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잡담과 또 잡담
그동안 잡담 할 여유도 없었다.
근 일주일만에 병원 가는 게 아닌 외출을 했다. 요 몇 주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나갔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 시간만을 골라 운전을 해서 대중교통을 타고 걸어서 하루 종일 다니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오늘의 동선은 강남-한남동-방산시장-계동-인사동-영풍문고-광화문-로댕갤러리(아직도 하나? 귀찮아서 못 찾아보겠다)-남대문-가로수길-강남역-역삼역-강남역 이었다.
사실 오늘도 놀러나간 것이라고 보기는 좀 힘들다. 가봐야할 음식점이 있었고 “취재”도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오늘 아니면 금요일 밖에 시간이 없는데 금요일이면 너무 늦을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일을 좀 끊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일벌레는 아닌데 감정의 흐름과 같은 것이 끊기지 않아서 어제도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았고, 몸을 움직여서 다른 일을 하고 생각을 덜어내지 않으면 당분간 계속 잠은 잠대로 못 자고 일은 일대로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침에 일어나 허겁지겁 짐을 챙겨 나갔다. 요즘은 일을 하고 안 하는 것의 경계선이 사실 굉장히 모호한 상태다. 일하는 시기는 물론 시간도 대중없고 오늘처럼 외출을 하더라도 순전히 놀기 위해서 나간 것이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정보수집을 위해 밥을 먹었으며 글에 맞을만한 사진거리를 찾아 돌아다녔고 사람을 만난 것도 물론 개인적인 친분이 있기는 하지만 일과 관련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불만은 없다. 무엇보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까.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쓰는 것 자체에도 연습이 필요하지만, 그걸 일로 하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원래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이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하지만, 요즘의 나는 정말 계속해서 배우고 또한 찾고 있다. 일을 하는 시기며 시간이 대중없는 것 또한 아직도 내가 완벽하게 이 일을 정말 일로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겪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계획한대로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아마 그때는 보다 체계적으로 일도 하고, 또 쉬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 그때쯤 되면 몸이 쉬어야 할때 마음, 아니면 생각도 쉬게 하는 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약간 무리해서 돌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 또 그렇게 안 해 본적도 별로 없고 지금 안 그러면 발전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쨌든 사람은 모자랄 수 밖에 없으니까 계속해서 그런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 경쟁에 처지고 말고 그런 지극히 목적지향적인 생각을 하기 이전에 모라란 구석이 있다고 생각되면 스스로가 못마땅하게 생각되니까.
1.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어떤 유세트럭이 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트로트인지 뭔지에 ‘새로운 일을 할 일꾼’ 어쩌구 하는 가사를 붙인 노래를 엄청나게 크게 틀어놨던데 그게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를 아주 간단하면서도 극명하게 드러내보이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모순. 새로운 일을 하겠다면서 친숙한게 더 잘 ‘어필’할 거라는 생각을 못 버리고 흔해빠진 노래에 흔해빠진 가사를 붙여 홍보하면서 새롭고 남들과 다를 거라고 말하는 상황, 그거 알고 보면 비단 정치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기는 하다.
2. 계동 공간사옥 앞에 있는 무슨 휴식 공간 같은데에 한@나라당 후보 지원 도우미 아줌마들 둘이 물을 마시고 있길래 ‘아줌마들 정말 그 후보 지지해요, 아니면 그냥 알바로 돈 벌고 다른 후보 찍을거에요?’라고 물어보려고는 찰나 자기들끼리 나를 보고 ‘외국 사람인가봐, 그렇지? 외국 사람인가봐’라고 쑥덕거리길래 영어만 잘 했어도 ‘그래요 미쿸에서 왔어요우 햄버거 맛나맛나’를 해줄라다가 못하는 거 아니까 그냥 ‘아닌데요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말해서 놀래켜줬다. 나 외국사람처럼 생겼나봐.
3. 얼마 전에 로니 제임스 디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에 대해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복을 빈다.
4. 새벽에 잠이 안 와서 야구 경기를 틀어놓고 가수면 상태에 빠져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상황 가운데 하난데 텔레비전이 아니라 노트북이라 좀 김이 새기는 한다.
5. 브레이브스는 4월에 9연패를 해서 실망을 안겨주더니 5월에는 10일 이후로 16승 4패, 어제 지구 1위를 먹었다. 야구 모른다고…
6. 역시 비로그인 덧글은 웬만하면 허용 안 하는 게 좋다는 사실을 며칠 전에 다시 확인했다. 나는 비로그인 덧글의 99%가 배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정확하게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거나 쓰고 있는 줄 잘 모른다는 걸, 그런 덧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차마 싸가지 없게 ‘대중은 무지하다’라는 말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7. 오늘은 왠지 런던 프라이드를 한 잔 꼭 마시고 싶어서 일부러 역삼동까지 갔는데 바에는 손님이 가득했고 맥주는 내가 좋아하는 정도로 차갑지 않았다. 두 캔 마시면 한 캔 공짜로 준다는데 맥주 1리터를 마실 엄두가 오늘은 왠지 나지 않아서 한 캔만 마시고 돌아오는데 ‘앗 뜨거 뜨거’ 부르는 애의 목소리로 ‘##가 샤방샤방~’하는 노래를 비지니스 클럽 ‘두바이’ 앞에서 듣고 좀 어이없다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어느 블로그에서 ‘와방’이라는, 형용사로 추정되는 말을 보고 ‘저런 글에 <와방>이라는 말이 쓰인 걸 보다니 <와방>이상하군’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났다. 표준말이 아니라서 이상하다기 보다는 ‘와’와’방’이 합쳐진 말이 그런 의미의 형용사로 쓰이는 그 느낌이 왠지 좀 많이 어색하다. 물론 표준말 아닌 것도 이상하기는 하다. 그것보다 그런 의미로 쓰이는 게 더 이상하다는 의미다. 두 1음절어가 주는 느낌이 좀 그렇지 않나?
8. 나도 트위터를 통해 소셜 네트워킹을 시도해보았으나… ( )했다.
9. 비싼 점심을 먹었다.
10. 저녁도 사먹었는데 그건 100% 메밀면…
11. 직업이 운전인 누군가가 경부보다 영동을 타고 뭐를 또 타고 대구를 거쳐서 가면 부산에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얘기했다.
12. 광화문 “광장”의 그 비디오 아트 들어있던 유리상자 비슷한 게 임시 설치물인지 몰랐다. 오늘 보니까 없어졌…
13. <페르시아의 왕자> 주연이 제이크 질렌할인지 몰랐다. 머리 긴 사진의 포스터를 보고 뿜었다. 그는 수염과 잘 어울리지 않는 듯.
# by bluexmas | 2010/06/02 02:49 | Life | 트랙백 | 덧글(12)
11. 영동에서 중부내륙 갈아타고 대구 지나쳐서 가면 빠릅니다.
새로 뚫린길이라 그런지 길도 좋고, 경부보단 한적하고.
13. 포스터 보고 님 매너. 외쳤어요. 으흣.
100%메밀이면 신사역쪽의 [맷돌소바]일까요. 전 80%로 먹는게 낫겠더라구요. 맛을 떠나서 양이 적더군요;;
것참재밌는상황이예요
그나저나 놀기도하고 일하기도 할 수 있는 바쁜 하루를 보냄은
놀기만하는제게는 부러운 일이네요.
아, 분발해야지!
비공개 덧글입니다.
6. 저는 (로그인의) 제 댓글도 배설이 아니라 말할 자신이 늘 없습니다!. 그래서 속으론 아이고 노상방뇨 ㅈㅅㅈㅅ ㅠㅠ 이런 기분이 항상 있음. 근데 왜 하냐고 물으신다면 그래서 배설입니다 하고 수줍게 대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