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새우버거와 여름 한정판 맥스

갑자기 새우버거가 그리워졌다. 롯데리아의 새우버거가 아니었다. 저 먼 옛날옛적,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의 피아노 학원이 있던 상가 지하의 듣보잡 가게에서 먹던 천일식품의 새우버거. 물론 그때 그 시절, 그 버거에 진짜 새우가 들어갔는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에 새우 헹군 물로 맛을 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그 버거가 생각나서 냉동실에서 새우를 꺼냈다. 물론 복잡할 건 하나도 없다. 푸드 프로세서에 새우살을 적당히 다져서 밀가루나 옥수수 전분, 계란, 빵가루를 입혀서 지지면 된다.

칼로 다지기 귀찮아서 푸드프로세서를 쓴 건데, 너무 잘게 다져서 씹는 맛이 좀 떨어졌다. 빵가루는 지난 번에 사온, 담양군 “번화가”에 자리잡고 있는 빵집의 흰 식빵을 살짝 구워서 갈았고(파는 빵가루 따위 쓰지 않는다…), 때마침 집에 있던 오이지를 피클 대신 써서 바질 타르타르 소스를 만들었다. 거기에 얇게 저민 양파와 오이를 소금에 절여 물기를 완전히 빼서 버무려 버거에 얹었다.

그리고 맥스 여름 한정판. 이건 맥스에서 받은 게 아니라, 이름 두 자를 같이 쓰는 분께서 사셨다고 나눠준 것이었다. 작년에 거한 시음기를 쓰고 겨울 한정판도 받았는데, 아마 그거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아서 여름 한정판은 주지 않는 듯(물론 그냥 억측… 공짜를 바라지도 않는다. 지난 겨울에도 받고서 좀 신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때도 뭔가 만들어서 같이 먹었으나 결국 글을 올리지 않았구나;;;)? 어쨌든, 월드컵을 기념해서 그러는지 남아공산 호프를 써서 만들었다고 하던데, 여태껏 먹었던 한정판 맥스를 통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리, 이번 한정판은 좋게 말하자면 섬세하고 가는 맛의, 여름에 벌컥벌컥 마시기 좋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나라 맥주들이 도수가 낮으면서도 은근히 걸리는 느낌이 두드러지는 건 단맛이 강한 그 뒷맛 때문인데, 맥스는 그런 느낌이 좀 덜한 편이고 특히 이번 한정판은 약하다 못해 여린 느낌이었다. 그래서 양념이 많이 된 우리나라 음식에 잘 어울릴지는 확신이 없었고, 레몬을 한 조각 정도 곁들여 강조를 하면 맛의 느낌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정판이라고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는 맥주들을 포장만 바꿔 내놓는다면 그저 판촉을 위한 꼼수라고 생각할텐데, 그래도 이번 한정판은 좋고 나쁨을 따지기 이전에 무엇인가 다른 것을 내놓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우리나라의 맥주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은 아니고…

어째 공짜 맥주도 안 받고 글 써주는 분위기?-_-;;; 사실 맥주를 많이 안 마시는 편이라 지난 겨울에 받은 맥스도 아직 몇 병 남아있다…

 by bluexmas | 2010/06/30 10:55 | Taste | 트랙백 | 덧글(24)

 Commented by 나녹 at 2010/06/30 11:03 

해냈다! 선플!!!

오늘 50년전통의 햄버거집에서 두툼한 것 좀 씹었는데 마침 이런 포스팅이 올라오네요.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6/30 11:12 

저희 동네에는 다이퍼 버거라고.. 층을 쌓으면 두꺼운 나머지 종이를 기저귀처럼 싸서 주는 햄버거가 있어요; 저녁 거르고 새우 버거를 보니 으윽;

 Commented by 딸기쇼트케이크 at 2010/06/30 11:37 

아웅 홈메이드의 분위기가 폴폴. 이렇게 배고픈 저를 또 뭔가 만들어 먹으러 부엌으로 가게 만드시는군요 흑흑.^^

 Commented by 러움 at 2010/06/30 11:54 

우왁 지난 겨울 한정판 맥스!! 전 결국 못 찾아서 아쉬웠는데 남아있다니 부럽습니다. ;ㅅ;

수제 새우버거 근사하네요. ㅎㅎ 저도 얼마전에 먹고 왔었는데 직접 만드신 이쪽 패티가 더 수제 느낌이 나네요. ㅎㅎㅎㅎ 굵직한게 정말 멋져요. ///

 Commented by drtrue at 2010/06/30 12:42 

오오 골져쓰한 새우버거씨! 굵다란 패티가 완전 멋진데요. 워낙에 전 점심이라는 것에 정말 초연한 사람인데… 오늘만큼은 모니터보고 헥헥거리다가 갑니다.

너무하세요 이시간에 -_-..

 Commented by 루아 at 2010/06/30 12:54 

음음 새우버거! 냉동 새우는 싼 편이니 한번 만들어 봐야겠네요. 아 배고파라 ;ㅁ;

 Commented at 2010/06/30 12: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0/06/30 12: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그대로두기 at 2010/06/30 13:15 

오이가 혀를 메롱 내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오징어버거를 만들어 볼까 생각중이었는데…

새우를 좀 섞어야겠군요.

너무 다졌다고 하시지만. 저 분홍빛 새우살이 탱글하게 살아있는걸요.

 Commented by 카지스토 at 2010/06/30 13:29 

제 경우엔 새우살을 믹서기에 넣고 돌렸다가 새우즙을 만들고 후회했던 기억이 있네요.

귀찮아도 손으로 다질걸…

 Commented by 가문비나무 at 2010/06/30 13:44 

워, 맛있겠습니다. 새우 살이 살아있을 듯?

 Commented by Amorphous at 2010/06/30 14:38 

ㅜㅡㅜ정말 먹음직스러운걸요^^

 Commented by JuNeAxe at 2010/06/30 16:15 

여름 한정판 맛은 뭔가 부족하지 싶었어요. 너무 가벼운것도 같고, 과일향이 약하게 나는게 굳이 안들어가도 되지 않았을까 싶고…

더 아쉬운 점이라면 이번에는 유리병 없이 페트병이랑 캔으로만 나온다는거였습니다T^T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6/30 16:45 

감칠맛도지만 그 적당히 살아있는 식감이 매력적인 롯데리아..

이 맛이 그리워서 마트에서 파는 새우까스 넣어 먹으면 참 맛이 없더라구요…씹는 느낌도 너무 차이 나고!

 Commented at 2010/06/30 16: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재민군 at 2010/06/30 20:07 

아… 저 바람직한 새우패티는 어느 가게 작품이려나 했는데!! 대박입니다!

크고 아름다워요+_+ 거기에 맥주라니…ㅋㅋ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6/30 22:59 

수제새우버거라니!

생각해보니 케이X씨의 징X버거처럼

대하를 통째로 조리해서 패티삼는건 어떨까도 싶네요

새우가 아주 야들야들하게….

 Commented by Binn at 2010/06/30 23:06 

‘복잡할건 하나도 없다.’밥로스의 ‘참쉽죠?’ 같은 말이네요.

빵가루도 갈아쓰시다니…

배가 고프네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7/01 00:16 

블루마스님.. 새우버거 진짜 사랑하는데;; 헉 빵보다 새우가 더 두껍네요. 옆에 곁들인 뭔가도 진짜 맛있어보여요! ^^

 Commented by 롸씨 at 2010/07/01 01:22 

늘 블루님의 글을 보면서,

사진을 보면서,

완성품을 보면서..

누가 내 요리 먹을 때

과연 이게 먹을만 한 건가 아닌가를

늘 살펴야 하는 제 신세가 불쌍합니다. 하하

정말 이게 새우버거구나 /ㅁ/

 Commented by 케이힐 at 2010/07/01 02:53 

이번 맥스 여름 한정판은 좀 아쉽더군요. 한정판이란 느낌도 안나고.

수제 새우 버거는 두툼한게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여요. 보고있자니 이 야밤에 24시간 맥도날드라도 달려가고 싶어지네요ㅋ

 Commented by 한겨울 at 2010/07/01 13:31 

만드는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건 알겠는데,,

그래도 참 쉽게 쉽게 만드시는거같아요.

부러워요~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0/07/01 17:19 

이거 괜찮네요. 개인적으로 안에 들어가는 패티를 매우 좋아하는데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

 Commented by mew at 2010/07/02 08:23 

아우…. 아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