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 피자, 시카고 딥 디시

지난 번에 만들었던 피자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그 다음에는 시카고 스타일의 딥 디시 피자에 도전해보았다. 나에게 뉴요커 기질이라고는 새 눈꼽만큼도 없기는 하지만, 솔직히 시카고 스타일의 피자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2003년 말이었나, 시카고의 ‘우노’에서 먹어보기는 했지만(진짜 유명한 건 따로 있다고 텔레비전에서 보았는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피자라기에는 너무 거해서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만들어 보기는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Baking Illustrated>의 조리법을 참고했는데, 모두 아는 것처럼 딥 디시 피자는 틀에 넣고 구워야 한다. 책에서는 케이크 틀을 쓰라고 하지만, 무쇠팬의 효과가 더 좋다고 생각해서 그걸 썼다. 또한 도우 또한 부드럽고 풍성한 느낌을 주어야 하므로 포카치아를 만들 때처럼 감자를 삶아 으깨서 섞으라고 권하고 있다(피자나 파이는 같은 말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래도 딥 디시는 피자보다 파이의 느낌이 더 많이 난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감자는 밀보다 녹말은 많이, 단백질은 적게 지니고 있어서 더 부드럽고 촉촉한 도우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도우

재료

감자 250그램, 껍질을 벗기고 깍둑썰기로 준비한다

밀가루(중력분) 500그램

효모 1.5 작은술

소금  1 3/4 작은술

미지근한 물 1컵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기름 6큰술

만드는 법

1. 물을 끓여 깍둑썰기한 감자를 10~15분 정도 삶아 식힌 뒤, 으깬다.

2. 조리법에서는 오븐을 살짝 데워 발효할 것을 권한다. 따라하지는 않았지만 원한다면 오븐을 90도로 예열하고 10분 뒤 불을 끈다.

3. 밀가루, 효모, 소금을 푸드 프로세서에서 넣고 돌리며 물을 조금씩 흘려 넣는다. 1의 감자를 넣고 몇 초 동안 더 돌린 뒤, 올리브 기름 2큰술을 넣어준다. 반죽을 기름을 두른 그릇에 옮긴 뒤 플라스틱 랩으로 싸서 미리 살짝 데워 둔 오븐에 넣고 30~35분 동안 발효시킨다.

4. 지름 35센티미터짜리 피자팬(이건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할 듯…)에 남은 올리브 기름 4큰술을 두르고, 반죽을 작업대로 옮겨 공기를 빼 주고 지름 30센티 정도로 둥글고 넓게 편다. 팬으로 옮겨 10분 정도 둔다(형태를 잡았을 때 저항이 없는 정도까지, 라고 책이 말하고 있다).

5. 오븐을 260도로 데우고, 반죽의 언저리를 2.5센티미터 정도 올려준 다음, 다시 랩을 씌워 30분 정도 둔다.

6. 랩을 벗겨 내고 포크로 반죽을 적당히 찔러준다. 오븐의 온도를 220도로 낮추고 반죽을 오븐의 아랫단에 넣어 15분 정도 굽는다. 토핑을 얹어 다시 10~15분 정도 굽는다. 피자를 오븐의 윗단으로 옮겨 다시 5분 정도 굽는다.

7. 5분 정도 식혔다가 잘라 먹는다.

토핑-토마토와 바질, 모짜렐라 치즈

재료

토마토 700그램

중간크기 마늘 두 쪽, 곱게 다진다

소금

후추

모짜렐라 치즈 160그램

파르메잔 치즈 35그램

생 바질잎 가늘게 채 썬 걸로 3작은술

만드는 법

1. 토마토와 마늘을 섞은 뒤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2. 미리 구운 반죽에 1을 얹고, 그 위에 모짜렐라, 파르메잔의 순으로 얹는다(시카고 식으로 소세지 대신, 간 돼지고기를 얹었다).

3. 다 구운 뒤 바질을 얹는다.

사실은 레시피를 옮기다가 짜증이 벌컥 났다.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데 사실 그만큼 보람이 없었다. 특히 감자를 ‘라이서(ricer)’같은 도구로 곱게 으깨서 섞어야 반죽이 지나치게 질척해지지 않는데, 당연히 그런 도구가 없기 때문에 대강 으깼더니 양도 맞지 않았고 반죽이 엄청나게 질었으며, 결국 맛은 없지 않았지만 생각했던 딥 디시 피자의 느낌은 아니었다(감자를 지나치게 으깨면 왜 끈적거리는지에 대해서는 나의 졸역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1권의 <완벽한 으깬 감자> 편에 잘 설명되어 있다). 토핑의 경우도, 구웠는데도 마늘의 매운 맛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글을 올리기는 하지만 누군가에게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반죽만 따로 구워서 먹어봤는데, 오히려 이게 더 맛있었다.그냥 반죽을 구워서 치즈와 토핑을 대강 얹어서 구워 먹는게 피자보다 손도 훨씬 덜 가고 좋을 듯?

 

 by bluexmas | 2010/06/28 08:57 | Taste | 트랙백 | 덧글(25)

 Commented by SF_GIRL at 2010/06/28 09:09 

오오 두꺼운 시카고핏자. 그러고보니 뉴욕피자는 도우부분이 별로 맛이 없어서 그런지 대개 피자 가장자리는 버리더라고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30 11:01

그러게요. 저는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꾸역꾸역 가장자리도 다 먹기는 하지만…맛있는 도우라면 다 먹어도 불만은 없을 것 같아요.
 Commented by 티티카카 at 2010/06/28 09:23 

헉 대박이에요… 맛있게생겼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30 11:01

우리나라에도 시카고 딥 디시를 하는 피자집이 아직 남아 있던가요? 예전에 우노 분점은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Commented by Amorphous at 2010/06/28 10:01 

ㅜㅡㅜ너무 맛있어보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30 11:02

근데 솔직히 뭔가 모자른 듯한 맛이었어요^^;;;;
 Commented by dreamygirl at 2010/06/28 10:52 

amazing grace~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30 11:02

^^;;;
 Commented by Speedmaster at 2010/06/28 12:02 

군침 돋네요=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30 11:02

요즘 돋는다는 말이 워낙 유행이라서… 군침 돋는다는 원래 표현이 더 생소하게 다가오네요;;;
 Commented by 딸기쇼트케이크 at 2010/06/28 13:43 

맛은 있어보이지만 그만큼 수고스러워 보이는 레시피네요; 중간중간 할 일이 꼭 필요할 듯한 시간안배. 그래도 매번 맛있는걸 해드시는 모습이 부러워요 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30 11:03

썩 보람이 있다는 느낌의 레시피는 아니어서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그냥 도전정신으로 해보는 건데 맛은 그냥 그렇네요…
 Commented by Binn at 2010/06/28 13:45 

피자도, 반죽만 구운 것도 다 맛있어 보여요!

구워서 따뜻할때 뜯어 먹으면 엄청 맛있을텐데..고소하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30 11:03

반죽 자체만 구워 먹으면 더 맛있던데요? 앞으로는 그것만 만들어서 먹어봐야겠어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6/28 17:23 

토핑이 넘실넘실…쉐퍼드파이인가 싶을 정도예요

튀긴 마늘을 올리면 되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30 11:04

오 쉐퍼드 파이^^;;; 튀긴 마늘도 좋고 뭐 토핑이야 제약은 없으니까요.
 Commented by 해피다다 at 2010/06/28 18:24 

헐-대박!!! 시카고 핏자…한 쪽만 먹어도 머리가 띵하다는 그 토핑…

책 내신다는데, 기대 만빵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30 11:04

심지어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띵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Commented by i r i s at 2010/06/28 22:01 

아 정말 반죽 구워서 그 위에 토핑해서 와구와구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 맛있겠다. 아 먹고싶다. 으아 맛있겠다. 으아 먹고싶다(분명 저는 3시간전에 밥을 먹었는 데 말입니다…..=_= 벳뱃속에 거지가 들었나봐요.. 엉엉 T_T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30 11:08

네, 정말 반죽만 구워서 먹어도 좋을 것 같더라구요… 밥 먹고 세 시간 지나면 배고픈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물의숲 at 2010/06/28 22:50 

아니 이 두툼한 피자는 뭔가요 ;ㅁ;

엄청 맛나보이네요 ;ㅁ;!!!!!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30 11:09

이 두툼한 피자는… 삽질 피자라고 하지요-_-;;; 손이 너무 많이 가서 다시 만들어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6/28 23:51 

맛있겠는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30 11:09

그런가요!
 Commented by 롸씨 at 2010/06/30 19:27 

또 굶주려서 이걸 보러 온 것인가 털썩.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