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얽힌 슬픈 이야기 하나

커피를 내리고 있다. 밤 사이 마시는 세 번째, 네 번째 잔이 될 듯. 아직 꺼야 될 불이 하나 더 있어서 못자고 있다.

어쨌든, 커피 콩을 갈 때마다 생각나는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옛날옛날 알던 누군가가 코스트코에서 커피콩을 한 봉지(2kg?) 사와서는 내릴 때마다 갈아마시기 귀찮으니까 마누라를 시켜 한꺼번에 다 갈아놓으라고 했던 건데, 이 이야기가 슬펐던 이유는,

1. 커피콩을 그대로 사자마자 바로 갈아놓으면 먹으면서 향이 다 날아가므로 콩을 사는 의미가 없는데 왜 샀을까? 갈아서 파는 것도 있고, 인스턴트도 있는데. 즐기기도 어려운 듯.

2. 그럼 콩 가는 기계를 사 둘 필요도 없었을텐데.

3. 콩 가는 기계가 기껏해야 한 번에 한 컵이나 갈 정도일텐데 그 많은 콩을 한 번에 갈려면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렸을까?

4. 그리고 하이라이트: 그렇게 하려면 본인이 직접 하지 굳이 부인한테 시킬 것까지는…  하긴 늘 하는 이야기지만, ‘마누라가 껍질 까 주기 전에는 과일 안 먹어’라고 비교적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도 있기는 했지.

알고 보면 웃기는 이야기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런 이야기 들으면 슬퍼진다.

 by bluexmas | 2010/06/08 09:10 | Life | 트랙백 | 덧글(20)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6/08 09:18 

왠지 콩쥐팥쥐 생각나요.. 커피콩쥐(?) -_-;;;;;

 Commented by SF_GIRL at 2010/06/08 09:24

힉 저도 콩쥐팥쥐 생각난다고 쓰려 했는데!

내가 파티에 갔다올 동안 콩을 전부 갈아놓거라.. 하면 착한 고양이가 나타나서 대신 콩을 갈아주는…’ㅅ’;;

그런데 도대체 2킬로 커피콩은 무슨 용도일까요? 매장용? 파티용?

 Commented by Bonnie at 2010/06/08 16:26

남편에게 구박받는 커피콩쥐 부인이야기 상상하는 중 ;ㅠ; ㅋ

 Commented by 달콤 at 2010/06/08 09:32 

음, 전 만약에 그런다면 ‘먹지마’하며 절대 까주지 않을거예요 =_=ㅎㅎㅎ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6/08 10:15 

먹을 걸 알아서 챙겨 먹지 못 하는거죠…저희 오빠가 그러거든요..

어찌 보면 안쓰럽…버릇을 잘못 들였어요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6/08 10:54 

슬프다기보단, 그 염치 없음이 화가 난다능;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06/08 10:54 

……그런 사람이랑 사는 부인이 더 대단한 듯해요….;;;;; = =;;;; 진짜 무슨 콩쥐도 아니고 2kg를 다 갈아놓으래……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6/08 11:51 

아, 슬프네요.

 Commented by JuNeAxe at 2010/06/08 12:12 

그러려면 차라리 갈아서 파는걸 살것이지 나 머리 나쁘다-고 인증하는 셈이네요.

머리도 나쁘고, 버릇도 잘못 들었고. 애초에 그렇게 버릇을 들였을 그 남자 어머님 당신은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ㅠ_ㅠ

 Commented by cleo at 2010/06/08 12:22 

전, 드립커피 마실땐 그라인더를 주로 쓰는데…아무래도.

핸드밀을 써야 제대로겠지요?

( 집에 있는건 조잡해서 팔이 너무 아파요..ㅠㅠ)

 Commented by i r i s at 2010/06/08 12:24 

2kg를 다 갈아놓으라니 푸하하하하 미친듯이 웃었어요.

 Commented by 밥과술 at 2010/06/08 15:24 

조선말기에 서양선교사가 테니스(정구)를 들여왔는데, 양반체면에 뛰어다니기도 뭐해서 아랫것들 즉, 하인을 시키고 본인은 옆에서 점잖게 구경을 했다는 양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Commented by Raye at 2010/06/08 15:33 

돈까스 소스에 나오는 볶은 깨를 곱게 갈아줬던 작년 소개팅남이 생각나네요.. 2kg 커피콩 갈기는 절대로 안 시켰을거에요..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0/06/08 16:36 

사실 2kg의 원두 분쇄를 통해 근력 트레이닝을 시키려는 남편의 자상한 배려가…

 Commented at 2010/06/08 17: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꿀우유 at 2010/06/08 22:30 

비극이니까 슬픈게 맞겠죠,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재료가 아깝고 부인한테 해주는걸 즐거워하지 않고 받아먹으려고만 하고…..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6/09 00:04 

이 커피콩엔 슬픈 전설이 있어…

 Commented by 롸씨 at 2010/06/09 06:51 

저도 너무 빵빵 웃었어요.

2kg를 다 갈게 시켰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마리 at 2010/06/09 10:30 

2kg을 산 것 부터가 잘못이네요.

저는 요즘엔 집 근처에 서래커피집 이라는 카페에서(약간 다방분위기.ㅎ) 500g씩 사다 먹어요.

그 전에는 저도 잘 모르고 스타벅스 커피콩 이런거 보면 환장했던 기억이 있는데.ㅋㅋ

다 잘 모르고 혀만 고생하는 거죠. 모.ㅎㅎ

동네에 시실리라는 카페겸 이태리요리집이 있는데 거기는 직접 로스팅도 하는듯 해서 담번엔 거기서 사다 먹어보려고요.

근데 과일껍질 안 깎아 주면 안 먹는다는 남자놈 좀 보면 연락처 좀 전달해주세요.

얼굴에 점 찍고 접근해서 평생 과일만 깎도록 만들게.ㅋ

 Commented by momo at 2010/06/15 02:16 

아… 기왕 날씨가 이상해서 그냥 울어버릴려구 읽었는데,, 하나도 안 슬프다.. 아.. 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