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로 부풀리는 생크림 비스킷
살던 동네의 늘 지나쳐 가던 어딘가에 듣보잡 냄새를 풍기는 치킨집이 떡허니 들어섰었다. Bojangle’s 라고, 이름도 왠지 그런 느낌이어서 아 먹고 빨리 죽으라는 뭐 그런 패스트푸드점이겠거니했는데 들리는 소문에 이 집에서 내놓는 비스킷이 그렇게 맛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효모를 넣어 부풀렸다나… 워낙 치킨이라는 음식은 1년에 두 번 먹을까 말까한 금지 음식이라서(믿거나 말거나 난 올해 전반기에 치킨을 단 한 번도 안 먹었다) 그 소문을 듣고도 확인하지 않다가, 돌아오기 직전 아무거나 먹고 살 때나 되어서야 들러 먹게 되었는데… 치킨도 맛있었지만 거짓말을 반쯤 보태 비스킷을 먹으면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이 맛있는 걸 그때가 되어서야 먹은 내가 너무 한심해서. 결국 딱 한 번 밖에 먹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렇게 효모를 써서 부풀린 비스킷이 생각나서 늘 쓰는 생크림 비스킷 조리법으로 실험을 해 보았다. 버터나 쇼트닝을 쓰는 조리법으로도 효모를 써서 부풀릴 수 있을텐데 정확하게 어떤 방법으로 만드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데다가 요즘은 귀찮아서 그 방법은 거의 쓰지 않으므로 건너 뛰었다.
지방, 그것도 생크림과 같은 액체 지방을 넣은 반죽은 어떻게 숙성시키는지 감이 잘 안 잡혀서, 그냥 브리오슈를 만들 듯 냉장고에서 하룻밤을 재웠다. 효모는 밀가루에 바로 섞어도 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아무 생각 없이 2작은술을을 같은 양의 물+설탕 한 “꼬집”과 섞어 5분 동안 두었다가 생크림에 섞었다. 1차 발효를 대강 끝내고 상온으로 옮겨 같은 크기로 찍어내고 한 시간 정도 2차 발효를 시켰다. 보통의 생크림과 비스킷과 같은 온도에서 같은 시간 동안 구웠는데, 부피는 커졌지만 가벼우므로 굽는 시간을 조금 줄여도 될 것 같다.
이렇게 해서 구운 비스킷은 딱히 비스킷도 아니고 브리오슈도 아닌, 폭신폭신하면서도 기름진 게 뭔가 살짝 헛갈리는 느낌의 빵이었다. 겉이 좀 바삭바삭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만드는지 잘 모르겠다. 비스킷은 그야말로 “크리미”하지만 무거운 느낌도 있으므로 그게 싫은 사람이라면 하룻밤 정도 반죽을 묵혀서 이 비스킷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게다가, 효모를 써서 그런지 같은 재료로 아홉 개는 넉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혹시 브리오슈 비슷한 걸 만들고 싶은데 귀찮아서 싫은 사람이라면 대신 써도 될 것 같기도 하고(예를 들어 햄버거 빵 용으로… 브리오슈는 딱 한 번 해 보고 그 번거로움과 삽질스러움에 다시는 안 만들기로 했다…).
# by bluexmas | 2010/07/02 09:00 | Taste | 트랙백 | 덧글(19)
담백해 보이기도 하고 😛
저도 ‘한 조각’ 주시겠지요…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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