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Girin A-너무나 딱딱했던 쇠고기
‘Stir Fry’는 웍을 흔들어가며 재료를 뜨거운 불에 볶는 중국요리 기술의 영어 표현이다(위키피디아에 보면 친절하게도 두 가지 다른 조리법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귀찮으므로 생략). 영국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스터 프라이’는 고기와 야채 몇 가지를 넣고, 굴소스와 간장을 바탕 양념으로 맛을 내는 미국식 중국 요리를 의미한다.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상자에 담겨 주인공이 텔레비전 앞에서 먹는 중국 음식이 바로 이것으로 수퍼마켓에 가면 스터 프라이용으로 손질된 야채를 소스와 함께 쉽게 살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합정역에서 홍대 가는 골목 어딘가에 있는 <Girin A>는 그런 스터 프라이를 내는 곳으로 메뉴는 소, 닭, 돼지고기를쓰는 스터 프라이 한 가지(각 6천원)씩으로 단촐하다. 불 온도가 낮아서 그 불맛은 내기 힘들지만, 종종 해 먹을 정도로 만들기 힘든 음식은 아니라서 호기심은 크게 없었지만 바로 눈 앞에서 볶아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홍대 앞에서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을때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싶어 한 번 찾아가봤다. 별로 크지 않은 반 지하 가게는 주문을 받아 재료를 볶으면 연기가 빠지지 않았는데, 불맛나는 냄새가 나쁘지는 않았다.
닭고기 브로컬리 볶음과 몽골리안 비프를 시켰는데, 닭고기 브로컬리 볶음에는 브로컬리는 별로 없고 새송이가 더 많이 들어있었는데, 잘 볶은 새송이가 브로컬리보다 훨씬 맛이 좋아서 아예 브로컬리를 빼버리고 새송이에 양파 정도를 곁들여 내면 어떨까 생각했다. 간도 적당했고, 닭고기의 선도도 괜찮았으며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몽골리안 비프는 무엇보다 주재료인 쇠고기가 너무 딱딱해서 먹기에 불편했다. 질긴 것도 아니고 정말 너무 딱딱했는데 단가를 맞추기 위해 싼 부위를 쓰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기를 저미는 방향에 신경을 쓴다거나 저민 고기를 고기 망치 또는 칼등으로 두드린다거나 하면 충분히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것을 먹기 어려운 정도로 딱딱하게 내버려둔다는 건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다. 닭고기 브로컬리 볶음이나 밥의 상태를 본다면 그냥 대강 팔고 말자는 생각은 아닌 것 같아서 오히려 더 이해하기 힘든 구석도 있었다. 그래서 몽골리안 비프는 조금 ‘에러’ 수준(딱딱한 걸 먹으면 임플란트인 왼쪽 어금니가 아픈데, 어제 저녁에 먹은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다)이었다. 거기에 덧붙여, 모든 음식-그래봐야 세 종류-에 조미료나 첨가제를 넣지 않는다고 하지만 몽골리안 비프의 경우에는 굴소스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미료에서 아주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요즘 나오는 국산 굴소스의 맛이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원산지 표기에 의하면 여기에서 쓰는 건 수입산. 당연히 중국, 이금기?)…
이건 내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비판을 하기 보다는 궁금해서 덧붙이는 건데, 다른 사람들은 이 가게에서 음식을 낼 때 쓰는 종이 그릇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배달을 위한 것이라거나, 아니면 가게의 컨셉트를 위한 차원에서라면 이해를 할 수는 있지만(같은 음식을 다른 그릇에 담으면 아예 다른 가게처럼 느껴질 듯?), 가게에서 먹는 사람들의 경우라면 10분 만에 쓰레기로 만들 일회용 그릇을 과연 그 사람들에게까지 내야 되는 걸까? 공간을 보았을 때 설겆이를 한다면 더 복잡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그런 측면 역시 이해는 할 수 있지만(우유팩과 같은 재질이라면 재활용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참,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피클을 내던데 ‘뽀대’는 좀 떨어지지만 차라리 단무지가 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아울러 들었다.
쇠고기를 빼놓으면 전반적으로 음식 상태가 괜찮아서, 인테리어나 이름을 생각해보았을 때 자칫하면 ‘홍대앞 허세’로 낙인 찍힐 수 있는 위험이 있을텐데 그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양-이런 종이 상자에 담겨 나오면 양이 얼마나 되는지 감이 잘 안 잡힌다-을 생각해보았을때 기본적으로는 부담이 없지만 6천원이라는 가격은 한 번쯤 생각해볼만 한 것 같다. 요즘 홍대 앞 분식집들 음식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좋은 재료를 쓴다고 해도 음식의 수준 자체가 분식집의 그것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어차피 미리 손질한 재료를 음식에 맞춰 볶기만 하면 되는 것들인데 메뉴를 조금 더 다양화 하는 건 어떨까 모르겠다. 벌써 가게 메뉴의 2/3를 먹었고 다른 음식에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덧붙이자면, 집에서 이런 종류의 볶음 요리의 맛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불의 온도가 낮기 때문인데, 팬을 연기가 날 때까지 오래 달구는 것으로 조금 만회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대부분의 팬에는 달라붙지 않도록 코팅이 되어 있는데, 뭐 안전하다고들 하지만 기름이 없이 이 코팅재(테프론?)을 섭씨 250도 이상으로 달구면 안되므로 기름을 미리 넣어주는 게 좋다(진짜 웍이라면 안 그래도 될 듯?). 이 경우, 기름이 물결치는 것처럼 보이면 충분히 달궈진 것이다(이건 어째 맨날 하는 얘기같다).
# by bluexmas | 2010/05/27 10:11 | Taste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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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팩에 주니 미국식 쭝꿔음식 떠올라요