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태와 잡담
1. 하루 종일 잤다. 그 전날 네 시간 자고 나가서 새벽까지 돌아다니다가 또 들어오자 마자 축구를 보고 잠시 자다 깨서 야구까지 보고 점심도 먹은 다음에야 잠이 왔다.
2. 축구 문외한의 독일 대 스페인 전 감상. 스페인 선수들이 대부분 나만한 건 알고 있었지만, 독일 선수들과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는 몰랐다. 조금 과장을 보태 삼촌과 조카가 축구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독일 선수들에게서는 문외한이나마 내가 알고 있던 그 큰 독일 선수들의 모습에 이번 월드컵에서 느꼈던 그 치밀하거나 섬세한 모습이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전에 숟가락으로 사람을 때려 죽이는 살인마에 대한 동영상인지 영화 예고편을 봤는데 스페인은 조금 과장을 더해 그런 식으로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어쨌든 나는 독일이 우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 건너 갔지만 결승전은 끈끈하고 치밀하니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해외 도박사이트를 뒤져보니 스페인이 우세하고 2.5골 이하로 난다는데 많이 돈을 걸었다던데…
2-1. 스포츠 중계에서의 수동태 사용이 너무 거슬린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조금 과장을 보태 능동태를 거의 쓰지 않는다. 말을 멈춤없이 잘 늘어놓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말을 잘 하는 게 아니다. 오타가 많이 나도 빨리 타자치면 그만인가? ‘보여지는’은 정말 거슬린다. 그리고 그건 정말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스포츠만큼 능동적인 인간 활동이 없는데 왜 거기에 수동태를 남용해서 ‘스페인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있어요’라는 식으로 해설을 하나? 스페인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서 기회를 가져오는 것 아닌가? 그게 스포츠 아닌가?
3. (어제 뵈었던 분들한테 한 이야기지만) 영등포 타임 스퀘어에서 영화 <필립 모리스>를 보고 노닥거렸는데, 교보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내 책을 들고 있는 광경을 포착, ‘사실은 제가 이 책을 쓴 사람인데요’라는 드립을 치며 접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학생이 책을 샀는지는 잘 모르겠다. 뭐 어쨌든. 나는 그런 걸 좋아한다. 학생에게는 부담이 되었을까? ‘사면 사인해줄테니 당장 사’라고 강요하며 계산대까지 끌고 갔어야 하나…(…)…
4. <필립 모리스>는… 내가 짐 캐리의 개인기를 이제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고… ( )
5. 또한 ‘사기를 까불면서 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했다. 겉으로는 그런 모습을 보여서 위장을 하고 속으로 치밀하게 사기를 치는 것인가 아니면 겉도 속도 다 그런 것인가…?
6. 양재동 하나로 마트에서 사온 버섯의 상품명은 <머쉬원>이었다. 이런 이름은 어디에서 오는지, 또 이런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헤아리기 힘들었다(물론 ‘머쉬’가 ‘mushroom’에서 온 것은 알고 있지만…문제는 그게 아니라…). 그런 것과 우리나라 마스코트들이 다 곧 눈물을 왈칵 쏟아낼 것 같이 강박적으로 초롱초롱한 눈에 엄지손가락을 경쟁적으로 치켜세워 들고 있는 것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버섯이 그냥 버섯이어서는 안 팔리는 세상이 된 건 알겠는데 그 이름이 저런 것이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7. 그냥 그는 그런 사람이고, 나는 이런 사람인데 그런 것과 이런 것이 맞지 않을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 만약 일을 위한 관계라면 개인적인 부분이 충돌해도 참거나 그 부분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계속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그냥 유지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 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떤 다른 건 그냥 다를 수 밖에 없다. 그걸 너무 억지로 맞추려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
# by bluexmas | 2010/07/09 03:10 | Life | 트랙백 | 덧글(10)
비공개 덧글입니다.
아니 그래도 나름 먹물들이. 권위가 죽었다고 징징댈 게 아니라 말입니다. ‘맑스’도 그래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수동태는 진짜 거슬려요; ‘그게 스포츠 아닌가?’는 정말 적절한 지적인 듯.
비공개 덧글입니다.
아동교육과 우리말 가꾸기에 평생을 바쳐오신 이오덕 선생의 책을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