이 혀의 특정 지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건 일본 사람들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바쁜 거 끝나고 글을 쓰고 싶은데, 그때쯤 되면 이미 떡밥의 파도는 지나갔으리라… 이래서 내가 파워블로거가 못 되는 거다, 떡밥을 못 아니면 안 물어서.
11. 내가 가지고 있는 요리 강습 비디오에서도 ‘감칠맛(meatiness라고 표현한다)’을 위해 글루타민산이 많이 들어간 재료들(대표적으로 표고버섯)을 파스타 소스에 넣는 걸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 수치를 비교해주고…
12. 내일은 아침부터 정말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토요일에 서울에 가는 건 아마 돌아와서 처음일 듯?
13. 오오, 담배 냄새가 슬슬 올라오는 것 같다…
14. ?
# by bluexmas | 2010/07/10 00:55 | Life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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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양쪽 얘기 모두 이해는 가고.. 공동주택이라서 하면 안되는 일이 있다면, 공동주택에 사니까 참아야 하는 일도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건, 제가 *** 라서?;;
10. 우마미 얘기를 보니까 예전에 기꼬망 간장 선정을 하면서 우마미.라고 계속 하던게 생각이 나서.. (기꼬망 간장 참 맛 없는데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